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정화

무대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대한민국 대중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는 언제나 색다른 변신을 하기에 늘 기대가 되는 배우다. 그래서 다채로운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배우’라는 타이틀이 가장 와 닿는다. 그만큼 엄정화는 그만이 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연기로 종횡무진 연예계를 오가며 ‘배우’의 영역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팬들을 만족시키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이기에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하는 그의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배우 엄정화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첫 시사회가 진행됐다.

오랜만에 영화로 얼굴을 비춘 두 배우, 엄정화 김래원에게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그중에서도 단연 영화의 꽃인 여배우에게 후레시가 많이 터졌다.

엄정화는 이날 검정색 원피스에 단아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아직도 영화 속 캐릭터인 ‘배태진’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어 그가 영화에 얼마나 열중했는지 가늠 했다.

“래원씨와 기싸움 좀 했어요”

제작자와 감독(박휘곤), 김래원과 함께 등장한 엄정화는 “저도 오늘 처음 영화를 보는 거라 많이 설레고 긴장된다”며 “아무쪼록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시사회는 영화가 끝나고 연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긴장을 한 배우들이 질문을 못 듣는 등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성 있는 연기로 ‘배우’의 영역을 지키는 그…이번엔 ‘악녀’로 돌아와
캐릭터 즐겨…팜므파탈로만 소개할 수 없는 격조 있는 카리스마 선봬

하지만 그는 처음보다 자신감 있는 어조로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했다”는 감상평을 해 그가 영화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신인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환경에서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배우와 스탭들이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복원’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영화에 도입하기 위해 그려진 미술작품들은 영화 속에서 가차 없이 부서지기도 해 안타까움을 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을 둘러싼 전쟁 같은 사기극이 펼쳐지고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앙상불을 이룬다.

엄정화는 상대배우 김래원과 부딪치는 장면이 많아 영화 안에서 서로간의 기싸움이 볼만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장면이 많죠. 배태진은 이강준(김래원 분)을 이용하고 없애려는 속셈이 있고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웃음) 이강준도 배태진에게 나름의 속셈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들키지 않으려는 기싸움은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죠.”

러브신이 없어서 서운하지 않았냐는 말에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런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왜냐면 그게 이 여자를 표현하는데 더 적합했거든요.

▲ 극중 '배태진'(엄정화 분)


영화 속에서 배태진은 돈이 자신의 모든 것을 살려주는 것이고 세상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명성으로 정재계를 아우르는 남자 같은 성격의 여자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돈이고 최고의 명예와 권력을 가지는 것뿐이라서 러브신이 있었으면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감독님과의 소통도 잘 됐다는 그는 “추운 날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촬영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얘기가 다르고 배경이 다르고 사람이 달라서 그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영화촬영장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며 어느 때보다 밝게 웃었다.

‘타짜’ 정마담과 난 달라

‘인사동 스캔들’은 사실 엄정화에게 남다른 영화이기도 하다.

그건 그에게 생애 처음 악역을 선물해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양한 변신을 하며 ‘센’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악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 최고가의 그림 ‘벽안도’를 손에 넣은 미술계의 큰 손 ‘배태진’을 어떻게 연기할지 개봉 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팜므파탈로만 소개할 수 없는 ‘배태진’을 격조 있는 카리스마로 소화해 내 ‘역시 엄정화다’라는 스탭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 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영화 출연을 고사 하려고 직적 감독님을 찾아 갔었어요. 여성적인 면보다는 남성적인 면이 많은 ‘배태진’을 소화할 자신이 없어 출연을 고사한거죠.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을 바꿨어요.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거죠.”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그는 “감독님이 ‘배태진’의 18, 19살을 얘기해주셨어요.

살아온 이야기에서부터 이 여자의 성격이 이렇게 성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또 태진이가 욕심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타짜’의 김혜수와 비슷한 느낌이면 어쩌지 하는 우려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그가 일부러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강한 눈빛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나중에는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악마적 캐릭터의 강함을 즐기며 촬영을 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한 그는 “이 여자의 캐릭터가 외모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무장을 했을 것 같았어요. 감정이 밖으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차갑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그래서 메이크업이나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덕분에 그가 이번 캐릭터를 위해 영화 속에서 선보인 의상과 액세서리는 무려 2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적인 부분만이 아닌 외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배태진’으로 무장한 그의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오는 4월30일 관객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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