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날, ‘대부업계 전반’겨누나

서울중앙지검이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브랜드로 한 A&P파이낸셜 횡령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면서 최 모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수사 배경을 놓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 의한 ‘대부업계 옥죄기’ 아니냐는 소문이 증폭됨에 따라, 대부업계는 파장이 업계 전체로 쏠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배경은 왜?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에 대한 횡령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제조사3부(유상범 부장검사)가 지난 4월29일 회장인 최 모씨를 출국 금지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러시앤캐시가 다른 업체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부풀린 뒤 차액을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회사 돈을 횡령한 단서를 포착했고 최 회장이 이에 개입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국금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중구 회현동에 있는 러시앤캐시 본사와 관계사 등 4개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업무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이 중점적으로 수사하는 대목은 러시앤캐시가 지난해 6월과 11월 여성전문 대부업체인 A사와 여신전문업체인 B사를 각각 160억여원과 700억여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다. 이와 함께 검찰은 러시앤캐시 일부 임원들이 수십억원의 돈을 대출받고서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 대출 과정 전반의 문제점도 살펴보고 있다.

대출과정 전반도 수사

이에 따라 대부업계는 수세에 몰린 러시앤캐시의 향방을 예민하게 바라보며 검찰의 압수수색배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안이 대부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자칫하다가는 큰 파문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가장 두려운 부분은 이번 검찰 조사가 단순한 개별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를 넘어, 정부에 의한 ‘대부업체 옥죄기가 아니냐’는 설 때문이다.

특히 정부 내부에서 서민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대부업체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터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것. 그래서 이번 수사가 일본계 대부업체에 대한 `손보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이 일본계 대부업체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A&P파이낸셜부터 먼저 조사해보자고 하는 거라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에 별 문제없을 거라는 ‘안심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원래 소문만으로도 영장이 잘 나오는 곳이다”며 “3년 전에도 러시앤캐시는 야쿠자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설 때문에 국세청의 조사를 받았지만 끝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간 천억원, 일본으로 흘러가?

국내 최대 대부업체로 성장한 러시앤캐시를 바라보는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러시앤캐시 대출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이와 같은 선진적인 신용평가 능력에 대해서는 한국 금융회사들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옹호론적 시각이다. 반면에 일본계 회사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데도 불구하고 이 자금이 고스란히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점도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도 포함돼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업계와의 알력설도 제기된다. 최근 러시앤캐시는 오랜 숙원사업이던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노력에 착수하며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예쓰저축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축은행 업계는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진출을 반기지 않았다. 일본계 자금이 저축은행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국영업망을 갖춘 러시앤캐시가 막대한 고객 DB를 바탕으로 공격적은 저축은행 영업을 개시할 경우 기존 저축은행들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쨌든 이번 검찰수사로 인해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인수는 물 건너가게 되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예보는 조만간 금융위 등 유관기관간 협의를 거쳐 예쓰저축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러시앤캐시의 M&A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등록대부업체만 1만5천여개 부활

한편 4월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1만50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산 규모 100억원이 넘는 대형 대부업체 100여 곳이 전체 대부업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 제일교포 출신인 최 모 회장이 99.97%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100억여원을 기록한 국내 1위 대부업체다. 자산 규모도 1조3503억원에 이르며 등록 업체 기준으로 봐도 대부업 시장 전체에서 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성전문 대부업체인 미즈사랑과 여신전문 금융업체인 한국IB금융을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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