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공사 직원의 이중생활 <사연 속으로>

경기도 남양주경찰서의 지역형사 5팀. 어둠속에서 한 남성이 취조를 받고 있다. 용의자 신분인 그는 경찰서가 아닌 한국철도공사에서 일하고 있어야할 구모(43)씨. 불과 얼마 전까지 ‘잘나가는 공기업’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그가 초라한 모습으로 취조실에서 조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막힌 사연 속으로 본지가 들어가 봤다.

▲ 집중 추궁으로 범행을 밝혀낸 남양주 경찰서


경기도 남양주경찰서는 지난 6일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 등 장물을 사들여 되판 혐의(장물 취득 등)로 한국철도공사 직원 구모(43)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구씨의 고교 동창 최모(43)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십개의 노트북·귀금속 발견

지난 16일 사건을 담당한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를 만나본 바에 의하면 한 피해자가 170여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도난당하였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고 범인을 잡기 위해 컴퓨터의 기록된 일종의 일련번호를 제조사 측에 의뢰해 같은 기기의 번호가 나타났을 때 연락을 취해 달라고 했다.

얼마 후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이 발견 되었다’고 제조사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IP주소를 추적해 접속자를 찾아냈고, 또 다시 2차례에 걸쳐 노트북 제공자를 역추적한 결과 장물아비인 최씨를 검거하게 되었다.

주택대출금,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범행 결심

최씨는 장물인지 알고도 친구 구씨로부터 물건을 사들여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장물인지 모르고 노트북을 구입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장물의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노트북을 구입했기 때문에 범죄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도 장물을 산 것에 관련해 피해를 본 ‘선의의 피해자’이다”고 설명했다.

노트북의 장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알고 구입한 최모씨는 현재 용산에서 노트북등의 전자제품을 팔고 있는 판매상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검거 후 물건을 출처를 묻자 자신의 고교 동창인 구씨로부터 사들였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물인 노트북의 최초 시작인 구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구씨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용의자의 주거지에 잠복했고 주거지 근처에서 구씨를 검거하였다.

남양주경찰서 형사들이 구씨의 집을 수색한 결과 구씨의 집에서는 수십대의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싯가 90만원 상당의 3부짜리 물방울 다이아몬드 7여점, 시가 50만원 상당의 루비 원석 8여점을 발견했다. 훔친 보석들은 서울 종로의 귀금속센터등에 팔아 넘긴 것으로 밝혀 졌고 경찰은 현재 훔친 것으로보이는 보석들에대해서도 역추적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이미 검찰에 넘어가 송치된 상황이지만 훔친 다이몬드와 루비등의 귀금속을 발견하게 되면 더 많은 혐의가 추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검거된 구씨는 조사 초반에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으로부터 장물을 사들여 되팔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가 구씨가 ‘직접 훔친 것이 아닌가’하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고 집중 추궁 끝에 도난품들에 대해 사들인 것이 아니라 직접 훔쳤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구씨의 절도 수범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절도를 했는지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전문 빈집털이범과 같은 수법으로 물건을 훔쳐 왔다고 한다.

경찰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구속된 구씨는 이번 사건 전에도 서울 광진 경찰서에서 장물 취득에 관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계속해서 주웠다고 주장하였으며 변호사도 선임해서 무죄로 판결된 과거도 가지고 있으나 이번 건에 관해서는 철저한 조사등으로 인해 유죄가 증명 될 것이라고 한다.

계속 된 거짓 진술로 일관… 경찰, “조사하기 어려운 용의자” 하소연

구씨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집대출로 9000여만원의 대출금이 있었고, 주식 투자의 실패로 빚을 많이 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이자를 갚을 능력이 안되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구씨를 취조한 남양주 경찰서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조사도중에서도 계속 거짓말로 일관하여서 조사하기 힘든 범인 중에 한명이었다”고 말하며 “거짓 진술에 대한 서류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협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범의 여부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공범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집중된 추궁으로 인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공범이 있음을 시인했다”며 “현재 공범은 추적중에 있으므로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씨는 전문빈집털이범이기 이전에 철도공사의 한 직원이었다. 검거될 당시까지도 서울의 한 철도공사 지부에서 과장급 정도의 직위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철도 공사에서는 성실한 사람

지난 16일 본지가 직접 철도 공사 관계자를 만나본 결과 “그가 이런 일을 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다”고 말하며 그도 그럴 것이 “평상시에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일처리를 잘하는 직원이었으며 특별히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고 전했다.

철도 공사 관계자는 철도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신원 조회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채용하지 않는다며 선발과정에서 ‘인성’에 관한 부분은 면접을 통해서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철도 공사 관계자는 거의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에 인성에 관해 교육하고 있다며 공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회사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타의 모범이 되는 공기업 직원이 되자라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철도 공사의 직원들이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까봐 걱정했다.

또한 구씨의 주식 투자 실패에 관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그런 부분까지 회사가 신경 쓰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구씨에 대한 사내의 처벌 규정에 대해 철도 공사의 사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 박탈과 같은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으며 향응이나 접대를 받은 직원들은 사표 수리조차도 해주지 않으며 징계나 처벌로써 다스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대해 철도 공사 관계자는 “구씨는 아직 유죄 여부가 판결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써 어떤 처벌이 내려질 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하며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철도 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더럽힌다’ 라는 말처럼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모범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철도 공사의 이미지를 나쁘게 훼손시킨 것이 가장 안타깝다. 3만여명의 철도 공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해 무척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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