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운업 진출설 두고 뒷말 이는 내막

‘그린 필드’ 이 전 회장, 적극적 해외 투자와 공장설립 등 굵직한 경영방식 펼쳐
‘브라운 필드’ 정 회장, 기존 사업 인수 또는 보강 투자해 내실다지기 방식 펼쳐


철강전문 기업인 포스코가 최근 해운업 진출설에 휩싸였다.
소문의 골자는 포스코가 중견해운기업인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이를 위한 실사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것. 그러자 포스코 측은 “대우로지스틱스의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인수를 모색했을 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해운업 진출은 앞선 추측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의 의견은 분분하기만 하다. 과거 조선업에 관심을 보였던 포스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 이에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설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 뒷말이 무성하게 일고 있는 내막에 대해 본지가 짚어봤다.

▲ 포스코 이구택 전 회장과 정준양 회장

포스코가 계열사를 통해 해운선사인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한 검토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안팎에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잘나가는 철강산업 전문 기업인 포스코가 왜 해운업 진출을 꾀하고 있냐는 것이다.

더욱이 기존 해운선사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법적으로도 포스코와 같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규제되어 있다. 이처럼 해운업 진출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왜 포스코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꾀한 것일까.

사실 포스코는 해운업보다는 조선업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과거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가 GS의 배신으로 인수전 막판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도 대우조선에 대한 한화의 매각 협상도 결렬된 마당에 포스코가 대우조선이 아닌 해운업체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구택 전 회장의 ‘포스코’

하지만 대우조선 인수를 꿈꿨던 포스코와 지금의 포스코는 다르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월 포스코는 그룹의 수장이 이구택 전 회장에서 정준양 현 회장으로 바뀌는 가장 큰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 관계자들도 조선업이 아닌 해운업 진출로 포스코의 계획이 수정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장이 바뀐 만큼 모든 경영정책 등이 모두 새 수장의 의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구택 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69년 공채 1기로 포스코에 입사한 이 전 회장은 열연기술과장, 수출부장, 경영정책부장, 신사업본부장, 포항제철소장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회장직에 올랐다.

그가 취임한 2003년 당시, 국내 철강 수요는 뚜렷한 둔화세에 접어들었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철강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끊임없는 투자와 혁신을 주도했다.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경영 스타일을 가졌던 이 전 회장은 평소 “포스코는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 전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 투자와 공장설립과 같은 굵직한 M&A에 집중하며 ‘그린 필드’식 경영을 포스코 재임시절에 펼쳐 나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수 차례 발생했던 M&A 기회에서 고배를 마시며 오너 경영인에 비해 추진력이 약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보철강 인수와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굴직한 M&A에 나선 바 있으나 한보철강은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에 고배를 마셨으며, 대우조선해양은 GS그룹의 컨소시엄 탈퇴로 중도탈락하기도 했다.

베트남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도 오랜 기간 동안의 준비를 거쳐 제철소 건설부지 등을 선정했지만, 지난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갑작스레 부지이전을 요청받아 현재는 답보상태다.

그러던 지난 2월 이 전 회장은 임기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를 결심하고 40여년간의 포스코맨 생활을 청산했다. 그의 사퇴를 두고 아직까지도 ‘외부압력설’ 등이 불거지고 있긴 하지만, 재계 일각은 이 전 회장의 경영성과도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준양 현 회장의 ‘포스코’

이구택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지난 2월 포스코의 새 수장이 된 정준양 회장은 처음에는 이 전 회장과 경영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그런 재계의 전망을 정 회장은 보기 좋게 차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코의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그는 이 전 회장과는 다른 경영방식을 구사할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직후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부지공사부터 시작해 제철소를 건설하는) ‘그린 필드’ 방식이 아닌 (기존 제철소를 인수한 뒤 보강 투자하는) ‘브라운 필드’ 방식으로 투자와 M&A(기업 인수·합병)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철강전문기업 포스코, 중견해운기업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검토에 재계 관심 집중
포스코 해운업 진출…해운선사들 반발에 법적규제까지 첩첩산중 ‘가시밭길’ 예상


그는 “불황기에는 새로운 제철소를 짓는 방식보다 매물로 나온 제철소를 인수해 추가 투자하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분명히 생존부터 해야 하지만 체력을 비축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작업도 동시에 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이 전 회장이 무리한 M&A를 시도하고 베트남 등 해외에 공장설립을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기존의 철강사업을 보강하고 키우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M&A 방식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경영방식은 취임 당시의 경제상황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만, 정 회장의 행보는 이 전 회장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 회장의 의지는 새로 구성된 조직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단행한 인사에서 회장 직속 기구로 글로벌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성장전략실과 녹색성장추진사무국을 신설했다. 이 두 조직은 정 회장의 뜻에 따라 ‘브라운 필드’와 ‘환경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정 회장은 또한 과거 이 전 회장이 아시아지역에 국한해 해외사업을 펼쳤던 것과는 달리 향후 북미와 유럽지역의 철강업체 투자와 해외 광산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의 해외 가공공장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에 14개, 일본 4개, 태국 3개, 인도 3개, 멕시코 3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슬로베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각 1개 등 주로 아시아권에 집중돼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올해를 필두로 비 아시아권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연료전지 등 현재 포스코가 진행중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 진출은 회장님의 뜻?

▲ 포스코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모색 역시 정 회장의 ‘브라운 필드’식 경영 스타일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악화로 전세계적으로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같은 무리한 M&A 보다는 중견해운선사인 대우로지스틱스와 같은 비교적 소규모의 M&A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통해 내부 반발 세력 등에게 자기 경영능력 보여 주기 위해 이 같은 인수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내·외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조선업에 진출하기 위해 정 회장이 해운업을 중간다리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여하튼 재계 일각에 따르면 이번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설 그 내막에는 결국 포스코의 새 수장인 정준양 회장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경영상황이 악화된 대우로지틱스의 요청에 의해 지원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했을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우로지틱스에 대한 실사에 나섰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인수 검토는 대우로지스틱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여러 모색 방안 중 하나일 뿐이다. 검토도 해운업 진출에 대한 관련 법규 정도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기업 M&A는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M&A에 실패했을 때 ‘당분간 국내 M&A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은 구체적으로 계획됐던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준양 회장은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오히려 더 좋은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를 물색해 M&A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적은 있다”며 “정 회장의 ‘브라운 필드’ 방식에 따라 설비투자조로 마련한 7조원 가운데 대부분은 제철과 관련된 국내사업 재투자에 배정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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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이사 [미니 인터뷰]
“포스코 해운업, 진출 이해할 수 없다”

지난 5월27일 본지는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국선주협회의 양홍근 이사를 만나 이번 인수설에 대한 해운업계 선주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포스코의 대우로지스틱스 인수설에 대한 선주들의 입장은.
선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포스코와 같은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해운산업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선주들은 강력하게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반대하고 있고, 오늘 반대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포스코에 전달할 계획이다.

▲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등의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실상 자사 계열사의 물류를 운송하다보면 원가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어 그 효과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글로벌시장에서도 대형화주들이 직접 해운업까지 진출하는 사례가 많지 않나.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적으로 해운사업을 진행해 100% 국내에서 수주를 소화하고 있다. 경영투명화를 위해서도 제삼자물류를 세계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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