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1탄 어느 불임부부의 고백

절박한 불임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직막 비상구 ‘대리모’
불임까페, 의뢰인 또는 중개인 통한 대리모 모집 늘어나

의뢰인 “아이 갖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 산삼까지 구해 먹였다
장인어른에게는 난자공여나 대리모를 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상태”

최근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리모를 통해 득남했다는 외신보도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리모 논란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호날두가 웨이트리스와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 태어난 아기 인 것으로 드러난 것.
결국 한 바탕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대리모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리모는 이제 공중파 TV 드라마에도 버젓이 등장할 정도로 일상화(?)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인구는 2003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즉,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여성들이 늘고 있는 셈.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임부부들은 입양이나 대리모를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대리모의 경우 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문 브로커는 물론 대리모를 직업삼아 일하는 여성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신문>은 지난 11일 인터넷상의 불임 까페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리모의 실태를 집중취재했다.

기자는 우선 현재 온라인상에서 암암리에 이루어진다는 대리모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서 ‘대리모’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봤다.
과연 검색이 될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대리모를 찾는다는 게시글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기자는 한 불임까페에 회원으로 등록한 후 게시판에 ‘대리모 지원합니다’라는 짤막한 제목과 함께 연락 달라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는 대리모를 지원한다는 글들이 여러 게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한번 대리모 경험이 있으며, 혈액형과 사는 곳 등을 상세히 게재이 한 대리모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기자는 5군데의 대리모 관련 까페에 대리모지원 글을 올렸다. 다음날 메일을 확인해 본 결과 메일 4통과 쪽지3개가 와 있었다. 기자가 답신을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이 돌아왔다. 우선 중개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주로 연락처를 남기면서 혈액형, 사는 곳, 출신학교를 알려달라고 하면서 면접을 보자고 물어왔다. 의뢰인이 직접 연락을 해 온 경우도 있었다. 기자는 한 의뢰인과 쪽지를 몇 번 주고받으면서 면접약속을 잡았다.
의뢰인과 만나기로 한 다음 날(12일) 약속장소에 나간 기자는 조금 당황했다. 부부가 같이 의뢰를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남편 되는 사람만 나왔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사실 부인은 제가 여기 나온 것을 모른다”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의뢰인과 부인은 결혼 생활 7년째인데 아이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4년 정도 불임클리닉에 다녔고 얼마 전에 아내가 폐경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의뢰인의 아내 나이는 이제 36살 이라고 했다. 의뢰인은 아내가 젊은 나이에 폐경기가 됐다고 했을 때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의뢰인은 “얼마 전에 부인이 피검사를 했다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묻자 아내가 대답을 회피했다. 그래서 얼마 후 내가 직접 병원에 전화해 보니 아내가 폐경기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어 의뢰인은 “아내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아내에게 난자공여도 있고 대리모도 있다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기도로 치유 될거라고 거절했다”고 말하며 아직 부인의 동의가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털어놨다.
어떻게 대리모 까페를 알게 됐냐고 묻자 의뢰인은 “혼자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난자제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대리모 지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까페들을 보고 일단 회원가입을 해놓고 불임부부라며 연락 달라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의뢰인은 아내가 아직은 확고하게 대리모에 대해 거부감을 타나내고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의뢰인은 “사실 저 혼자는 이미 결정을 내렸죠. 다만 언제 아내에게 말하느냐가 문제다. 대리모를 통해 임신이 되면 말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를 낳고 모르는 아이라고 입양할 것인지, 여러 방법을 생각중이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의뢰인에게 다른 지원자도 만나 봤는지 물었다. 이에 의뢰인은 “지원자도 있었고 중개인도 여러 명 있었다. 한 지원자는 혈액형이 우리부부와 맞지 않았고 어떤 지원자는 자연임신(성관계를 통해서 임신)을 원한다고 하기도 했다. 그 지원자는 자기가 처녀라고 했는데 처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고 당시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전했다.
또 의뢰인은 “한 지원자는 자신이 친구들과 원룸텔에 있으니 임신이 되고 배가 불러올 때쯤에는 따로 혼자 지낼 곳을 알아봐 달라고 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은 지원자들과 몇 번 통화를 했는데 대부분이 대리모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어서 경험이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의뢰인과 만나지는 않았냐고 묻자 의뢰인은 “처음에는 아내동의를 못 구한 상태에서 저 또한 결정을 못하자 쪽지를 주고받던 사람들이 연락을 끊었다”며 “그래서 사실 오늘 자리도 많은 고민을 한끝에 일단 나가서 내 이야기라도 하면 답답함은 조금 풀리지 않을까 해서 나오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기자는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리모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왜 직접 대리모를 찾느냐고 묻자 의뢰인은 “중개인을 통해서 하면 알선비로 많이 빼돌린다고 들었다. 그리고 금액을 부풀려서 말하기도 해서 직접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며 자신이 직접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의뢰인은 기자에게 왜 대리모를 지원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대출 받은 게 잘못돼서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피치 못하게 거짓말을 둘러댔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의뢰인은 “대부분 형편이 안 좋아서 대리모를 지원하더라구요”라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4000만 원 정도 선에서, 너무 과도한 금액이 아니라면 맞춰줄 수 있다”고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혈액형이 굳이 맞아야 하냐고 묻자 의뢰인은 “그래도 저희 부부와 혈액형이 맞아야 나중에 아이가 커가는 데 어려움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굳이 설명하지 않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의로인의 아버지는 내년까지 아기를 갖지 못하면 이혼하라고까지 말했다고.
