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매머드 황금제국 구축…무소불위 영향력”

블래터 FIFA 회장 막강 파워 자랑…국가 지도자 위상 압도
2009년 美 ‘포브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3위 올라

지구촌 대축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하계의 폭서보다 한층 더 뜨거운 열기를 작렬시키고 있다. 대이변이 연속 속출하면서 이제 16강 진입 국가들이 선별된 가운데 최후의 주인공을 가리는 토너멘트가 열대야 못지않게 밤잠을 설치게 한다. 민족과 국가를 뛰어 넘어 5대양 6대주를 뒤흔드는 그 저력과 원동력의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어떤 정치권력보다 어느 경제권력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실체에 대해 다각도로 전격 상세 해부한다.

“축구야말로 계급이나 인종의 구분 없이 지구촌 모두를 한마음으로 만들어 세계를 행복한 한 가족처럼 단합시킬 것”(월드컵 창시자 쥘 리메) “1998년 처음 FIFA 회장이 됐을 때부터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아프리카에서 FIFA 월드컵이 치러지는 걸 보는 것이었다. 아프리카가 마침내 세계 축구에 대한 기여에 합당한 몫을 갖게 돼 기쁘다.”(FIFA, 국제축구연맹 블래터 회장)

◆ 무소불위 ‘거대한 황금제국’
FIFA(국제축구연맹)본부는 스위스 취리히에 소재한다. 1904년 창립한 FIFA는 약 30년 동안 파리에 본부를 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에는 FIFA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네덜란드인 ‘카를 허시먼’이 암스테르담에서 3년간 FIFA의 중책을 떠맡는다. 이어 1932년 스위스 취리히의 ‘반호프 스트라세’에서 둥지를 튼다. 드디어 2006년 5월 피파 스트라세 20번지에 초현대식 건물로 이전했다. 여기에서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제롬 발케 사무총장을 비롯 40여개 국적을 가진 300여명 직원들이 근무한다.
초다국적 주식회사로 불러도 일절 손색이 없을 ‘FIFA’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98년 취임한 제프 블래터 회장이다. 블래터 FIFA 회장의 막강 파워는 지구촌 어느 국가의 명망 높은 지도자의 위상을 간단하게 압도한다. 블래터는 2009년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53위에 올랐다. 이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60위)보다 무려 일곱 계단이나 높은 수치이다. 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애플회장(57위)에 비해 4계단 앞에 있다.
FIFA가 많은 소문과 갖은 비난 속에서도 아랑곳없이 건재하고 있는 것은 막강한 재력 덕분이다. 블래터는 1904년 창설된 FIFA를 철저한 비즈니스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오른팔이었다. 아벨란제 밑에서 FIFA 사무총장을 17년 동안(1981~98년)이나 봉직했다.
현금성 자산만 15억 달러에 달하며 1974년 이후 35년째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초우량 기업’인 FIFA의 재무적 건실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는 매년 공개하는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다. 2009년 공개된 FIFA 사업보고서를 보자면, FIFA의 자산총액은 21억400만 달러(2조5680억 원) 정도이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2009년 사이 6년 동안 FIFA는 무려 자기자본을 14배나 늘렸다.
FIFA는 2009년에 10억5900만 달러(1조2,708억 원)의 매출에 8억6300만 달러(1조356억 원)를 지출해 1억9600만 달러(2352억 원) 차익을 챙겼다. 매출의 약 18%를 이익으로 남긴 것. 2008년 FIFA의 수입 내역을 보면 한해에 총 9억57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TV 중계권료로 5억6000만 달러(약 64000억 원), 공식 후원기업들에 ‘마케팅 권리’로 2억5300만 달러(약 2,870억 원), VIP 고객 전용좌석 등의 판매로 얻은 4,000만 달러(약 454억 원), 라이선스 비용 1500만 달러(약 170억 원) 등이다.

