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현식 사장 승진…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서

6월1일 한국타이어는 조현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조 부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경영기획본부장의 형이기도 하다. 이로써 재계에서는 “창업주 자녀들이 주축이 된 2세 경영의 시대를 넘어 ‘3세(4세)들’의 전면적인 부상이 가시화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조현식 부사장은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해외영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현재 주한 헝가리 명예영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03년 12월 부사장 승진 이후 6년 5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재계는 그동안 조 부사장이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온 점으로 미루어 보아 사장 승진을 계기로 무리 없이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대거 등장한 3세 경영인


이처럼 한국타이어가 조현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새삼 ‘3세 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화제의 중심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차장. 김 차장은 유학과 올해 초 군 복무를 마치고 한화에 입사하며 일약 잠재적인 ‘3세 경영인’의 자리에 올랐다.
김 차장은 지난 5월29일부터 이틀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김승연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아울러 올해 초 사내 연수 대상자를 뽑는 면접에도 직접 참관하는 등 경영 수업의 실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평이다.
‘3세’, 또는 ‘4세들’의 등장은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LG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구광모 LG전자 과장은 지난해 말 미국 뉴저지법인으로 발령받아 금융·세무 등 재경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4세’ 구 과장은 향후 본사에 복귀한 다음에는 본격 후계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장 또한 4세 경영인으로 올해 초 부장 직급을 달고 차츰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허 부장은 2002년 GS칼텍스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마자 3개월간 주유원 생활을 체험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뿌렸다.
또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여객본부장(전무)의 경영 승계 행보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무는 지난 4월14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열린 대한항공 1분기 기업설명회에 전격적으로 참석하여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조원태 전무가 경영책임자로서 실질적인 모습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려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한 바 있다.
아울러 SKC 최신원 회장의 장남 최성환 차장은 지난해 초 SKC 기획부문 과장으로 입사, 올해 초 차장으로 승진했다. 최 차장은 부친의 권유로 해병대를 자원입대하여 병역 의무를 마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또한 중국 명문 푸단대학교에서 공부한 바 있어 앞으로 중국 신성장 동력에 대한 경영을 집중적으로 연마할 가능성이 높다.


겉모습은 황태자, 속은 헝그리 파이터?


이처럼 최근 들어 3세들이 하나둘씩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경영 역량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다 원활하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출 때까지 맹렬한 ‘수련’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과정에서 3세들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업무를 익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로지 피와 땀으로 회사를 일군 창업주와는 달리 3세들은 상대적으로 헝그리 정신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후계자들의 경영 수업은 보다 혹독한 조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동원그룹과 관련된 일화는 가히 전설적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에게 6개월 동안 원양어선 선원 노릇을 하도록 했던 것으로 널리 유명하다.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상무 역시 ‘화끈한’ 현장 수업을 받았다. 1996년 동원산업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간 김 상무는 부산의 참치 캔 공장에서 생산 업무부터 시작했다. 6개월간 이곳에서 거친 일을 도맡은 김 상무는 동원F&B로 옮겨 4년 동안 서울 청량리 지역에서 영업사원으로 직접 발로 뛰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는 경우도 많다. 즉 임원승진까지는 초고속이지만 그룹을 제대로 관장할 수 있는 총괄 기능을 부여받기까지는 13~15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은 1997년 입사해 해외영업부문장을 거치는 수련기를 보낸 다음 13년 만에 경영을 맡게 됐다.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우 지난 1995년 27세 나이에 대우이사로 출발, 14년이 지난 2009년에야 총괄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황태자’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 또한 임원 대열에 오르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글로벌 경쟁력 키워라”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은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올해가 되어서야 부회장에 승진하여 15년 만에 3세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국제강에 장세주 회장 경우는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무려 23년이 지난 2001년에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이처럼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경영 일선 전면에 등장한 3세들은 거의 모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떠맡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해외에서 공부하며 감각을 키운 3세들도 많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주요그룹 3세들의 53%가 미국 등 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전공 분야도 경영 관련 학과가 46.3%로 압도적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는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대학원 석사와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대학교대학원 석사를 거쳤다. 구광모 LG전자 과장은 스탠퍼드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까지 마쳤고,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상무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와 2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그룹을 일구고 키웠다면, 3세들의 중요 임무는 글로벌경쟁력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CEO 리더십은 배제할 수 없는 요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3세 경영 시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기는 하다. 물론 이들이 경영 수업을 착실하게 받고는 있지만 오너 혈통이라는 ‘은수저 쥔 팔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현재 많은 3세들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일부 후계자들은 능력이 과대 포장되어 있으며 아직 온실의 틀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취재/ 하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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