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차에 헌 심장 이식했나

▲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에쿠스.

미국 10대 엔진 선정된 현대차 ‘타우엔진’은 남의 것?
전과범 현대차‘억울해’…“일각, 억지 홍보가 부른 일”

명품 자동차에 있어 명품 엔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지난 3월11일 현대차는 최고급 명품 자동차를 표방한 ‘신형 에쿠스’ 신차 발표회에서 그에 걸맞은 명품 엔진도 장착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타우엔진’을 에쿠스 후속 모델에 탑재한 것. 타우엔진은 현대차가 북미시장을 겨냥해 2005년부터 약 4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에쿠스에 명품 엔진 장착

현대차의 타우엔진은 지난해 12월 초 미국 자동차 전문지 위즈오토(Wardsauto)가 선정한 ‘2009 10대 최고엔진’에 선정됐다. 지난 1994년부터 시작된 워즈오토의 10대 엔진 선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업계에서는 소위 자동차엔진 부문의 ‘아카데미 상’으로 불리기 때문. 그만큼 공신력을 갖춘 상이란 것이다. 워즈오토는 “(현대차의)타우엔진은 힘의 전달이 부드럽고 동력성능에서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극찬을 아까지 않았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만든 최고급 대형엔진이 북미 판매 전 차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10대 엔진에 들었다는 것은 한국 자동차 연구개발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라고 자화 자평했다. 나아가 현대차는 수상을 계기로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뒤늦은 의문 부호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뒤늦게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과연 ‘현대차가 홍보한 내용대로 타우엔진이 현대차의 순수 100% 독자 기술로 개발한 엔진이란 표현이 적절한가’하는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타우엔진은 오스트리아의 엔진컨설팅업체인 AVL사에서 설계도면과 하드웨어를 들여와 변형을 가해 개발한 엔진으로 일각에서는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
AVL사는 세계 유수의 엔진 부문 엔지리어링 회사로, 주로 후발 자동차 국가들이 신형엔진 을 개발할 때 모델을 개발해서 도면까지 넘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5월 다임러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가 청산되자 엔진개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해 7월 오스트리아 AVL사, 영국 리카르도사와 신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제휴를 맺었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현대차가 AVL사로부터 설계도면 등을 얻기 위해 사용된 금액만 무려 200억원이란 구체적인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현대기아차그룹 홍보실 연태경 부장은 펄쩍 뛰었다. 연 부장은 “익히 증권가 찌라시에서 나돌던 얘기”라며 “미국 10대 최고 엔진으로 선정된 ‘타우엔진’에 대한 음해성 루머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몇몇 기자들도 이와 관련해 문의를 해왔다”며 “AVL사에서 자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기술을 도용했다거나 수백억원을 들여 AVL사로부터 사왔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성숙된 홍보해야”

하지만 일각의 의문은 쉽사리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현대차의 전과 기록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전에도 일부 모델에 장착한 변속기를 신형이라고 했다가 실제로는 일본에서 수입한 구형 변속기로 밝혀지는 등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타우엔진의 성능과 기술력은 제쳐두고서라도 이번 루머의 진원은 현대차의 지나친 홍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 같은 억지 홍보는 일시적으로는 이미지나 매출 등 유무형적 효과를 거둘지는 몰라도, 언젠가 반드시 독화살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앞으로 십년이 아닌 백년을 바라보는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현대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성숙된 홍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 '타우엔진' 홍보 뭘 어떻게 했길래…

▲ 현대기아차가 순수 독자개발한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타우엔진은 북미시장을 겨냥해 2005년부터 4년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개발한 8기통 모델이다. 개발 기간 동안 투입된 금액만 무려 3천억원에 달한다. 미국에 수출되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기아차 모하비 등에 탑재된다. 지난 3월11일 출시된 신형 에쿠스에도 장착된다. 타우엔진은 380마력의 힘을 낼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6초 정도 걸린다. 명품 자동차에 걸맞은 명품 엔진이다.
현대·기아차는 엔진 개발을 위해 렉서스, BMW, 벤츠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보유한 동급엔진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벤치마킹은 물론 한계 내구시험과 다양한 도로ㆍ기후조건에서 엔진 및 실차시험 등을 거친바 있으며, 타우엔진이 보유한 특허만 해도 국내 출원 177개, 해외 출원 14개에 이를 정도로 첨단기술이 집약돼 있다.
타우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약 5년에 걸쳐 수백 명의 연구원들이 개발에 참여했고, 450여 대의 시험용 엔진을 만들어 최고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테스트를 거쳤다고 현대차는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신형 에쿠스 발표회에서 “독자 개발한 4리터 급 타우엔진은 세계 명차들과 경쟁에서 새로운 엔진 기준을 제시했고, 세계 최고의 엔진으로 에쿠스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