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필코 낚고 말테야”

세계 철강업계 빅4에 속하는 포스코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무차별 공격에 나섰다. 포스코는 그동안 풍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M&A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하지만 정준양 회장이 취임 한 후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시장에까지 맹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기업사냥으로 인해 오히려 생채기를 입을 수 있다는 것. 이같은 지적 때문인지는 모르나 포스코도 과거 뼈아쁜 경험을 거울삼아 섣부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가 현재 국내외 M&A시장을 무대로 대어 낚시에 나선 ‘강태공 포스코’를 집중분석해봤다.



▲ 포스코.
하이닉스반도체? 대우로지틱스? 대우건설 등 줄줄이 인수설 ‘모락 모락’
베트남?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수 통한 동남아 공략 교두보 GO~GO



과거 포스코는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다. 강태공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밑밥을 가졌음에도 대어는 고사하고 잔챙이조차 낚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실패 원인을 소극적인 태도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최근 예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만 보더라도 그렇다.

처음부터 포스코는 단독 입찰이 가능했음에도 불구, 굳이 GS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포스코의 소극적인 성격 탓이었던 것이다. 물론 과거 실패에 따른 무의식의 조건반사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으나, 패배를 너무 두려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막판 GS의 배신으로 또 고배를 마셨고, 당시 인수전의 수장이었던 이구택 전 회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비운의 멍에를 안고 말았다. 물론 이 전 회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난 배경을 두고서는 아직까지도 옥신각신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잇단 M&A실패에 대한 책임설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눈빛부터 달라진 포스코


▲ 정준양 회장.
그런데 지금의 포스코는 확연히 달라졌다. 눈빛부터가 다르다. 수장이 바뀐 후부터 포스코는 국내 M&A시장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시장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포스코의 새수장인 정준양 회장은 이 전 회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맹공을 펼치고 있다. 물론 치고 빠지기 식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하지만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

정 회장은 “브라운필드(Brown field) 투자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인수합병(M&A)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주주총회 등 공식석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포스코는 “인프라가 전혀 없는 그린필드(Green field)보다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브라운필드에 대한 투자와 M&A를 계속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 체제 이후 포스코의 행보는 과거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이 전 회장 시절 인도, 베트남 등에 그린필드 방식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주력했다면, 현재는 가능하다면 기존 제철소 인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전선 측이 보유한 스테인리스 가공기업 ‘대한ST’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인수합병 발걸음이 빨라졌다. 대한ST의 인수 예상 가격은 600억~700억원대로 크지 않지만, 올해 포스코 M&A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포스코가 대한ST를 인수하게 되면 세계 최초로 광석원료·제련·스테인리스 생산의 수직통합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 회장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


[국내 M&A시장] 물기만 하면 바로 낚는다!!


지난 12일 정 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이 급속도록 확산됐다. 급기야 한국거래소가 포스코에 조회공시를 요구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측은 정 회장이 김종갑 사장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답방한 것인지 M&A와는 무관하다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인수설이 제기되자 짐짓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이닉스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해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공장 운영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M&A시장에 나온 매물 중에서도 대어급에 속하는 ‘하이닉스’를 직접 방문해 둘러본 것은 단순한 친분관계에 의한 답방차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하이닉스반도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분차원에서 답방이 예정돼 있었는데 서울사무소로 방문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 이천공장을 방문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런 성격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예 오픈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정 회장의 비공개 방문을 일부러 시장에 공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닉스의 인수후보자들의 경쟁심을 유발해, 매각 금액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포스코는 최근 해운업계 진출을 염두에 둔 대우로지틱스 인수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틸이 대우로지틱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대우로지스틱스는 포스틸의 해외 수출물량을 주로 운반하는 해운선사로, 최근 실적 악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로지스틱스가 부실화될 경우, 포스틸의 해외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인수 검토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그룹 차원에서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다만 포스틸 실무진에서 대우로지스틱스의 정상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인수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포스코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성명서까지 내며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해운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선주협회는 “포스코가 해운업체를 인수할 경우 철광석 수송전문선사 및 중소선사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해운사업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해운업계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업체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초리로 포스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포스코는 최근 M&A시장에 재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포스코는 표면적으로는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재계에서는 5조원대에 달하는 풍부한 실탄을 보유한 포스코를 가장 유력 후보자로 점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대우건설에 앞서 현대건설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M&A시장]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기 전략


포스코의 맹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 M&A 시장까지 원정 낚시에 나섰다. 과거 이구택 전 회장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건설사업’에 주력했다면, 정준양 회장은 현지 기업 인수와 함께 기존 건설사업을 통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쥐겠다는 삼신이다.

이중에서도 포스코는 현재 막판 협상 중인 베트남의 아시아 스테인리스를 축으로 베트남 철강시장 장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 스테인리스는 연간 8만톤~9만톤 가량의 스테인리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포스코가 만일 이 회사를 최종 인수하게 되면 연간 15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건 물론, 베트남 최대 유통망까지 거머쥐게 된다.

여기에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포스코는 올 9월께 베트남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한다.

냉연제품 70만t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인 냉간압연강대 50만t 등 연간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단계 투자를 통해 2012년까지 연산 300만t 규모의 열연공장도 건설할 방침이다. 이는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철강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에서 70만t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인수한 대한ST(연간 20만t)와 합작해 생산능력을 연간 9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 공장까지 합치면 스테인리스 냉연제품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t을 넘어선다.

하지만 포스코의 이러한 국내외 무차별 맹공에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등 여러 대형 M&A의 단골인수후보로 거론되는데 철강업체로서 미래를 고려하면 시너지가 없는 업종의 M&A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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