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권력 초토화!!! 살아있는 권력엔 면죄부

盧 서거...비극적 상처와 오점 남기며 중립 권력기관의 불명예로 낙인 찍힌 검찰
살아있는 실세 천신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법원 “檢 혐의 소명 부족”

검찰은 지난 12일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정관계 로비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정-관계로비 의혹 수사로 사회 지도층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계기 됐지만 "죽는 권력은 무참하게, 살아있는 권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매우 비교 되는 편파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는 종결됐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임채진 전 검찰총장 사퇴, 살아있는 실세 천신일 회장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비극적인 상처와 오점을 남기는 등 중립 권력기관으로서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특검제 도입과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 되고 있다.

‘냄새’나는 朴 게이트 수사 종결

지난 12일 이인규 중수부장은 "국세청의 조세포탈혐의 분석 중 박연차 회장이 정-관지 인사들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정부패척결차원에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검찰수사 대상은 정관계인사들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뇌물과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수사,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로비 수사 세 가지"라며 그동안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 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지난해 1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 기소하며 본격적 수사를 개시한 지 6개월여 만에 친노 세력(민주당 이광재 의원, 정상문 전 비서실장 등)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 까지 총 21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 공개는 물론 천신일 회장 비리연루 혐의를 흐지부지함으로서 이에 친노 세력들은 “살아있는 권력에게 면제부 주는 '용두사미'식 수사 종결"이라며 검찰을 향해 다시 한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임채진 전 검찰 총장의 사퇴로 까지 이어지면서 무리한 전 방위 수사로 비극적인 상처와 오점을 남기는 등 중립 권력기관으로서 불명예로 낙인 찍혔다는 평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박 전 회장을 탈세 혐의로 구속하고 나서 비자금 계좌 등을 추적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불법자금을 건넨 단서를 포착했다. 지난 3월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체포하면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정대근 전 농협회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탄력이 붙는 듯했다.

600만달러를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 전달했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조카사위 연철호씨를 잇달아 소환하고 지난 4월30일에는 노 전 대통령까지 직접 조사해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이 사법처리를 한 달 남짓 미루던 사이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 후폭풍 역으로 검찰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이번 수사 진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비난의 질타를 받았다.

실제로 일각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절차와 진행 기법상의 문제, 그리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했다. 즉 전 정권에 대해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을 정도로 중소기업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실시, 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 수사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해 진행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한 셈이 됐다.

특히 살아있는 실세로 불리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검찰의 소명 부족으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기각함에 따라 죽어있는 권력과 확연한 차이를 들어냈다.

살아있는 권력에 희망 주는 檢?

결과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는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게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초토화시킨 검찰의 중립성 없는 수사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 여론을 겉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각되면서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꼴이 됐다.

지난 2일 태광 실업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날 천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무려 7시간을 검찰과 공방을 벌이며 조세포탈 및 알선수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참고로 천 회장은 지난해 7~11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에 나서는 대가로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선수단 격려금 등 7억여 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고, 박 전 회장의 지인 등을 통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 이를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해 100억여 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03년 세중나모인터렉티브, 2006년 세중여행을 각각 합병해 세중나모여행을 만들고 합병·분할을 통해 13개 계열사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및 우회상장 등의 방법으로 보유주식을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심리를 맡은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과 관련해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 등에게 청탁한 사실은 소명됐으나 그 대가로 중국 베이징에서 15만 위안(2300만 원)을 받았다는 점과 박 전 회장의 회사에 투자한 돈 중 6억2천300만 원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이같이 밝혔다.

즉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게는 부실수사를 했다는 얘기다. 이는 천 회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천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지난달 6일 시작되면서 이와 관련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고, 바로 다음날인 7일에도 천 회장의 자택 등 무려 18곳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혐의 입증 핵심인 한상율 전 국세청장에게 검찰이 당시 세무조사의 전반적인 내용과 직결돼 있는 그를 직접 소환조사 하지 않고 이메일 서면 조사만 벌이 등 “너무 속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 여론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한 전 청장에 대해 “현재 참고인인 한 전 청장이 귀국을 원하지 않아 소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전자통신 서면조사는 공식 조사 방법 중 하나”라고 소극적인 늬앙스를 풍기며 딱 선을 그었다.

조사 후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는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답했다”며 “세무조사 착수 배경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와 관련해 충분히 진술을 들은 만큼 귀국한다 해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 정·관계 로비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세무조사 과정을 정상적인 보고라인을 넘어 직접 챙기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까지 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부터 검찰이 한 전 청장의 출국을 막지 않은 것에 대해 논란이 인 바 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운하 전도사’로 불린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거액을 받고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 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음에도 불구,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의 말을 근거로 “이 의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수사 선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12일 최종 수사 발표에서 검찰은 17대 대선 당시 천 회장이 이명박 후보에게 건네준 30여억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혀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천신일 특검 도입되나

6월 임시국회 개회를 둘러싼 여야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민주당이 국회 개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요구사항 중 ‘천신일 특검’ 도입이 포함돼 있어 국회 개회와 맞물린 특검 도입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 발표 후 한나라당은 수사 내용에 만족한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치졸한 변명이고 살아있는 권력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죽은 권력에 대해 처참히 짓밟았다”며 ‘천신일 특검’ 과 노무현 서거에 대한 국정조사 도입을 거세게 주장했다.

이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은 권력형 부패의 재발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검찰 수사였다”며 “우리는 지도층부터 사회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표적수사 보복수사가 아니었다는 치졸한 변명, 살아있는 권력에 하염없이 작아지고 비겁한 검찰,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고도 여전히 반성 없는 검찰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박연차·천신일 특검’ 도입의 절대적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바로미터가 됐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박연차·천신일 특검’과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해 그들의 주장대로 검찰수사의 정당함을 증명하라”고 촉구하면서 특검 도입과 함께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천신일 특검' 도입 요구에 가세했다. 보수당인 선진당 이 특검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서 여권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그동안 박연차 천신일 사건에 대해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제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금요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검찰에 대해 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회가 개회되면 특검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이 ‘산 권력’의 실세 인사라는 평을 듣는 천신일 회장을 수사대상으로 삼았으나, 법원에서 영장청구가 기각될 만큼 엉성한 피의사실로 불구속기소 하는 데에 그쳤다”며 “이 밖에도 몇몇 여권인사를 불구속기소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국민은 검찰이 산 권력에는 관대하고 죽은 권력에는 기혹하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검찰이 보인 수사에 대한 매우 강한 의욕과 투망식으로 수사를 확대해온 행태에 비춰 볼 때, 이번 수사결과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수사를 애써 봉합하고 종결지으려 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회창 총재의 특검 도입 찬성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의 공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특검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선 “무서울 게 뭐가 있냐. 정당한 수사라면 특검을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후폭풍을 정면 돌파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특검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특검을 발의하기 위해선 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한나라당으로서 불똥이 튀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의원들은 ‘정치적 이용에 불과’라고 반박하고 나서고 있다. 즉 한나라당이 거대 170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다 거부하면 특검 도입을 물거품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한나라당 내부는 지금 쇄신파-지도부, 친이계-친박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면서 이명박 정권의 국정기조 전환에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과연 단결된 행동을 보일지가 미지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여론이 특검제 도입을 통해 노무현 서거에 대헤 진상규명을 원하는 만큼 한나라당이 이를 쌍수를 들고 거부만 한다면 후일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코자 특검제 도입에 신중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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