◆ TV 중계권료 ‘황금거위 비결’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 동안 TV를 통해 남아공 월드컵을 지켜볼 시청자가 세계적으로 400억 명이 넘을 것이 기정사실화 된다. FIFA의 배를 크게 불리고 있는 것은 매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을 통해서다. FIFA와 방송사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을 통해 막대한 재화를 거머쥔다.
FIFA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36억 달러(약 4조5000억 원)의 총수입을 낙관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총수입 23억 달러보다 50% 늘어난 액수다. FIFA의 핵심 수익 창출원은 두말할 나위 없이 TV 중계권료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대차대조표에서 잔액이 단돈 30달러뿐이던 적자투성이 FIFA가 돈가뭄에서 완벽하게 해방된 것은 TV 중계권료를 수십 배로 끌어올리는 묘기를 신출귀몰하게 부리면서부터이다.
FIFA 사무총장 시절 블래터 회장은 TV 중계권료를 FIFA의 핵심 수익원으로 적극 육성했다. 첫 컬러 TV 생중계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 때이지만, 중계권료는 1980년대 초까지 FIFA의 효자품목이 아니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다국적기업들의 공식 후원 계약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후원에 난항을 겪자 FIFA는 방향을 선회하여 각국 방송사에 파는 중계권료를 유가 폭등 못지않게 거세게 올리기 시작했다. FIFA는 이에 대한 요지부동의 안전핀으로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참가국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대폭 늘렸고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는 32개국으로 확대했다.
FIFA의 탐욕은 여기에서 멈추질 않는다. 2002년부터 TV 중계권료를 2개 대회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최첨단 전략을 도입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중계권을 결합상품으로 선보인 것이다. 중계권의 희소성을 높임으로써 가격을 급등시키는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FIFA의 배짱식 상술에 백기항복하면서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중계권료는 무려 28억 스위스 프랑(약 2조2240억 원)으로 폭등했다. 이 수치는 이전 3개 월드컵 대회의 중계권을 모두 합친 금액의 수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FIFA가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0 남아공 월드컵 TV 중계권료는 27억 달러(약 3조660억 원)로 2006년 독일 월드컵의 TV 중계권료 20억 달러보다 30%나 급등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중계권료 수입은 17억3000만 달러(약 1조9647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이다.
국내 방송사들이 FIFA에 지불하는 월드컵 중계권료 역시 가파르게 상승 추세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90만 달러에 불과하던 중계권료는 3500만 달러(2002년 한·일 월드컵), 2500만 달러(2006년 독일 월드컵)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sbs가 패키지로 구입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6500만 달러)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7500만 달러) 중계권료는 총 1억4000만 달러(약 1589억 원)이다.
돈잔치를 FIFA 홀로 독식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방송사 역시 이에 편승하여 떼돈을 벌고 있다. 우리 한국의 경우를 잠시 살펴본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방송 3사는 광고로만 652억 원을 챙겼다.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무려 1,37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sbs는 2010 동계올림픽과 2010 월드컵 뿐 아니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모두 총괄적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어 황금알 거위라는 질시는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다 보니 FIFA가 월드컵 출전국들에 쓰는 인심 역시 후할 수밖에 없다.FIFA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총포상금에 쏟아 넣는 금액만도 2006년 독일월드컵(2억6,140만 달러)때보다 60%이상 상향된 무려 4억2,000만 달러(약 4847억 원)에 달한다.
FIFA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모든 팀에 출전 보상금 100만 달러에, 본선 3경기에 따른 포상금도 800만 달러를 지불한다. 16강에 진출하게 되면 900만 달러를 추가로 제공한다. 8강은 1800만 달러, 4강에게는 2000만 달러, 준우승 팀에게는 2,400만 불을, 우승 시에는 무려 3000만 달러를 지체 없이 전달한다.
출전국과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판 역시 넉넉한 수혜의 대상이다. 심판이 겨우 한경기에서 90분 동안 뛰고 받는 수당은 웬만한 월급쟁이를 능가하는 3,800여만 원에 달한다. FIFA는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심판수당을 대폭 올렸다.

