김학송의 氣象 리포트 기상파숫군 닉네임 '올빼미'

 

지난 8월8일 21시경 발생된 제4호 태풍 '뎬무(DIANMU, 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여신)'가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도 한라산에 600mm가 넘게 비가 온 것을 비롯해 전라도와 경상도에도 많은 비를 뿌리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물러갔다.


기상청 전 관서에서는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필자도 2박 3일 동안 비상근무를 했는데 아직까지도 눈꺼풀이 무겁다.


그리고 12일과 13일 서울·경기도 50~150, 충청도 100~230, 전라도 100~500, 경북 70~300mm 등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14일과 15일에도 국지적으로 100mm가 넘는 비가 내려 주택과 도로, 논밭이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되었다.


태풍이 우리나라 방면으로 이동해 오고,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릴 때 기상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호우나 대설 등 위험기상이 예상되면 기상청은 사전에 경계 비상근무를 시작한다. 특보로 이어지기 전부터 이미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작전수행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럼 이번 제4호 태풍 '뎬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었을 때로 한번 들어가 보자. 이날 21시 제 4호 태풍이 발생하면서부터 기상예보관은 매 3시간마다 발표하는 동네예보생산을 위한 일기도분석에 여념이 없다.
지상 일기도는 물론 925, 850, 700, 500, 300, 200hPa의 고층일기도와 슈퍼컴퓨터가 생산해낸 많은 자료들을 분석한다.


지상저기압에서 상층 기압골까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비가 얼마나 올 것인가? 어디에 집중될 것인가? 바람은 얼마나 불까? 해상의 풍랑은? 폭풍해일 가능성은 없는가? 호우특보, 강풍특보, 해일특보 등 가능성을 분석한다.
또한 제주도에 있는 태풍센터와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이번 태풍의 세력이 현재 어떻고 어디로 이동될 것이며 언제 소멸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에 박차를 가한다.


여기서 진천에 있는 국가위성센터까지 합세를 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날아오는 위성영상들을 살펴보고 분석하면서 기상청 예보관과 국가태풍센터, 국가위성센터와의 빈틈없는 태풍잡기작전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천리안에서 관측된 위성영상도 한몫했다.


이렇게 생산된 기상예보와 정보는 신속하게 휴대폰 문자 메세지(SMS)는 물론이고 이메일, 전화, FAX 등으로 방재유관기관과 언론사에 통보되는데 기상으로 인한 재해가 예상되면 예보관뿐만 아니라 위험기상에 대비하기 위한 131기동기상지원팀이 가동되어 비상근무자까지 투입되고, 경계근무, 비상 2급, 비상 1급으로 강화 될 때마다 비상 근무자는 증원된다.

 

예보관들이 발표한 자료를 한시라도 빨리 방재유관기관과 기상을 필요로 하는 여러 기관에 신속하게 통보해야하기 때문인데 예비특보에서 주의보, 경보로 바뀔수록 통보해야 할 특보와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예보와 통보 업무로 예보센터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전국에는 태풍주의보와 경보가 발표되었고, 남해안에는 폭풍해일주의보까지 발표되었다.
이번 태풍 '뎬무'의 진로를 살펴보면 8월 8일 21시경 타이완 타이베이 동남동쪽 약 400km 해역에서 발생하여 9일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490km해역으로 진출하였다.


10일 15시경에는 서귀포 남서쪽 약 200km, 11일 03시경엔 여수 서남서쪽 약 110km, 11일 12시에는 부산 북서쪽 약 30km를 거쳐 11일 18시경 독도 남남서쪽 약 120km 해역으로 빠져나가면서 12일 15시경 일본 삿포로 남남서쪽 약 480km 해상에서 소멸되었다.


태풍 '뎬무'는 기상청의 처음 진로예측과 거의 비슷하게 지나갔다. 기상청의 정확한 태풍진로 예측과, 그로 인한 날씨 예보, 비상근무자들의 신속한 통보는 태풍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예보관과 비상근무자는 낮에도 바쁘게 움직이지만, 밤 근무시에도 낮 근무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스케줄대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서 그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야간근무를 한 후에는 휴식을 취하지만 올빼미처럼 꼼짝을 하지 않고 잠에 취해 있다. 그러니 예보업무를 하는 기상인은 항상 올빼미가 되어야만 하고 그 피로는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필자는 야간근무를 한 예보관과 비상 근무자를 그냥 '아울(owl, 올빼미)'로 부르기도 한다.


기상청 취업을 희망하는 공주대생 10여명이 약 2주정도 기상청 체험을 하고 돌아갔는데, 밖에서 본 기상청이 아니었으며, 고생을 많이 하면서 기상예보를 생산 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우리 기상인은 고달프고 어려워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을 느낀다. 날씨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 주시면 더욱 그렇다.


올빼미는 어떤 새인가? 평지 또는 숲속에서 혼자생활을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활동을 시작하는 흔하지 않은 텃새다. 눈이 커서 밤에도 잘 보일까? 망막의 간상체 세포가 발달했기 때문이라 하는데 필자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기상청에서 근무하는 예보관과 비상근무자는 올빼미임에 틀림 없고, 필자도 올빼미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늦긴 했지만 잃어버린 체력을 지금부터라도 찾고 싶지만 가능할까 싶다.


요즘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데 기온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습도의 영향도 크다. 습기는 접착성이 강해 몸에 달라붙는 특징이 있고, 열 보존성이 또한 강하기 때문에 습도가 높을 때는 건조할 때보다 더 무덥게 느껴지고, 이불이나 의복이 축축하다. 어떻게 하면 습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때 에어컨이나 선풍기만 의존하지 말고, 보일러를 짧은 시간 가동을 하고, 선풍기 바람으로 습도를 날려버리자. 시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이열치열 운동으로 몸을 다지며 서로 사랑하면 더위쯤 잊을 수 있지 않을까?
기상청에서는 태풍과 집중호우가 없는 날에도 국민들의 안녕을 위하여 무더위와 불쾌지수 등 생활지수는 물론 앞으로 예상되는 강수량정보와 낙뢰정보 등 기상정보를 수시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하여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기상이 국민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을 믿고 생활한다면 손해보다는 이익이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날씨와 경영은 하나로 보아야 한다. 가끔 집중호우도 있을 것이다. 태풍도 걱정이다. 그리고 무더위와 열대야, 천둥 번개도 있을 것이다. 약 한달 동안 잘 견디고 대비하자.

 

* 기상전문가 김학송씨는 현재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과장에 재직중입니다. 1971년 3월 기상청 입문해 광주지방기상청 방재기상과장, 기상청 예보관실 예보관, 대관령기상대장,김포공항 예보관,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관, 제주 및 청주공항기상관측소장을 역임했으며,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매주 본지에 기상 야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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