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노이즈 마케팅의 허와 실


고가의 명품 가방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리는 여성의 동영상이 화제다. 이 여성은 일명 ‘명가녀(명품을 가는 여자)’로 불리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화제의 동영상은 지난 9월4일 이후 인기 몰이를 하며 삼성의 헵틱 아몰레드 폰을 가는 후속편까지 만들어냈다. 얼핏 보면 ‘된장녀’나 ‘신상녀’ 등 사치를 하는 여성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동영상을 제작한 업체는 웅진코웨이로 음식물 분쇄 처리기 광고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의미도 없는 상업성 광고에 낚여 네티즌들이 광고몰이를 도와줬다”며 “이것이 바로 노이즈 마케팅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가 알맹이 빠진 웅진코웨이 노이즈 마케팅의 허와 실을 파헤쳐봤다.

▲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웅진코웨이 본사.


‘노이즈 마케팅’이 대세다.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판매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 믹서기에 넣고 가는 ‘명가녀’, 알고 보니 음식물 분쇄 처리기 광고
부정적 영향 상관없이 호기심 자극 화제몰이 한 다음 네티즌 이용 광고몰이

요즘에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블로거나 카페, 이메일 등 다른 전파 매체를 통해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제작·유도하는 바이럴 마케팅과 접목돼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러한 마케팅이 상품의 부정적 영향이나 긍정적 영향과는 상관없이 소비자의 호기심만을 부추겨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도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화제몰이를 한 업체가 있다.

음식물 분쇄기 광고 맞아?

웅진코웨이의 음식물 분쇄 처리기가 2만대 판매 돌파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웅진코웨이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벌써 2만대가 판매됐다”며 “제품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임에 따라 두 달간 ‘하나 더 갖기’ 서비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업체로 많이 알려져 있다.

때문에 웅진의 갑작스런 음식물 분쇄 처리기의 판매몰이에 의아하다면 지난 8월29일에 게재된 화제의 동영상을 들여다보자.

▲ '명가녀' 동영상 일부 캡쳐. <사진= IMC 큐브>


한 여성이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다.

여성의 앞에는 믹서기가 있고 여성은 고가의 명품가방 다섯 개를 들고 주방에 선다.

가방을 하나씩 들어 보이는 여성, 친절하게도 가방의 가격이 화면에 뜬다.

여성은 그 중의 하나인 루이비통 가방을 가위로 큼직하게 자른 다음 믹서기에 넣고 돌린다.

얼마 후 가방은 솜처럼 잘게 갈려져 나온다.

이 동영상은 개제 된지 엿새만인 지난 9월4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명가녀’란 이름으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동영상은 10만을 넘진 않았지만 ‘10만이 넘는 조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가세해 인터넷을 순식간에 달군 것.

더불어 이를 본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거와 카페에 동영상을 퍼가거나 캡쳐를 해가며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들은 대체로 갈려버린 명품을 아까워하거나 명품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그들 나름의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다 그러한 의견은 “명가녀는 누굴까”부터 “명품의 욕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캠페인이 아닐까”에 이르렀다.

하지만 명품가방을 처참하게 갈아버린 믹서기가 “음식물 분쇄 처리기를 의미한다”는 의견을 내는 네티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욱이 일부 네티즌들은 화제의 동영상이 웅진 코웨이의 음식물 분쇄 처리기 광고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도 “이게 음식물 분쇄 처리기와 무슨 상관이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실정.

대체 왜 웅진은 음식물 분쇄 처리기와 무관해 보이는 동영상을 광고로 제작한 것일까.

결국엔 이슈화가 목적?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광고와 마케팅 기법의 양적, 질적인 성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이제 튀지 않는 광고와 마케팅은 소비자의 기억에서 오랫동안 기억되기 힘들뿐더러 성공하기도 힘들다”며 “일단은 그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무조건 튀고 기억에 회자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웅진코웨이도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한 거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웅진이 광고 대행사로 이용한 곳은 IMC 큐브로 바이럴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

때문에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파급 효과가 큰 바이럴 마케팅과 무조건 튀고 보는 노이즈 마케팅을 적절히 이용해 광고몰이를 한 것이라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웅진코웨이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이슈화시키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언론에서 부정적인 의도로 광고를 한 것처럼 나가 현재로선 입장표명이 곤란하다”, “해당 담당자가 아니라서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등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 중 일부가 추측성 기사”라고 말해 오히려 ‘무엇이 추측성이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에 본지가 ‘어느 부분이 추측성 기사’냐고 물었지만 “미팅이 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 더 이상의 내용은 들어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웅진은 현재 이러한 일명 ‘명가녀’ 광고를 8탄까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1탄의 명품가방에 이어 2탄은 최신 핸드폰, 3탄은 고가의 선글라스 그리고 4탄은 향수를 가는 광고를 한참 진행 중인 것.

특히 4탄은 향수를 간 다음 옆에 있던 알루미늄 콜라까지 갈아 일부 좀 더 센 것을 원하는 네티즌들에게 적잖은 환영(?)을 받고 있다.

이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는데 “다음 광고가 기다려진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갈지 너무 궁금하다”, “명가녀 당신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등 ‘무엇을 왜 가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면서도 그 다음 광고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 역공을 이용해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며 “광고는 더욱 자극적이고 소비자는 더욱 무감각해질뿐더러 이러한 소비자를 상대로 상업적인 광고몰이까지 유도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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