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물량 해외 빼돌려 오너 배 채우기” vs 사측 “경영 어려워 구조조정”

한진중공업 노조가 정리해고 문제와 회사 내 불투명한 경영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7월30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비롯해 국세청 등 정부기관과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서울지역 5군데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노조 측은 노사 간의 합의안을 사 측이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지키고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7월26일부터 시작해서 휴가가 끝난 뒤 다시 상경해서 서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시사신문>은 상경투쟁 중인 한진중공업 노조 측 입장과 회사 측 입장을 취재해봤다.


노조, 본사·정부부처 등서 1인 시위 돌입
사측, “현재 구조조정 중단된 상태” 해명

30일 공정위 앞에서 만난 한진중공업 노조 김류 기획국장은 “지금 현재 회사 측에서 작년 말부터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종업계의 경우 한군데도 (구조조정을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감하게도 투자와 수주에 뛰어들어 물량을 확보해 났다. 영도에서 건조가 가능한 물량이 있음에도 해외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물량을 빼돌리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하고, “물량도 수주를 받아서 남은 잔량이 올해 안에 끝난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수빅조선소의 경우 2005년도에 블록공장으로 하겠다고 만들어 졌는데 2조원 넘게 자본이 들어갔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규모와 비교 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것. 이렇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는 수빅조선소에 과잉투자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수빅조선소에 수주 물량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한진중공업의 수주가 대폭 줄었고, 결국 임금 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회사 측은) 노동자와 한 약속을 5개월 만에 휴지조각처럼 버리고 수주물량 0건을 기록하고도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국내의 다른 조선소는 계속 수주를 하고 있는 반면 회사 측에서는 현재 상선수주관련 선가가 맞지 않아 더 이상의 수주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조남호 회장과 그 일가는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한진 노동자에게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류 기획국장은 “올해 2월26일 (노조는) 더 이상 구조조정 하지 않겠다고 사측과 합의를 했다. 그리고 2009년 임금인상 교섭도 나선다고 (노사 간에) 합의했다”며 “그런데 5개월이 지나서 또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섰다. 교섭은 물론 임단협도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노조가 서울로 상경해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리해고 바람도 거세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측은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400여명을 퇴사시켰고, 올해도 수백명이 퇴사했다고 했다.

임금수준도 한진중공업이 동종업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단순수치만 놓고 비교해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연봉이 7000~6000만 원대 수준인데 비해 한진중공업의 경우 30년차가 5000만 원대라고 한다. 때문에 노조는 임금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한진중공업의 구매 자재 등 90%를 담당하고 있는 선한 로지스틱스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노조 측은 “선한 로지틱스는 물류 회사인데 한진중공업의 구매 자재 등 90%를 담당하고 있다”며 “회사가 노무비가 많이 든다며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야 배를 수주해 올 수 있다고 하면서 회사 내에서 직접 자재 구매를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중간단계에 불필요하게 회사를 더 넣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우리가 직거래로 사면 더 싸지 않겠느냐”며 “(선한 로지스틱과) 바로 친인척 관계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과 관계가 있는 쪽이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직영이 할 것을 외주로 넘겼기 때문에 더 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명하게 경영이 되고 있다면 관련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자료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선한 로지스틱과의 관계가) 투명하게 경영되고 있다면 자료를 못 줄 리가 없다”며 “수빅조선사와 선한 로지틱스 둘다 그렇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홍콩법인에 채무 보증하여 매년 수십억 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으며 수빅조선소에서 쓰고 있는 모든 부품 및 장비를 비싼 운송비용을 들여가면서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보내어 한진중공업이 100%출자한 운송회사(hhic-shipping)를 통해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설계외주화 부분도 강력히 반대했다. 노조는 “조선소를 운영하려면 설계본부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은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계외주화를 강행하고 있다. 설계와 제품개발에서 이익을 창출했고 탁월한 선박설계능력과 창의적인 공법 개발로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현재는 상당한 구조조정과 원가경쟁면에서 뒤지는 일본과 비교할 수가 없다. 기술우위로 일본을 제친 우리의 조선업이 단순비교로 일본모델을 따라간다는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경영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설계본부 외주라는 기가 막힌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내 현실과 맞지 않고 조선 산업에서 후퇴하는 일본식 모델 따라 하기는 당장 중단하고 기술력확보 및 시설 현대화로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서는 앞으로 다각도로 힘을 모아 상경투쟁으로 이어갈 기세다.

이 같은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시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 사정상 700여명을 구조조정해야지만 현재 300여명만 퇴사한 상태다. 그리고 노조 쪽 사람은 불과 20~30명도 되지 않는다”며 “노조의 반발로 현재 구조조정은 중단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척도 수주를 하지 못했다. 그만큼 어렵다”며 “이렇다 보니 조직을 슬림화시키거나 고기술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하는 방법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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