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색, 위기의 남북관계

최근 남북관계는 극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사일 발사정국으로 경직된 이후 한미 ‘키 리졸브’연습을 딴지 걸던 북한은 군사통신선을 차단하고 통행제한을 걸어 남한 인력의 소통을 제한하는가 하면 바로 다음날인 다시 통행제한을 푸는 등 위협과 온건책을 되풀이 하며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 최근 남북 관계 경색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


강경 구실 ‘키 리졸브 훈련’

3월 초 미사일 발사 임박을 시사하는 북한측의 조치는 분명 한반도를 비롯한 극동권의 외교적 관심 촉발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긴 했으나 북한의 ‘직접적 행동’을 보이진 않았던 강한 ‘시위형 외교’였다. 북은 이 같은 ‘시위형 외교’에 이어 행동적 압박을 보였다.

북한은 판문점에서 열린 북한군과 유엔사간 장성급회담에서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은 한미 연합군 사령부 주관으로 매년 실시되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다.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 연습’은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실시되고 참가 규모는 2만 6000명 정도이다.

이 훈련에 대해 한미 연합군 사령부는 “우리나라가 북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가정해 실시하는 훈련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경우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한미 연합군 사령부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라며 북한 측의 훈련 중단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보였다.

한미측이 이를 중지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북한은 잇따라 강수를 내보였다.

대남 압박 시작한 北

북한은 이번 ‘키 리졸브 훈련’을 구실로 삼아 민항기 안전보장 불가, 군 통화라인 중지, 육로 통행제한 조치를 보이며 우리측에 직접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먼저 지난 5일 북한 영공을 지나는 남한의 민간 항공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대남 압박을 시작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는 대변인 성명에서 “한·미의 무분별한 북침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 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됐다”며 “군사연습 기간 우리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맹비난하며 대남 압박을 시작했다.

조평통은 이어 이번 ‘키 리졸브’에 대해 “전쟁연습 기일을 지난 해보다 2배나 늘이고, 훈련 내용을 더욱 도발적인 것으로 바꾸는 등 이번처럼 도발적이고 위험한 성격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기는 처음”이라며 “우리 공화국(북한)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로 우리측 민항기들의 경제적-시간적 손실로 이어졌다. 하지만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엔 군 통신선 차단과 더불어 육로 통행 제한 조치를 내보이며 ‘키 리졸브 훈련’취소를 요구하며 대남압박을 이어갔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말을 인용 “키 리졸브 기간에 개방돼 있는 동-서해지구 남북관리 구역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단호히 군사적 통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의 조치로 인해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측 인원 726명이 개성공단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와 11시 세 차례에 걸쳐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에서 방북 절차와 관련해 연락을 해오지 않아 방북이 진행되지 않았다. 또 개성공단에는 남측 인원 573명이 체류중이고 오후에는 242명이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육로통행 제한 조치로 이날 남측 인원은 북한에 억류된 지경에 이르렀다.

협상 위한 ‘압박 외교’

이처럼 대남 압박을 계속하던 북한이 단 하루만에 육로통행 재개 조치를 시행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측이 제기한 문제에 응해 북한이 오늘 9시 10분 군사분계선 통과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이 오전 9시10분께 동. 서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로 2개 문건을 우리측에 보내왔다. 북은 이 문건에서 오늘부터 동. 서해지구 남북간 육로통행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방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출국이 가능해 지며 그동안 귀국치 못했던 개성공단 체류자는 이날 오후부터 정상 귀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성공단 관계자는 “북측의 군 통신선 차단 조치는 유효하다”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남북이 출입자 명단을 인편으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통행을 정상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혀 완전한 정상화에는 시일이 소모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이렇게 빨리 육로제한을 허용한 배경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남북포럼 등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첫째는 무엇보다고 국제적인 여론 악화와 유일한 경협 창구인 개성공단 통행 중단에 따른 책임론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매달 10일에 월급을 받고 있어 이날이 2월분 월급을 지급하는 날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북한 근로자 등 내부의 반발도 부담이 됐다는 지적이다. 육로통행이 중단되면 개성공단 근로자 4만여 명이 한명이 평균 75달러 정도인 3백만달러를 지급받지 못하고 한미 훈련기간 동안 통행이 중단돼 원자재 반입을 하지 못하면 작업을 하지 못해 3월분 임금 지급도 불확실하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를 무효화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민간의 교류협력, 특히 개성공단 활동만은 보장한다는 기조를 보인 점도 고려된다.

군 통신선 차단을 통해 남북 통신 단절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려 했지만 이 조치가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을 마비시킨다는 데까지는 북한 군부의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가정인 것이다.

개성공단 관계자도 “어제 북측 개성공단 관리 당국과 북측 출입관리당국은 군부의 조치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고 말해 이점을 뒷받침 했다.

협상을 위한 긴장감 조성을 위한 북의 ‘압박 외교 수단’ 의견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단 하루의 통행 차단을 통한 쇼크를 보여줘 북의 ‘압박 외교’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것.

북한의 이러한 압박 외교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서 “미국은 북한이 세게 나오는 경우 달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며 “오바마 정부가 북ㆍ미 대화를 하겠다는 방향으로 얘기해왔기 때문에 북한은 기왕 그럴 바에 속도감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신선 차단 등으로 남북간 커뮤니케이션이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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