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무뎌진 MB발 사정칼날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왔던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족쇄를 풀었다. 물론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그래도 한숨 돌릴 정도는 된다. 그동안 백 회장은 수백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의 살벌한 압박 수사를 받아왔다. 이들은 1년이 넘는 긴 법정공방 끝에 결국 법원이 최근 백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그동안 구 정권시절 급성장한 기업들의 권력형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전방위 압박수사를 벌여왔다. 백 회장 역시 여기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부터 검찰이 빼어든 칼이 다소 무뎌지는가 싶더니 이내 흐지부지하게 종결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 받아온 백종헌 프라임 회장, 집유 5년 사회봉사 300시간 판결
일각, “현 정부 국민여론 의식, 더 이상 수사 해봐야 백해무익 판단했을 듯” 지적

최근 백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 받았다. 그동안 백 회장은 1천2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로 검찰의 압박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구속기소까지 됐다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프라임 백 회장, 집유 5년

백 회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긴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를 오랫동안 옥죄였던 쇠사슬을 절반쯤은 잘라냈기 때문. 또한 회사 역시 수장의 경영 공백난에서 어느 정도 숨통을 터일 전망이다.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는 “백 회장이 프라임개발이 인수한 회사채를 동아건설로 하여금 조기 상환하도록 해 동아건설은 404억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프라임개발은 490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며 “백 회장의 동아건설산업(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유죄로 보고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주)한글과컴퓨터에 대한 신주인수권 매입·소각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백 회장이 조성한 비공식 자금 중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금액이 크지 않고 인수한 동아건설과 한컴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해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한 점, 현금 변제 및 담보 제공을 통해 대부분의 피해를 회복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백 회장의 동아건설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동아건설이 발행한 상환우선주 및 신규 차입금은 프라임개발이 인수한 회사채와 비교해 만기 및 이율, 담보제공 여부에서 동아건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돼 있다"며 "동아건설이 이러한 추가적인 금융비융을 부담하면서까지 회사채 전액을 상환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현 정부, 국민 여론 의식?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뒷말이 일고 있다. 으레 나오는 유전무죄에서부터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사당국과 법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정 칼날이 무뎌졌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현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 프라임그룹을 비롯한 LG, CJ, KT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수장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했다. 이유는 구 정권시절 실세들의 비호아래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현 정부의 노림수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부터는 별다른 수사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권력형 비리 혐의를 받아왔던 기업들 대부분이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흐지부지하게 종결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수사당국이 그동안 쫓아왔던 최고 실세가 사라지고 없으니 더 이상 수사를 해봐야 백해무익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만일 계속해서 압박수사를 벌인다면 국민 여론을 악화시킬뿐더러, 기업들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쯤해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하튼 이번 판결로 백 회장과 프라임그룹은 한동안은 이러한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는 하겠지만,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한층 성숙된 행보를 보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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