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주가상승 사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정치 활동에 여운을 두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러 정권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데다 지난 대선에서는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정 전 총장은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로 ‘가능성’을 남겼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정치권과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그지만 이번 발언으로 인해 정가 일각에서는 “정 전 총장의 영입이 가능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재보선과 2010년 지방선거, 대선까지 그의 역할론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MB정부 경제정책 비판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니까…”
정치권 ‘정운찬 러브콜’ 새 피 수혈, 영입 입질할까


지난 대선 웬만한 후보들보다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학자의 길로 돌아간 그지만 최근 정치 활동에 대한 여운이 남는 발언으로 정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MB경제 정책에 일침

정 전 총장은 지난 7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MB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토목공사하면 성과가 금방 나니까 돈 쓰려고 생각하겠지만, 교육·관광·의료·보육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좀 더 솔직하게 빨리 고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MB를 향해 “올해 안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성급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려고 하는 생각이겠지만, 맞으면 좋겠지만 안 맞으면 국민들 실망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고 꼬집었다.
MB의 지난 1년에 대해 정 전 총장은 “장기적 안목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다보니 장기적으로는 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는 면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조금 더 장기적 안목으로 정치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 전 총장은 특히 향후 정치 활동 여부에 대해 “지난 대선에는 조직과 자금이 부족해 출마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사람이 정치적 동물이니까 앞날에 관심 갖는 건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현 정치권과 거리감을 두는 한편 향후 정치 활동 가능성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그의 발언을 조용한 파장을 만들고 있다. 정 전 총장은 여러 정권에서 총리, 인수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교육부총리, 선대위원장, 야당 대표, 비례대표 1번 등에 거명됐을 뿐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는 범여권의 대선후보로까지 이름이 오른 ‘정치권 영입 1순위’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되는 러브콜

여러 차례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학자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정 전 총장의 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기회만 생기면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은 그가 가진 자산들을 그 이유로 꼽는다.
정 전 총장은 명망 높은 경제전문가이면서 경제학부 교수로는 이례적으로 서울대 총장을 지내며 리더십과 교육적 이미지를 쌓았다. 또한 경기고와 서울대 출신 엘리트에 충남 공주를 고향으로 두고 있어 경제·교육·지역 기반 등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고루 갖췄다는 것.
각계에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수차례 여러 정권의 ‘제안’을 받으면서 이미 여러 ‘검증’을 거쳤다는 점, 중도성향이라는 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게 손을 내밀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각종 정치행사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지난 몇 달간 정치 참여에 대해 신중히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대선에 참여 않겠다는 것”이라는 불출마 선언이 있기 전까지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번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박재승 전 공천심사위원장, 유시민 전 의원의 누나인 유시춘씨 등과 함께 외부 영입 대상에 꼽히기도 했으며 또한 2010년 지방선거 중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주요 선거전마다 거론되고 있다.
또한 자유선진당은 한때 정 전 총장에 대한 영입 의지를 공공연히 밝혔으며 MB정부 출범을 즈음해서는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활동에 대한 그의 의지가 커짐과 동시에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영입 전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경우 차기 대권후보가 속한 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뚜렷한 대권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써는 다른 당보다 외부인재 영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순간 대선후보로 떠올라 박근혜 전 대표를 바짝 뒤쫓는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예에서 나타나듯 능력있는 ‘스타급’ 외부 인력의 조달은 쉽지 않은데다 이러한 ‘스타급 정치인’이 10%대의 지지율 늪을 벗어나기 위한 ‘이슈 메이커’의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은 활발해 질 것이라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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