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면 죽는다!

미래에셋생명보험(이하 미래에셋)이 끝내 업계 최초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그동안 미래에셋에서 퇴직한 보험설계사들은 ‘수당 환수’ 문제를 놓고 회사와 지루한 입씨름을 1년 넘게 벌여왔고,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퇴직 설계사들은 미래에셋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미래에셋 측 또한 소송에 임하는 각오가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 최초로 설계사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이거니와 소송 결과가 가져다 줄 파장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생보사들과 연대해 공동대응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이들의 지루한 법정공방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생명 출신 퇴직 설계사 135명,‘채무부존재’등 소송 제기
수당 환수 문제 놓고 연일 ‘갑론을박’ … 지루한 법정공방 예고


지난 5월27일 미래에셋에서 퇴직한 보험설계사(FC ; Financial Consultant)들이 서울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이들은 끝내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미래에셋 퇴직 설계사 135명은 “재직 중에 지급한 선지급 수당을 퇴사 후에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미래에셋을 상대로 채무부존재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업계 최초 집단소송 제기


사실 이들 간의 공방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당 환수 문제를 놓고 1년이 넘게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그래도 소장을 접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퇴직 설계사들이나 업계에서는 내심 ‘화해’를 하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미래에셋이 선지급 수당 제도에 따라 퇴직한 설계사들에게 ‘수당 환수 안내장(환수 통지서)’을 발송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선지급 수당 제도는 보험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설계사가 계약을 성사시켰을 시 총 수당에서 55%~60%를 미리 지급하고, 나머지 40%~45%는 1년 동안 나눠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때 보험사와 설계사 간 계약 체결할 때 수당 지급부분에 대해서는 계약이 1년 유지를 해제조건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만일 계약이 이 기간 동안 유지 못하게 되면 반대로 설계사가 보험사에 지급해야 할 수당 반환금이 생기게 된다.

미래에셋은 이에 근거해 계약 이행을 완료하지 못한 퇴직 설계사들을 상대로 수당 환수를 벌이게 된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수당 환수 통지를 받은 미래에셋 출신 퇴직 설계사들은 3000~5000명. 이들에 대한 수당 환수 요청 금액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를 볼 때 만일 1인당 환수금이 1000만원이라 가정하고 3000명에게 청구했다면 총 환수 금액은 자그만치 300억원이 넘는다.

환수 통지에 분노한 FC들


이에 미래에셋의 일방적 환수 통지서를 받은 퇴직 설계사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에셋이 설계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을 주지도 않은 채, 설계사들의 주머니 털기에만 급급하다는 것. 더구나 미래에셋은 환수급을 거부했을 시 보증사를 통해 강제 환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설계사들은 온오프라인 모임을 결성해 미래에셋의 횡포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이들의 온라인 모임인 보험사환수대책 카페 게시판에는 이들의 분노에 찬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께 퇴직한 A씨는 올해 초 미래에셋으로부터 수당을 환수한다는 통지서를 받은 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환수 금액은 수백만원대. 하지만 통지서에는 A씨가 재직하면서 따낸 보험에 대해 미처 받지 못한 성과수당에 대한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그는 “미래에셋이 정작 돌려줘야 할 수당은 주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제 환수만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현직 미래에셋 설계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퇴직과 동시에 환수금 문제로 빚더미에 앉을까 걱정해서이다. 실제로 일부 퇴직 설계사 중에는 환수문제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하고, 현직 설계사들은 회사의 환수조치가 두려워 섣불리 회사를 떠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퇴직 설계사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미래에셋측은 어떨까.
미래에셋 관계자는 “설계사들과 수당 환수 문제를 놓고 비단 어제오늘 실랑이를 벌인 것은 아니다”라며 “누차 강조하지만 수당의 선지급 및 이에 대한 환수, 보험설계사 해촉과 관련된 처리는 관련 법령, 회사의 내부규정 및 보험설계사와의 위촉계약에 근거해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일부 설계사들이 선지급수당의 환수에 대한 근거가 없다거나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데, 회사의 ‘FC보험영업지침’에 상세히 설명돼 있으며 또한 수차례에 걸쳐 이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선지급수당제도를 악용하는 이른바 ‘먹튀 설계사’로 인한 ‘도덕적 해이’ 근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생보협회 통한 ‘공동 대응’ 계획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번 소송을 준비 중인 미래에셋 법무팀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설계사들의)집단소송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그런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회사측도 인지하고 있기에 생보협회를 통해 여럿 생보사들과 함께 공동 대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회사가 규모가 크다보니 우리만 (언론에) 집중 부각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이런 부정적 기사로 인하여 현재 몸담고 있는 유능한 설계사분들의 유출과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이는 곧 회사의 영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에는 6천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하튼 이들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가운데, 앞으로 최소 2년여 정도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보험업계는 이번 집단소송으로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미래에셋을 시작으로 동양생명을 비롯한 ING·대한·교보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 또한 소송에 곧 돌입할 전망이어서 업계 전반에 걸쳐 피튀기는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보험사들은 각개 전투와 동시에 생보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공동 대응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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