◆ 다른 수익도 엄청나다
TV 중계권에서 스폰서 기업 결정까지 모두 FIFA가 독점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FIFA는 브라질 월드컵을 위시하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향후 4년간 총 38억 달러(4조56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22억 달러(2조6400억 원)는 TV중계권 판매이며, 나머지 16억 달러(1조9200억 원)는 마케팅권 수익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1974년 취임한 아벨란제 전 회장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대회부터 경기장 광고판 판매에 착수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는 개최국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갖고 있던 마케팅 권한을 박탈하여 FIFA의 관리 체제로 편입되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에서는 아디다스와 일본 광고 회사 덴츠가 함께 설립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 대행사 ISL이 월드컵 마케팅을 독점 대행했다.
이렇듯 FIFA의 기업 스폰서 제도는 승승장구 일취월장은 현기증을 일으킨다. FIFA는 남아공 월드컵부터 스폰서 계층과 위계를 ‘FIFA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지역 공급자’ 등 3종 세트를 선보였다.
신설된 FIFA 파트너는 월드컵 경기는 물론 FIFA가 개최하는 모든 경기와 각종 이벤트에 초청되는 일종의 ‘귀족 클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다. 아디다스·코카콜라·에미레이트항공·현대차·소니·비자카드 등 6개 기업만이 초청되어 있다. 이들 기업체들의 협찬은 비공개이지만 6억6000만 달러(약 8,360억 원)로 추정된다. ‘월드컵 스폰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대해서만 마케팅 권한을 소유한다. 맥도날드와 버드와이저 등 8개 기업이 스폰서로 그 반열에 올라있다. ‘지역 공급자’로는 5개 남아공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FIFA 라이선스 판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를 선보였고, 코카콜라는 현지 경기장에서 비알코올 음료 부문 독점 판매권리를 행사한다.
FIFA는 주위의 따가운 이목에는 무관한 듯, 이들 참여기업들의 권한보호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라이선스가 없는 기업들이 월드컵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며 차단한다. 월드컵 경기 중에 사용하는 컴퓨터나 복사기, TV 등 모든 사무기기 중에 FIFA의 스폰서가 아닌 제품들은 일일이 상표를 가리는 수고에도 불평은커녕 매우 즐겁다는 표정을 애써 감추질 않는다. 따라서 이들 참여 업체들의 월드컵 파급효과는 천문학적 금액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거대 공룡 FIFA는 이것만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일까? 최근 FIFA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인터넷·모바일 중계권과 ‘공공장소 전시권(Public Viewing)’이다. FIFA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 인터넷·모바일 중계권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고 있다.
공공장소 전시권은 2002년 월드컵이 효시로서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처음 적용된 바 있다. 길거리 응원처럼 공공장소에서 월드컵 경기 장면을 상영할 경우 참가 인원에 따라 차별적으로 공공장소 전시권료를 FIFA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단체 응원을 준비했던 유통 업체들이 줄줄이 행사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여졌다.

◆ 정치로 오염, 아동착취 도구
스포츠와 정치는 절대 무관한 것일까? 1978년 아르헨티나 군사 정부는 월드컵 준결승에서 페루를 매수했다. 그 덕분에 아르헨티나 팀은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고 결국 우승했다.
월드컵은 스포츠용품 생산업체와 FIFA가 결탁한 합법적 노동착취 구조라는 맹비난은 어떤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할까? 여기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주범으로 집중 거론된다.
월드컵에서 글로벌 기업 간 가장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치르는 백미는 선수들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바로 유니폼이다. 경쟁 유니폼을 입은 팀과의 경기 승패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상당하다. 축구공은 아디다스가 공인구를 제공하지만 유니폼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이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키는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잉글랜드 대표선수인 웨인 루니 등 자사 모델을 적극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1개 공식어이자 이들 인구의 25%가 사용하고 있는 반투(Bantu)족의 언어 줄루어로서 ‘축하하다(celebrate)’라는 뜻을 지닌 월드컵 공인구의 이름인 ‘자블라니’ 공급업체는 4년간의 FIFA 후원료로 1억 달러가량을 지불한 ‘아디다스’이다.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 본사를 둔 아디다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에 힘입어 18억6000만 달러(한화 약 2조2000억 원)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예상했다고 사파(SAPA) 통신은 지난 6월 21일 보도하고 있다. 세계적 스포츠의류업체 나이키 역시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회계4분기(1~3월) 수익이 전년비 53% 증가한 5억219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6월 23일 밝힌바 있다.
이런 방대한 매출규모에 비해 나이키는 자체 공장이 하나도 없고, 아디다스는 독일에 샘플 공장이 하나 있을 뿐이다. 브랜드를 소유한 초국적기업 아래 판매기업이 있고, 그 아래 생산기업과 하청기업들이 있고 맨 밑바닥에 직접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생산과 하청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착취 유혹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공인축구공 ‘트리콜로’는 아디다스 파키스탄 공장에서 어린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하루 12∼16시간씩 지문이 지워질 정도로 가죽조각을 기워왔던 것이다. 노동기구들과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FIFA는 이에 앞서 1996년 라이선싱으로 생산되는 공과 용품 생산과정에서 정당한 노동환경과 급여를 보장하도록 한 기준서에 서약했다. 이 기준에는 최악의 아동노동 금지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이런 기준들이 온전하게 준수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별반 없어 보인다.
‘피파의 은밀한 거래’는 FIFA와 관련된 비리와 의혹을 폭로하는 책이다. 조사 전문 기자인 앤드류 제닝스는 FIFA와 블래터 회장, 그리고 각국 축구 협회의 인물들이 자행하는 뇌물 수수, 부정 선거, 월드컵 입장권 관련 비리 등 여러 의혹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무슨 수로 독일이 2006년 월드컵 유치권을 확보했는지, 그리고 2010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각국 축구협회와 FIFA가 어떻게 접촉했는지 등의 내막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다.
이제 4년 후 월드컵 개최국은 브라질로서 1950년 이후 64년만이다.

취재/소정현 기자 oilga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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