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립기반 위기만 촉발되나

“정부로부터 경영평가와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인 만큼 투자결정에 대한 유연성도 취약해 자금만 투입하면 된다는 식의 업무확대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보증료를 인상하고 보증업무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보증료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보증졸업제를 비롯한 대안을 내놓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본업무는 제쳐둔 채 컨설팅과 벤처투자로 업무를 확장하려는 경영전략을 비판하고 있어 향후 정부당국의 대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도 정부투자기관들이 그동안 민간부문에 비해 소홀했던 경영평가가 강화되자 반발하는 가운데 오히려 외부독립기관에 의한 경영평가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높은 보증료로 중소기업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신용보증제도 개혁이 추진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신용보증업무가 기존 정부주도에서 민간금융기관 중심으로 전환되는데도 보증료를 일괄 인상해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은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신용보증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보증제도 개선안을 마련,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개선안에는 일정기간이상 고액보증 기업에 대해 보증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보증 졸업제를 도입, 보증료 일괄인상에 따른 형평성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보증료율은 신용등급별 차등폭을 확대해 현행 연 0.5∼2.0%에서 0.6∼3.0%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보증업무 비율을 축소해 사실상 본업을 포기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그간 정부가 주도해온 중소기업 신용보증업무가 민간주도로 전환되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지원정책이 크게 퇴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경영성과만 높이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주업무인 신용보증업무 비중을 축소한다는 것은 설립취지와도 어긋나고 수익성측면에서도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 신보는 주업무인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보증업무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경영 컨설팅의 유료화와 기업에 대한 직접 자본투자 등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경영컨설팅예산을 기존 2억원에서 50배나 늘려 10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수익원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혁신형 중소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 등을 매입해 배당수익을 비롯한 자본이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신보는 올해 5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영컨설팅 강화는 기존 회계사 및 회계법인들의 업무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고 주업무를 외면한 채 벤처캐피탈업계 등과 마찰을 빚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신보가 수익성 제고차원에서 컨설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하려 하지만 취지에 맞게 고유영역에 보다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간금융이 주류인 벤처투자나 컨설팅의 경우 높은 전문성과 업계현황에 따라 과감한 투자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신보는 요건을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로부터 경영평가와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인 만큼 투자결정에 대한 유연성도 취약해 자금만 투입하면 된다는 식의 업무확대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간금융에 비해 비효율적인 업무개선차원에서 외부 독립기관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강화와 개선추진에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막상 평가대상인 신보를 비롯한 주요 정부투자기관들은 외부평가와 관련 중복평가가 많아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정치권·시민단체의 책임추궁이 이어지는데 반감을 보이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 따라 매년 예산처에서 경영실적평가와 경영혁신평가를 받고 기금관리기본법상 기금운용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불만사항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특히 “사실상 정부투자기관의 일거수일투족이 평가대상이 되면서 정부의 경영간섭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기관들의 자율경영원칙은 여지없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공기업과 정부투자기관들은 정부로부터 각종 평가를 받느라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중복평가도 많고 평가결과도 업무효율화는 고사하고 업무방해만 야기한다고 강변했다. 오히려 일부 기관은 외부평가에 따른 대응부서 신설로 맞서는 등 조직의 비대화까지 감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책임은 관리감독을 맡은 정부측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부투자기관 관계자는 “혁신을 모토로 14개 공기업 및 88개 정부투자기관의 실적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긍정적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크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따라서 경제전문가들은 존립기반을 무시하고 주업무는 외면한 채 수익성만 쫓아 무리한 사업에 열을 올리는 신보의 경영전략을 비판하고 있어 정부당국의 대응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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