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노무현 법정 공방 2라운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이 임박했다. 검찰은 구속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권양숙 여사의 비서 역할을 했던 여성 행정관을 불러 조사를 벌이는 등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인규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우병우 중수1과장 등을 내세워 상당한 물증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검찰이 확보한 물증은 박 회장의 600만달러와 정 전 비서관의 횡령금 12억5,000만원등이다. 이 부분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포괄적 뇌물’로 밝히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차적인 물증인 박 회장의 진술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이 부탁했다” 진술확보

진술내용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100만달러를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500만달러를 보냈다”는 것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정 비서관이 박 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에게 “노 전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의 부탁을 들어보라”는 취지로 전화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와 100만달러가 오가는 과정에 직접 개입됐을 것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검찰은 또한 정 전 비서관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7월까지 6차례에 걸쳐 빼돌린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최근 터져나온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1억원 짜리 명품시계를 선물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에 대해서는 서둘러 진화를 하려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노 전 대통령 쪽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검찰은 “발설자를 색출하겠다”며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론들도 이번 시계건은 “사건과 별 관계도 없는 내용을 검찰이 흘린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을 망신 주자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흐르자 검찰은 난감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쪽의 반응을 이해한다. 명품 시계 선물내용을 흘린 해당자는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빨대다. 발설자를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홍 기획관은 “사법 절차 범위의 한계를 넘어 고통을 받는 부분이 많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하도록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의 이같은 언급은 서면조사 착수와 소환조사를 앞두고 쓸데없이 노 전 대통령 쪽을 자극함으로써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환에 대비 만반의 준비 中

노 전대통령쪽도 검찰의 소환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있다.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인데다 변호인단에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진국 전 청와대 법무실장,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어 검찰도 바짝 긴장을 하고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모임 '8인회'의 멤버인 강보현 화우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대통령 김경수 비서관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답변서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도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김 비서관은 이어 검찰이 예상하는 대로 “이번 주말까지 답변서를 작성할 수 있을지 시기를 특정할 수 없으나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작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답변 내용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이미 밝힌 내용을 번복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12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100만달러에 대해서는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어서 받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쪽에 전달한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투자이며 퇴임 뒤 알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속된 정 전 비서관 역시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주려고 만든 돈인데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것도 노전대통령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다.

노전대통령 처음에는 ‘설마’했다.

노 전 대통령도 직접 나서고 있다.

조만간 자신의 홈페이지인 “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은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다고 한다.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이다. 용서 바란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지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다. 마음속 한편으로는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다.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변명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500만불, 100만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느냐?”고 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지만, 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다. 또 하나 제가 생각한 것은 피의자로서의 권리였다.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용은 그만 조기송환해 달라”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되었을 때는 ‘절망했다’고 한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다.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다. 그는 저의 오랜 친구이다.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다.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이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맺음말에서 “더이상 저는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고 자책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었다.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선 안 된다. 저를 버리셔야 한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노 전 대통령측은 “수사가 길어질 경우 유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하고 조기소환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금 너무 힘들다. 노 전 대통령 내외분도 힘들고 주변분들도 힘들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국민도 피곤해하고, 조사받는 사람들도 수도 없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내외분이 거의 집안에 갇히다시피 한 것이 벌써 20일 가까이 됐다 검찰이 소환조사 일정을 빨리 결정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현재 노 전 대통령 측이 서면 질의서의 답변을 오는 4월말경까지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도착하는 대로 검토에 들어가 소환조사 시기를 노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과 협의할 계획이다. 또 노 전 대통령 소환에 대비,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까지의 이동 경로 및 청사 도착 이후 경호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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