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 국민투표 강행하면 지역·국론 분열로 혼란만 가중

세종시 수정안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한나라당 친이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친이계 이군현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문제가 여야 간 대치, 여당 내 이견 등으로 (세종시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발전방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친이계 의원인 신영수 의원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시행해 세종시 문제를 종결짓는 게 국론 분열도 막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친이계 심재철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경우의 수 중 하나로 국민투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야권은 물론 친박계 등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은 “국민투표로 당이 두 쪽 나는 게 아니라 나라가 두 쪽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민투표는 마치 대통령 선거를 한 번 더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로는 수정안을 관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꼼수로 국민투표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친이계가 ‘국민투표론’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세종시 문제의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투표 추진을 통해 야당과 친박계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는 근본적으로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외교, 국방, 통일 및 기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해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발언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명시적으로 규정된 국민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 바 있다. 국민투표 대상을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이를 볼 때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야당과 친박계 등의 반대로 국회통과가 불가능해보이자 국민투표안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국민투표를 제안하기 전에 충청민심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충청도민을 설득하지 못한 채 친이계가 국민투표를 강행한다면 지역분열과 국론분열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선 국민들을 설득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이후 국회에서 충분한 검토기간을 거친 뒤 국익에 이로운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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