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성추행 교수 뒤늦은 직위해제 논란


고려대학교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학교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각 홍보처의 애처로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의 입시의혹과 청년실업을 비관한 졸업생의 자살, 강의도중 학생을 성희롱한 교수까지, 최근 고려대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안 좋은 소식들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새삼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한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늦장 대처다. “학교 이미지를 살리고 싶으면 진실부터 밝혀라”는 고대생 C양의 처절한 외침처럼 학교가 좀 더 당당해지길 바라는 고대생들 속에 눈감고 귀 닫으려는 학교가 있어 본지가 이를 취재해봤다.


▲ 고려대학교



지난달 13일 고려대학교는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 교수를 직위해제 시켰다.

하지만 학교 측의 이러한 조치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추행이 일어난 시점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07년 말에 일어나 당시에도 굉장한 파문을 일으킨 이 사건이 1년이나 지난, 지난 달 13일에 와서야 A 교수의 직위해제가 결정됐다는 것.

고려대라는 이름만큼이나 유명했던 이 사건은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제자의 말과 A 교수의 말이 달라 결국 법정공방까지 이어졌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제자를 인근에 있는 모텔로 끌고 가 성추행을 했다는 피해자의 말과는 달리, A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A 교수는 교수직을 그만둔다는 조건으로 피해자로부터 고소 취하를 받아내, 검찰은 지난해 5월 A 교수를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법원은 1심에서 “범행의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A 교수에게 2년6개월의 징역에 3년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결국 A 교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신청했고 현재 안식년을 이유로 일본에 기거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학교 측에서 당연히 A 교수에 대해 어떤 조치가 있을 거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교원 인사위원회 조차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난 23일 밝혀졌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이러한 뒤늦은 대처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눈 가리고 아옹?



A 교수는 직위해제가 결정되기 전까지 교수직을 그대로 위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개설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학기 전공과목을 개설하는 등, 전과 다름없이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작년 고려대 교수 성추행 사건…1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왜
고려대학교 부랴부랴 A 교수 직위해제한 사연…학생들 불신감 ↑



이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A 교수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 상황이므로 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린 뒤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절차를 밟다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절차라는 것이 교수의 성추행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이 완전히 끝난 다음을 말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의 그 말대로라면 항소심이 끝나고 난 뒤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이 차라리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건 기소이후 9개월, 1심 재판 결과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으로 남고 있다.

또한 교원의 인사위원회에서는 “A 교수가 품위를 손상한 점이 인정된다며 수업을 계속 맡기기는 부적절하다는 판단 끝에 직위해제를 결정했다”고 전했지만, 실상 ‘품위손상’ 이라는 것도 그 개념이 모호해 1심에서 판결된 징역이나 집행유예만으로도 충분히 교수로써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학교는 형사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교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려대 정관에서도 관련처분을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과 학생은 “학교가 강사와 조교들에게 관련 사건을 밖에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교칙과 교훈이 있는 학교에서 제자를 상대로 나쁜 짓을 저지른 교수를 감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교의 이러한 늦장 대처는 누구보다 학생들 편에 서서 교내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줘야 할 학교가 이미지 추락을 염려해 사건이 조용해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왜 모두 ‘모르쇠’


현재 해당교수는 모든 공식 업무가 지난달 2월부터 공식적으로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중앙대의 경우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수가 발생하자 곧바로 해임 조치를 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고려대 관련부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언론에 보도된 게 전부다”, “알고 싶으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검색해봐라”,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등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내며 부정도 긍정도 않고 발뺌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교내 성폭행 예방을 위해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였다.

그는 “단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미 보도된 것들은 우리가 한 말이 아니다”며 “피해사례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할 수 없다”고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해당 교수보다 학교가 더 실망스럽다”며 “해당 과 뿐만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공범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추행 혐의가 있는 교수에게 수업을 받아야 했던 여학생들은 “그런 교수가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작 피해자는 학교에서 사라지고 다른 학생들도 대학원 가서 계속 공부할 지도 모르니 아무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당연히 목소리를 높여서 피해 학생의 증인이 되어주고 학교의 잘못을 꼬집어 줘야 할 학교관계부서가 학생들 보호라는 허울 좋은 명분아래 언론을 피하는 것에만 급급한 눈치였다.

때문에 세간에는 “물론 더 이상의 언론보도를 막아 학교 이미지 실추를 막으려는 학교 측의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학생들의 당당함과는 비교되는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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