의뢰인이 장손이기 때문에 자신이 대를 이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뢰인은 아이 때문에 아내와 이혼하지는 않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의뢰인은 불임으로 인해 많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의뢰인은 아이를 갖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거제도에서 산삼까지 구해서 아내에게 먹이기 까지 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현재 의뢰인은 장인어른에게는 난자공여나 대리모를 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뢰인은 “자기 딸이 젊은 나이에 폐경기가 됐는데 허락하지 않을 장인, 장모는 없겠죠. 그리고 보통 여자가 자기 몸이 안 좋아서 아이가 안생기면 자신이 더 나서서 알아봐야 하는데 제가 오히려 불안하고 안달하는 경우니 답답하다”고 아내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의뢰인는 기자에게 시험관 수술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아이 둘은 가지고 싶은데 시험관 수술이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번에 전화 왔던 지원자는 시험관 수술은 처녀에게 불임될 경우가 있다고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의뢰인에 따르면 자신이 다니는 불임클리닉의 경우 아침 8시에 문을 여는데 대기실에 사람들이 꽉 차서 줄서서 기다릴 정도라고 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라고.
“이런 부부들이 결국 선택하는 것은 시험관 아기나 입양, 대리모 아니겠느냐. 아내는 여자니까 (대리모가)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피가 아예 안 섞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절반은 그래도 내 쪽이니까 아예 모르는 아이 데려다 키우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의뢰인은 “지금 아이를 가져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쯤이면 쉰이 넘는다”고 말하며 아이를 빨리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급한 심정을 전했다.
의뢰인은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다 초등하교 들어가는 아이가 있다”며 “나를 닮은 아이를 꼭 가지고 싶다.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아이 없는 아버지의 힘겨움을 토로했다.
아들, 딸 상관없냐고 묻자 의뢰인은 “내가 지금 애도 낳을 수 있냐 없냐 하는 판에 아들, 딸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은 말로만 들었던 불임부부가 내가 될 줄 전혀 몰랐다고 했다는 의뢰인은 “내가 애를 싫어하는데 장손이라는 의무감 때문에 낳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떻게 보면 종족 번식의 본능이고 나를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이다”고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자기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강한 애착을 보였다.
“부부가 둘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해봤다. 이제 더 이상 대리모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불임이라고 판정 받기 전까지는 막연히 대리모가 불법이고 안 좋은 거라고만 생각 했다. 지금은 대리모를 마냥 불법이라고 해서 나쁘게 만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원자의 동의를 받고 불임부부를 도와주는 것으로 소정의 성의 표시를 하는 건 문제없다.”
또 의로인은 병원에서도 난자공여를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의뢰인은 “의사에게 아이가질 방법이 없는 거냐고 물으면 난자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오라고 한다”며 “대게 지인 중에 애를 낳고 그나마 젊은 사람 쪽에 속하면 영리목적이 아니라 도와주는 걸로 해서 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병원에서도 일정정도 대리모를 용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는 희망이 없다”

의뢰인은 처음에는 처형에게 난자 공여를 받을까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러나 애가 자라고 나면 가족관계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아예 모르는 사람한테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대리모를 선택했다고.
대리모의 조건을 따지느냐는 질문에 의뢰인은 “아예 안 따질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집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원한다”며 “보통 의뢰인들이 그럴 것이다. 대리모의 유전자를 절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리모의 이력이 궁금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의뢰인은 한 중개인으로부터 4000만 원 부터 시작하는데 서울에 잘나가는 대학 나오고 외모도 좋은 지원자가 있다고 말하면서 지원자도 등급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요즘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는 상사에게 깨지기도 하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보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런 스트레스를 이기는 원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열심히 일해서 승진해봤자 자신이 돌 볼 사람이 아내밖에 없다고 느끼니까 삶이 무기력해 진다고 했다.
우리사회가 일반적으로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뢰인은 “그런 사람들은 자식이 있거나 불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다”고 대리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의뢰인은 “저도 정상적일 때는 아직 하늘에서 안주나 보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예전에는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괜찮았다”며 “불임이 되고 정작 그런 질문을 받으면 불임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둘러대게 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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