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문동 골목상가·주민자치센터 방문

25일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 넥타이와 양복을 벗고 연녹색 티셔츠에 하늘색 점퍼를 입은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을 뒤로 하고 구멍가게, 빵집, 떡볶이집 등에 들어가 상인·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악수하며 친근한 대화를 나눴다.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참모들과 마이크로버스를 이용해 현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먼저 찾은 곳은 이문1동 주민자치센터다.

“내가 20대 때 이문동에 살았었다”고 소개한 이 대통령은 직원들을 격려한 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과 탁구교실을 찾았다.

수강생들이 “대통령이 오셨는데 한 게임 같이 쳤으면 좋겠다”고 하자 점퍼를 벗고 수강생 3명과 함께 탁구 복식경기에 나선 이 대통령은 첫 서브를 실수하자 “‘플레이’를 선언해야 시작하는 거야”라며 농담한 뒤 날카로운 서브를 선보이며 약 10분간 경기를 펼쳤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구립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들을 한명한명 안아주고 아이들과 배꼽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한국외대 인근의 골목상가로 향했다.

한 구멍가게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본 뒤 “너무 어렵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뻥튀기를 집어들더니 “뻥튀기를 보면 틀림없이 사게 된다. 어릴 때 길에서 만들어 팔았다”며 2000원을 내고 2개를 구입했다.

빵집에 이어 새마을금고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소상공인, 자영업 하는 분들을 위해 정부가 소액대출을 하는데 새마을 금고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한번 더 생각해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토마토 노점상, 떡볶이집, 과일가게, 식품가게 등을 차례로 들러 물건을 구입했으며, 한 노점상이 최근 정치권의 각종 논쟁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걸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권위가 섰으면 좋겠다”고 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장보기’를 마친 이 대통령은 한 식당에서 상인대표들과 함께 불낙버섯전골을 먹으며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고통받는 사람이 서민층이고,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해도 서민이 제일 마지막까지 고통을 받는다”면서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경제회복이) 제일 빠르다고 해도 기업하는 분들이 바로 혜택을 볼 것”이라며 “서민들은 앞으로 1, 2년 더 고생을 해야 하니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여의도 금융민원센터에서 일일상담원으로 활동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밥장사하는 분이 사채를 100만원 빌려썼는데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조사를 시켰다. 잊고 있었는데 어제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상인들을 위한 조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식은 안되니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서 (소상공인과 생산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팔면 마트보다 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거 이태원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던 경험, 고향인 포항에서 노점상을 했던 경험 등을 소개한 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민들 고생 많다고 말은 하지만 나는 체감하고 있다”며 “내가 환경미화원의 대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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