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앞길 ‘첩첩산중’…친이-친박 갈등 딜레마

한나라당 새 대표에 안상수 의원(4선)이 선출됐다. 이로써 안 신임 대표는 오는 2012년 제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책임지고 치를 막중한 책임을 지고 앞으로 2년간 집권여당을 이끌어 가게됐다. 안 대표 체제의 출범은 이명박 정권의 반환점을 맞아 친이 주류가 처음으로 당권을 장악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안상수 체제는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분출돼온 당의 쇄신과 친이-친박간 화합 요청을 수용하면서 2012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의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관리를 맡아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도 맡았다. 하지만 ‘안상수호(號)’의 앞길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발등의 불이다 아울러 ‘친이 vs 친박’이라는 기존의 계파갈등은 물론 친이계 내부의 파워게임 양상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2년간 이끌 새 대표 최고위원에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4선의 안상수 전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선출됐다.

“친이, 친박계는 없다”

신임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431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고위원이 된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3854표로 2위를 차지했고. 나경원 의원은 2882표로 3위, 정두언 의원은 2436표로 4위, 서병수 의원은 1924표로 5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1천390표로 6위,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1193표로 7위,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1178표로 8위, 친이 원외인사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974표로 9위, 쇄신파 김성식 의원은 665표로 10위, 친이 정미경 의원은 446표로 꼴찌를 각각 차지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오는 2012년 제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책임질 안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면서 앞으로 2년간 집권여당의 막중한 책임을 맡겼다.
안 대표 체제의 출범은 이명박 정권의 반환점을 맞아 친이 주류가 처음으로 당권을 장악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며 특히 이 대통령의 측근인 3선의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함께 친이 핵심인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 당청에서 확고한 대통령 친정 직할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여권이 집권 후반기 4대강 사업 등 역점사업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막중한 소명에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을 시작한 안 대표는 “오늘부터 친이, 친박계는 없다”며 “한나라당이 단결해 28일 재·보궐선거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자”고 역설했다.
또 당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한 ‘변화’를 강조했다.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이미지가 ‘변화’, ‘쇄신’보다는 ‘안정’에 치우쳤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여러분이 변화를 요구했고, 그래서 당을 앞장서 변화시키겠다. 우리가 변화하면서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당·정·청이 힘을 합쳐 함께 변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난 국민들에게 그냥 한나라당을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겠다. 우리 먼저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인사 탕평을 해 친이·친박 인재를 두루 등용하겠다”고도 했다.
“너무 청와대와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안 대표는 “난 이를 수용할 수 없다. 원내대표 할 때도 가급적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는 협조와 견제를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성공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종철군 고문 사건의
전모 파헤친 ‘스타 검사’

안상수 신임 대표는 1946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뒤 사시 17회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지방검찰청, 춘천지방검찰청 검사를 거쳐 제15대·16대·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17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로 ‘BBK 공세’ 등에 강력 대처하며 ‘MB도우미’를 자청하며 친이계 주류로 자리 잡았다. 또 정권 교체 이후 한나라당 두 번째 원내대표를 맡아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예산안 등 현 정부의 쟁점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때문에 정치 스타일은 소신과 주관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대에선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을 주창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뒤 스스로 검사복을 벗은 ‘스타 검사’로 유명하다. 이후 인권변호사를 거쳐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17대 국회에서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국가발전연구회에서 활동하며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선 비주류 진영에서 활동해왔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 등이 제기한 병역기피 의혹 등 거센 공세 속에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탄탄한 조직표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새로운 얼굴로 선출됐다.
청와대는 안상수 대표체제 출범에 대해 집권 하반기 안정적인 당청 협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당대회 결과 안정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마음이 잘 나타난 것 같다”며 “집권 하반기에는 당과 청와대의 안정적인 협조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제부터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에 내세웠던 국정과제를 차근차근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당청간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4대강 사업 등에서 긴밀히 대화를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야당은 쇄신과 소통의 정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안상수 후보의 당선을 축하 드린다”면서도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의 쇄신이라는 집권여당의 과제는 사라져 버렸다. 국민의 기대해 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안상수 대표에게 제기된 병역기피 의혹, 개 소동 등은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후보 간에 벌어지는 폭로전, 인신공격은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오늘, MB악법 처리 선봉장, 청와대 꼭두각시, MB병정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안상수 후보를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18대 국회 후반기에 어두운 먹장구름이 몰려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과정과 결과 모두 시종일관 국민에게 실망한 안겨준 민심과 동떨어진 전당대회였다”며 “쇄신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계파정치의 극심한 폐해를 그대로 드러낸 이번 전당대회 전 과정은 한나라당이야말로 쇄신과 변화의 대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폄하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 산더미

야당의 비판을 등에 업은 것 외에도 수많은 후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대표로 당선 됐지만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새로 닻을 올린 ‘안상수호(號)’의 앞길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한나라당의 7·14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안상수 신임 당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 또한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극심한 상호비방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2주 앞으로 다가온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발등의 불이다. 아울러 ‘친이 vs 친박’이라는 기존의 계파갈등은 물론 친이계 내부의 파워게임 양상도 수습해야 하는 과제다.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약 두 달 만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정권심판론의 정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현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한 서울 은평을은 야당이 총공세에 예고하고 있어 정치권은 물론 전국민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영남을 제외한 서울, 인천, 광주, 강원, 충청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미니총선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비중이 크다. 만약 패한다면 안상수 체제의 한나라당은 출발부터 상처를 입는다. 반면 승리할 경우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면전환에 성공하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
안 대표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는 계파간 화합이다. 계파화합을 외친 전대 과정에서 친이 vs 친박 갈등은 오히려 증폭됐다. 또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에서 촉발된 친이계 내부의 권력사유화 논쟁은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고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한지붕 두가족’이 아니라 세나라당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안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화합과 통합을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다.
안 대표는 전대 직후 지난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며칠 안에 박근혜 전 대표를 예방해 당 운영에 대한 조언을 받고, 국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어떻게 하면 당을 화합해 잘 이끌어갈지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안 대표 체제는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화두가 된 당의 ‘쇄신’과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당내 최대 현안인 친이, 친박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취재/이행종 기자

사진/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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