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력 정책에 역행하는 기업 실태…민간대기업 직장보육시설 의무이행률 48%밖에 안 돼

미설치 사업장(267개소) 중 절반(143개소) 설치계획 없어

대기업들이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LG화학, 기아자동차(광주) 등 대기업 2곳 중 1곳 직장보육시설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보건복지위)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직장보육시설 설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5곳이 직장보육시설 설치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의 직장보육시설 설치의무 이행률이 각각 82%(국가기관), 100%(지자체), 82%(학교)에 이르는데 반해 민간기업의 직장보육시설 설치 이행률은 48%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책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사신문>은 민간기업들의 직장보육시설 설치현황을 취재해봤다.


영유아보육법 14조 및 시행령에 따르면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타 시설에 위탁을 하거나 수당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직장보육시설 설치 의무 조항(영유아보육법)을 어기고 있는 사업장 267곳 중에 143개 사업장(54%)은 직장보육시설이나 보육수당을 향후에도 지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별다른 사정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설치 계획조차 없는 사업장의 경우 현행 실정법으로는 아무런 처벌 기준이 없어 해당 기업들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별 의무 이행률을 보면 서울(80.6%), 대전(80.5%) 순으로 높고, 경북(44.9%), 경남(38.9%) 등의 지역이 저조했다.

그헐다면 대기업들은 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를 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양했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209명의 보육수요 아동들이 있음에도 보육시설 이용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우인터내셔날의 경우 전체 직원 중 여성 근로자가 182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141명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부담 때문에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우인터내셔날의 경우 향후 보육수당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전체 여직원 수가 530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342명에도 불구하고 지점간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들어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협동조합중앙회는 전체 직원 1530명 중 280명이 여성 근로자로서 300명의 보육수요 아동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확보곤란을 이유로 들어 설치하지 않았다.

대림산업의 경우 여성 직원 수가 679명에 달하고 보육수요아동들이 601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의 특성상 근무지 변동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보육시설이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은 전체 직원 수 중 221명이 여성 근로자이고 334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는데도 100여개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보유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생명보험의 경우 1159명의 직원 중 355명이 여성 근로자고 400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사업장이 산재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설치가 곤란하다”, “부모의 수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육시설을 설치를 하지 않았다.

보육시설을 설치했다가 없앤 경우도 있었다. 알리안츠 생명의 경우 전체 직원 561명 중 여성 직원이 144명이고 보육수요아동들이 177명에 이르는데도 과거 설치 운영했으나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을지병원의 경우 전체 직원 중 641명이 여성 근로자이고 49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연구실확보 등의 사유로 직장보육시설설치를 하지 않았다. 을지병원은 현재 직장보육시설 설치관련 사내 사전수요를 조사 진행 중에 있다.

만도원주공장의 경우 369명의 보육수요 아동들이 있는데 만 5~6세 아동에 대해 분기마다 15만원씩을 지원 중에 있어 보육시설이 없었다. 향후 단협 시 지원금액 및 연력확대에 대해서는 노조와 논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삼성정밀화학(부산)은 37명의 여성근로자가 있고 198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는데 화학공장 내 위치하여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고 4조 3교대로 운영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 양산공장의 경우 전체직원 505명에 320명의 여성 근로자가 있고 95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는데 단체협상 체결 시 채택이 안됐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엘지전자 구미사업장의 경우 전체직원 2320명 중 여성 근로자가 238명을 차지하고 27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는데, LG계열사 공동보육시설 설치 추진계획이 실패했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의 위험성과 부모이용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두산 인프라코어와 현대제철, 선창산업의 경우 사업장내 위험시설과 소음, 대기환경오염 등 보육아동들에게 적합하지 않고 사업장 인근 주거인원이 적어 부모이용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요청이 있을시 추진하겠다는 업체도 있었다. 농심의 경우 여성근로자가 전체 직원 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근로자들이 보육시설에 대한 요청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향후 대상아동의 변동 추이 및 근로자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이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제일모직 주식회사의 경우 전체 1244명의 직원 중 210명이 여성근로자이고 26명의 보육수요아동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근 위험시설과 사내공장 및 실험설비 등으로 보육시설설치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보생명보험은 전체 직원 수 4276명 중 여성 근로자가 1794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490명인데도 직장내 보육시설을 미설치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경우 전체직원 2907명 중 여성 근로자가 1150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1197명으로 보육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한국외환은행의 경우도 보육필요아동이 863명임에도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르노삼성자동차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경우 각각 보육수요 아동이 1196명, 702명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지엠대우 또한 직원수 2286명에 여성 근로자 54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628명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STX조선의 경우 직원 수 2983명에 여성 근로자 171명에 보육수요 아동이 1026명에도 보육시설을 갖추지 못했으며, 넥센타이어의 경우 보육수요 아동이 850명에나 달하는 데도 보육시설을 갖추지 못해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모범을 보여야할 대기업의 상당수가 직장보육시설도 없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해당 사업장들은 엄연히 실정법을 어기고 있지만, 아무런 처벌조항이 없어 267개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143개 사업장은 앞으로도 직장보육시설이나 보육수당을 지급할 의지조차 없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해당 사업장들의 명단 공개를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시급히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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