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론’ 부침 속 ‘세대교체’ 깃발?

청와대가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책임총리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총리제’란 국무총리가 헌법 제87조에 명시된 ‘내각 통할권’ 즉 국무위원 임명제청과 해임건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책임총리제’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임명하면서 시행된 바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지방선거의 패배와 세종시법 국회부결 등으로 개각을 통한 국정분위기 쇄신 차원 가운데 하나의 안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책임총리론’에는 “대화합” 차원에서 그동안 세종시법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가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참모진 인사, 개각 순으로 본격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50대 젊은 비서실장’을 전격 발탁해 주목되고 있다.

취재/임완택 기자

우선 한나라당내에선 이 같은 ‘박근혜 총리론’을 놓고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주자들은 저마다 ‘박근혜 총리론’에 대한 찬반 의사를 분명하고 있다.
친이계 안상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맡아 국정경험을 쌓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길 바란다”며 “실세 총리로 가기를 원한다. 정치 총리가 필요하다”고 ‘박근혜 총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박 “박근혜 총리 없다”
창 “직언할 인물이 총리”

안 의원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정권재창출이란 공동 목표를 갖고 있어 화해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친박계에서도 서병수 의원은 찬성 쪽에 가담하고 있다.
다만 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총리 역할을 맡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고, 전당대회가 끝나고 시일이 지난 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립성향 김성식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박근혜 총리론’과 맥을 같이 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 항상 헌신해왔다”며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원하고 힘을 모아준다면 화합의 큰 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총리론’에 대한 반대의 의견은 만만치 않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깜짝 인사나 정략적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박 전 대표 총리직 제의는 동반자 예우로는 인식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나 마음의 문을 열고 한나라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저었다.
이처럼 ‘박근혜 총리론’이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이번에는 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총리는 대통령과 역할을 분담하는 동업자”라면서 “올바른 직언을 할 수 있는 강기 있는 인물”을 새 총리가 갖춰야할 자질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정가에선 이를 두고 이회창 대표가 ‘박근혜 총리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가 안팎에선 ‘박근혜 총리설’은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더구나 그간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를 돌이켜 볼 때 과연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총리직을 제안하고, 이어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강도론’ 공방에 이어 세종시법 국회 본회의 표결 직접 반대토론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 “특히 국무총리는 국정실패시 책임론이 뒤따른다”며 ‘박근혜 총리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비서실장에 ‘임태희’
세대교체 첫 신호탄

상황이 이즈음 된 가운데 청와대가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먼저 청와대는 현 정부 정책의 큰 틀을 기획했던 국정기획수석실을 폐지했다.
이는 집권 후반기 새로운 정책 개발에 대한 수요가 미미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종교계, 시민단체 등 대국민 소통 창구가 기존에 여러 수석실에 나뉘어져 이를 일원화해 대처하기 위해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했다.
과학기술 등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와 성장 동력을 한 곳에서 관할하기 위한 미래전략기획관도 신설했다.
또 서민주택, 서민금융, 서민고용 등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도록 사회복지수석산하에 서민정책비서관도 신설했다.
이밖에 홍보수석실이 강화돼 메시지기획관이 흡수 통합됐고, 트위터 등을 통한 IT 홍보 강화를 위해 뉴미디어 관련 조직이 확대됐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조직개편 단행 직후 대통령 신임 비서실장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내정했다.
임 비서실장 내정자는 정통 경제관료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 등 당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임 내정자는 올해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고 활력 있는 젊은 청와대를 만들어 가는데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의 평이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당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정무적 감각과 이른바 정책통으로서의 정책수행역량을 발휘했다”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이 수석은 또 “수도권 출신인 임내정자는 영호남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대통령은 임내정자의 친화력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이 같은 점에서 임내정자가 집권후반기 청와대가 지향하고 있는 국민소통과 서민친화의 국정방식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공식 발표됨에 따라 후속 신임 수석인사와 뒤이어 개각의 밑그림도 곧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가 일각에선 이번 ‘임태희 실장’의 발탁의 의미에 대해 “50대 ‘젊은 대통령실장’으로서 이 대통령이 원하는 ‘젊고 활력 있는 여당’ 구현을 위해 여권 세대교체의 기수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가 다른 쪽에서는 “이는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한 세대교체의 첫 신호탄”이라면서 “전당대회에서도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차기 대선 지형도는 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에 ‘책임총리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 총리론’이
맞물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던 시점에 이번에는 ‘50대 젊은 비서실장’이 전격 내정돼 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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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총체적 위기 속 전당대회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이른바 영포회 개입의혹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갈등을 보이면서 당 비대위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이 야당이 주장하는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 개인 문제에서 비롯된 '이인규 사건'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각종 여론에서 비판의 수위를 높여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당정청 개편 등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다 전당대회, 7.28재보선 후보자들의 돌발발언 등과 친이계 핵심간 힘겨루기 등 한나라당의 악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008년 초 여권 내 권력 사유화를 비판하며 박영준 국무차장, 이상득 의원을 겨냥했던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당시에 해결하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통곡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고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도 이번 사건의 몸통을 밝히고 한나라당이 거듭나야 한다면서 친이상득계를 겨냥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영포회 사건 등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배후에는 여권 내 세력들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권력투쟁을 내부에서 소화하지 못해 외부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야권, 공세 수위 높여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폈던 민주당은 8일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외곽지원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공기업, 금융계 인사 개입의혹을 제기하며 전선 확대할 방침이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정례적으로 시중은행장, 공기업 CEO들과 만나 인사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주장하고 이는 심각한 국정농단, 권력 사유화이자 국기문란행위라면서 당사자들은 모임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 모임의 실체는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가 결합한 것인 만큼 당 진상조사특위에서 이 문제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오전 모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진국민연대를 주도했던 박영준 차장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후임으로 정인철 비서관을 심어놨고, 정 비서관이 청와대 기구 개편안을 박 차장에게 직보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영포라인'의 청와대 모 비서관은 청와대 내 비서 등의 비리를 조사해 직보한다는 내용의 제보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접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외곽조직으로 이 단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박영준 차장은 청와대 기획조정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권력사유화를 공개 비판하자 청와대를 떠났고, 후임으로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의 정인철 비서관이 임명됐다.
박 원내대표는 "영포회 문제와 민간인 불법사찰은 정권핵심부가 직접 참여하거나 비호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개인적 사건으로 짜맞추기를 해 검찰 수사로 '꼬리 자르기'에 그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패배 후 인적쇄신을 내건 만큼 당 자체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재보선 후보 공천 작업에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7.28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은평을의 경우 신경민 MBC 선임기자의 공천이 유력하지만 장상, 윤덕홍 최고위원 등 예비후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신 선임기자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략공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장상, 윤덕홍 최고위원 등 예비후보들이 강력히 반발해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광주 남구 역시 공천에 진통을 겪고 있으며, 인천 계양을도 유력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 물밑조율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충북 충주의 경우엔 마땅한 후보감이 없어 당 지도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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