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폭풍 전야’의 ‘쌍용차’ 사태

쌍용자동차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시는 장기간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라며 공장을 점거해 파업 중인 ‘죽은 자’와 ‘같이 죽을 순 없다’며 하루 빨리 파업을 철회하고 공장이 정상 가동되길 바라는 ‘살아남은 자’간의 ‘노-노 대립’이 극에 달했기 때문. 또 장기간 파업에 대해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결정했으며 ‘시기’만 놓고 고심하고 있어 공장 안팎의 상황은 마치 ‘폭풍 전야’를 연상케 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쌍용차 사태’의 현장인 평택시를 찾아 사태의 현장 분위기와 함께 주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봤다.

지난 7월16일 경기도 평택역 앞 광장. ‘쌍용자동차’가 평택에서의 영향력을 알려주듯 역 주변에서 ‘쌍용차’와 관련된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현수막의 내용은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쌍용차 사태로 인한 평택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문구였다.

삼엄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외부 세력 차단을 이유로 출입 통제
노조 가족 측, “공적 자금 투입으로 신속히 공장을 정상화 해야”

역 앞에서는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일방적 정리해고반대, 자동차산업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특보를 오고 가는 서민들에게 배포하며 서명 운동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쌍용차 사태의 평택 주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중학생인데 서명운동에 동참해도 되냐”며 자신의 의사를 묻자 이에 나와 있던 대책 위원회 관계자는 “평택 주민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해도 된다”며 학생에게도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음을 전해 주었다.

‘폭풍 전야’ 속의 쌍용차 공장

평택역을 지나 쌍용차 공장에 다다르자 극에 다다른 갈등을 대변하듯 마치 ‘흉가’와 같은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진입로는 의무경찰 한 개 소대가 나와 모든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들은 일일이 오고 가는 차량을 세워 출입증 및 출입 목적 등에 대해 묻고 있었다.

쌍용차 공장 정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 11일 쌍용차 사측은 ‘외부 세력’의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공장 출입문을 막았다. 약 7~8명의 의무경찰들은 방패와 진압복 등의 진압장비를 착용한 채 공장을 향해 삼엄한 경비 근무를 서고 있었으며 그 앞에는 약 10명 이상의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었다. 본지가 기자 신분임을 밝히며 안에 들어갈 수 없냐고 묻자 “들어갈 수 없다. 들어오고 싶다면 쌍용차에 입사하라”며 기자나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다른 출입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곳 역시 경찰들과 사측 직원들이 나와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다가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체 경계의 눈빛만 보냈을 뿐이었다.

경찰 역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었다. 많은 숫자의 의경이나 경찰력이 동원 되지는 않았으나 약 3개 중대가 현장에 있었고 사측 노동자들과 함께 출입구를 봉쇄함과 동시에 공장의 담벼락 주변을 장비를 갖춘 채 유동 근무를 서고 있었다.

공장 사수를 위한 쌍용차 도장 공장안에 있는 ‘죽은 노동자들’의 의지도 강력했다. 드넓은 쌍용차 공장의 외벽을 모두 봉쇄시켜 놓은 것.

이들은 경찰이 공권력 투입에 관한 대책회의를 연 14일부터 공장 바깥쪽을 조립식 선반과 차제 부품 등을 이용해 방어벽을 겹겹이 쌓아 올려놓아 출입이 어렵도록 만들어 놓았다. 아울러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공장 옥상에도 알루미늄 휠과 볼트, 너트 등의 방어용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도장 공장의 출입구에는 거대한 성벽도 등장했다. 금속으로 된 선반과 부품 등을 이용해 웬만한 건물 높이의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도장 공장 사수를 위한 ‘죽은 자’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 걱정돼 왔어요”

쌍용차 사태 현장에서 경찰력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공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가족들이다. 삼삼오오 모여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7월의 따가운 햇볕 아래 양산하나도 없이 공장만을 말없이 지켜보던 두 노모가 있었다.

“아들이 걱정돼 거의 매일 찾아오다 시피 해요” 공장안을 지키고 있는 사람 중 ‘노조 대의원’을 맡고 있는 아들을 둔 이순희 할머니의 말이다. 아들은 오히려 부모님이 걱정된다며 찾아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시간이 날 때면 찾아와 해가 질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멍하니 공장만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씨는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분이 관심을 가지고 말씀만 잘해 주시면 충분히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해결 할 것을 요구하며 “경제 살린다고 해서 뽑아줬더니 불도저처럼 사람들만 밀어 붙인다”며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도 표출했다.

또 “공장안에는 신나 등 많은 폭발물질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식이며 이것이 화재나 폭발 등으로 이어진다면 공장 뿐 아니라 주변의 아파트까지 초토화 될 것”이라며 염려하고 있었다.

“걱정은 되어 나와보기는 해야겠지만 먹고 살려다보니 자주 오지는 못해요” 공장안 노동자의 남편을 둔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는 남편이 공장안에서 파업을 시작한 초반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주 찾아왔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고 가정의 수입이 없고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보니 요즘에는 자주 찾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어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급식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께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다행히도 선생님께서 당분간 급식비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현재 자신의 가정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 박씨는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는 기자의 질문에 “양측 다 바라는 것은 쌍용차의 정상화”라며 “다만 정리해고를 통한 정상화가 아닌 모두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상화를 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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