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경영 본격 가동한 SK그룹

최근 SK가(家)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가 지난 2004년 SK글로벌 사태 이후 5년 만에 그룹 핵심계열사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 13일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와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은 각각 주주총회를 열어 최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앞으로 ‘최태원-재원’ 형제의 오너 일가 경영체제가 본격 가동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04년 SK글로벌 사태 이후 5년 만에 그룹 전면에 등장한 최재원 부회장
SK(주)·SK텔레콤 사내이사 맡아… 재계, “형제 경영체제 본격 가동” 분석


▲ SK그룹 사옥
지난 13일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와 핵심계열사인 SK텔레콤은 주주총회를 열어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더블어 SK(주)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최 부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도 선임했다.

SK(주) 박영호 사장은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선임, SK에너지 구자영 총괄사장과 SK텔레콤 정만원 사장 역시 이날 각각 열린 주총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됐다.

최 부회장은 SK(주)와 SK텔레콤에서 비상근 이사로만 활동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주)는 SK그룹의 지주회사로 그룹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SK그룹이 ‘형제경영’을 위한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룹경영 전면 복귀한 최 부회장

최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 물리학 학사, 스탠퍼드대학 재료공학 석사,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학업을 마친 지난 1994년 SKC 사업개발팀장으로 SK그룹에 입사했다.

그 뒤 최 부회장은 SKC 해외사업담당 이사, SKC 구조조정본부 전무를 거쳐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차세대이동통신(IMT 2000) 상근임원(전무)으로 통신 사업 밑그림을 그렸고, 부사장으로 전략지원본부장, 코퍼레이트센터(Cooperate Center)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지난 2004년 3월 불거진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 등으로 말미암아 그룹 오너 일가의 일괄퇴진 방침에 따라 당시 맡고 있던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으며 경영현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경영일선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 부회장이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은 지 14개월 만인, 지난 2005년 5월 SK엔론(현 SK E&S)의 자문역 부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다시 5개월 뒤에 최 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친동생 최재원 SK E&S 부회장


이후 2006년 3월 말 SK E&S의 자회사인 SK가스 대표이사까지 맡아 에너지전문 경영인으로 그룹의 핵심이 아닌 외곽에서 최태원 회장을 보필해 왔다.

재계에서는 언젠가 그가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언젠가는 복귀할 것이라 전망해왔다.

때문에 이번 SK그룹의 주력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으로 최 부회장도 그룹 경영에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차곡차곡 진행된 ‘형제경영체제’

사실 SK그룹이 형제경영 체제로 나갈 것이란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재계에서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난해 취임 10주년을 맞은 최태원 회장은 해외에서 열리는 ‘CEO 세니마’ 등과 같은 공식 석상에 그의 친동생인 최 부회장을 대동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 최 부회장 역시 그동안 그룹의 외곽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SK 글로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SK의 숙원과제인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맡고 있는 글로벌위원회는 2006년 국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건설 등 주요 계열사 국외사업 담당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SK그룹의 글로벌 경영은 최태원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때문에도 동생인 최 부회장에게 그의 가장 큰 숙원사업을 맡긴 만큼 최 부회장이 조만간 그룹 경영 전면으로 부각될 것이라 재계는 전망해 왔다.

이를 증명하듯 최 부회장은 지난해 러시아의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포럼’에 참석, ‘한·러 에너지협력의 현재와 미래’란 주제발표를 통해 SK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글로벌 무대에 데뷔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친정체제’ 강화로 위기 탈출

재계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의 이번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의 등기이사로 그의 친동생인 최 부회장을 선임함으로써 그룹 경영 의사결정 등에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를 통해 최 회장이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 아니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손길승 전 회장을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것과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정만원 사장을 그룹 주력 자회사인 SK텔레콤 사장으로 선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와 함께 또다른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정체되어 있는 SK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 부회장을 발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형제 경영 체제의 본격 가동설이 재계에 오가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 모든 것이 SK의 글로벌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인 만큼 앞으로 SK가의 두 형제가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그 발걸음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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