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두고 輿野 힘겨루기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4대강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내에 4대강 사업 검증특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며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전면적인 반대의지를 내비쳤다. 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한 후 법적 권한을 통한 반대 작업에 들어가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이 ‘국책사업’인 만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MB, 4대강 강행드라이브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라디오 방송연설을 통해 '4대강 정비사업'을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방선거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 사업이다.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다. 해마다 땜질 식 수질 개선 사업과 재해 복구비용에 들어가는 수조원의 비용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대강 살리기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만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몇 년 뒤면 그 성과를 볼 수 있는 국책사업”이라며 “경부고속도로에서 인천국제공항과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국책 사업은 그 때마다 많은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그 사업들이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가 됐다. 4대강 사업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민심에 대해서는 “정부의 소통과 설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환경을 위해 유익한 의견은 언제든지 반영하겠다. 4대강 수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도 다시 한 번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신중히 민심을 해석하겠다고 말했지만 기존의 계획 자체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치고 있어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공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로 가득 차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운하로 의심되는 공사 과도한 준설과 높은 둑은 민주당은 동의할 수 없다. 하루빨리 치수사업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변웅전 자유선진당 최고위원 역시 “4대강 사업은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됐다. 지금처럼 4대강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서는 효율적인 정책과 예산 집행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정운찬 국무총리를 내세워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6일 열린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은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들과 의논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지금 와서 지자체장이 바뀌었다고 사업을 못하게 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는 지방권력의 교체를 위한 것이지 국민투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긴 것과 국책사업을 하냐 마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역시 17일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모두 뒤집어진다면 국민들이 혼란을 뒤집어 쓸 것”이라며 정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김 원내대표는 “전국 지자체에서 업무 인수인계 관련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고 기존 사업을 철회하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권, 광역단체장 카드로 4대강 저지

정부의 4대강 강행 소식에 야권 광역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번에 새로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은 준설토 적치장 허가 불허 등 행정력을 동원한 실질적 방법으로 4대강 저지에 나서 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민심은 다른 해석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 역시 “생명파괴 사업이자 환경 대재앙인 4대강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도지사로서 가진 인·허가권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소하천, 지천 등의 하천 정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보를 막아 운하를 만들거나 배가 다니도록 준설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혀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야권 광역단체장들의 반발에 정부 역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단체장들이 위임 권한을 행사해 국가사업에 차질이 생기도록 하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4대강 사업을 늦추려고 하는 등 비협조적일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단체장들이 지자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정부에서는 지방재정을 이용한 길들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모 정치전문가는 현재 지방 재정 여건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운영되기 힘든 만큼 서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다면 지자체 운영에 있어 파행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야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권 광역단체장들은 이에 맞서 사업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와 김관용 경북지사 당선자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4대강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반복되는 홍수피해 예방과 물 부족 등 고질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야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을 겨냥해선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 역시 “지역 주민들도 대부분 찬성하고 수질도 개선되는데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4대강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사업의 장단점이 제대로 홍보가 안 돼 국민이 잘 모르고 있어서 반대가 많은 것이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알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광역단체장들의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무조건적인 반대에 나설 경우, 행정적 혼선을 줄 수 있어 국민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야당으로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대안을 내서 환경도 살리고 4대강도 살리고 국토도 살리는 대안을 가지고 나가겠다”고 말하며 합의점을 제시했다.


여당 역시 무조건적인 밀어 붙이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여당 내 일각에선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가 영산강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을 예로 들며 서서히 사업을 확대시켜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靑 “지자체 반대 협의 통해 돌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택한 카드는 대화를 통한 타협이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17일 오전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4대강사업 수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반대 측과 토론을 해보면 총론적인 반대 외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반대의견이 많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대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수정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수술을 하다가 수술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그렇게 되면 몸에 큰 피해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 광역단체장들의 사업 반대 의사에 대해선 “강이 어디가 끊긴 게 아니지 않나? 흐르고 있고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파악을 할 필요가 있고 부분적으로 잘라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 전체를 전체적인 계획 속에 해야 환경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또 “실제 토론해보고 저희가 자료 제시하고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가면 많은 오해가 해소되는 점들이 드러났다”며 “4대강 살리기는 기본적으로 과학과 기술, 또 기본적으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영역들인데 대개 정치적 반대를 하다보면 일정 부분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에 의해서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야당이 주장하는 ‘4대강 환경파괴설’에 대해 “4대강 살리기는 기본적으로 생명 살리기, 환경 살리기 관점에서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측에서 말하는 환경을 훼손한다고 하는 것에 정부가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은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도 협의를 통한 조정에 나선 이유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드러난 민심에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입장에선 4대강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중단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국민과의 소통 없이 강행 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위한 대외적 절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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