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신 존중하면 분쟁은 없어

"스포츠정신 존중하면 분쟁은 없어"

조나단 스위프트 원작의 걸리버 여행기를 보면 소인국에서 전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전쟁의 명분은 우습게도 계란을 깨 먹을 때 뾰족한 부분을 깨서 먹을 건지 아니면 뭉툭한 부분을 깨서 먹을 것인지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릴리푸트와 블러페스트란 나라가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우습지만 우리의 인생살이도 바로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역사만 보더라도 조선시대 당파싸움의 원인은 제사 음식의 위치와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이 주였다. 그것이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도통 해석이 되지 않지만 지금 세계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로 서로를 적대시 하고 있다. 상대가 자신을 존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지고 마음에 갈등하며 문제를 삼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사랑을 받기만 원하고 주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이들이 많기에 세상에는 분쟁이 많다. 스포츠 정신은 깨끗한 승부에 있지만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카테나치오, 그러니까 빗장 수비는 수비를 중시하고 지능적인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막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축구 전술이다. 최근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이 우승한 예에서도 카테나치오의 위력을 여지없이 실감하게 된다. 바이에른 뮌헨이 경기를 장악했지만 경기 결과는 2대 0으로 진 경기였다. 최종 수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득점을 막는 방식을 사용하므로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며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기는 축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그들의 변이다.

1960년대 인터 밀란의 감독이었던 엘레니오 에레라가 도입한 후 리그 경기에서 수많은 1-0 승리를 이끌면서 카테나치오는 이탈리아 축구를 대변하게 되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실책에 편승해 득점한 다음 지지 않기 위해 공격은 하지 않고 수비만 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툼과 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카테나치오를 소개한 이유는 상대방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의 이기가 결국 더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는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세리에 A란 축구 전쟁에는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재계의 총수, 심지어 마피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명문 구단인 인터 밀란, AC 밀란 그리고 유벤투스 구단주들은 모두가 내로라 하는 기업의 총수들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힘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축구가 이용되고 있다. 무솔리니도 축구를 정치에 이용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냈다.

그는 축구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는 축구가 군인정신을 고취시키고 강한 국가 이미지를 전파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세리에 A도 그의 입김 때문에 창설된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축구가 자주 스캔들에 휩싸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세리에 A의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졌는데 이는 이탈리아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빵보다 축구를 더 사랑한다는 그들에게 스포츠의 순수성이 사라진 사건은 결국 축구도 세력 간의 다툼으로 희생될 수 있음을 얘기해 주는 것이다. 무솔리니가 개입한 축구에서는 심각한 인종차별도 여지없이 보여진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로 인해 많은 축구 스타들이 모멸을 느낀다고 한다. 세리에 A에 소속되었던 안정환 선수가 이탈리아 리그를 떠난 사례는 이런 상황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모두가 스포츠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분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항상 이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는 언젠가 지구를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