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수장 허창수 회장의 고민

지난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에너지·유통 중심의 독립 기업으로 성장한 GS그룹의 수장 허창수 회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GS는 잇단 악재로 큰 홍역을 앓는가 하면, 야심차게 진행하던 신사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일들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잇단 M&A의 실패로 허 회장은 경영자로서의 자질까지 지적받고 있어 그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가 잇단 악재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허 회장의 속 깊은 고민을 들여다봤다.

재계 5위 진입 꿈꾸던 GS그룹 허창수 회장…잇단 악재에 고민
‘고객정보유출’ ‘대우조선해양 M&A 실패’ 등 악몽같던 2008년
‘GS건설 사기분양 논란’ 등으로 새출발하려는 GS 앞날은 ‘캄캄’

▲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회장은 LG그룹의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에게 창업 자금을 대준 사업 동업자 허만정씨의 3남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50여년 동안 동업자 관계였던 LG그룹의 구씨 가문과 지난 2004년 분리해 ‘GS’라는 그룹을 출범시켰다.

GS는 현재 에너지 및 유통, 건설업을 중심으로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EPS, GS스포츠 등을 가지고 있는 재계 서열 6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기업이다.

그런 GS의 수장을 맡고 있는 허 회장에게 지난 2008년은 그룹 출범 이례 최악의 한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GS의 악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9년 새해가 밝았어도 지난 악몽의 잔재가 허 회장을 괴롭히는가 하면, 새해벽두부터 사기분양 등의 구설수에 오르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08年

2008년 허 회장을 가장 괴롭혔던 사건은 바로 GS칼텍스 고객정보유출 사건일 것이다.

자회사인 GS넥스테이션 직원 정모(29)씨 등 5명이 지난해 9월 GS칼텍스 보너스 카드 회원 1151만여 명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e-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내 영리 목적으로 이를 유통시키려다 적발되면서 드러난 어마어마한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GS는 현재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월 정보를 유출한 직원 정씨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GS칼텍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집단 소송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GS칼텍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약 22건으로, 고객 1명 당 100만원의 위자료로 4만여명이 집단소송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GS칼텍스가 패소할 경우 400억원대의 보상비 규모가 예상되고 있어, 허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보상금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비록 본사차원의 책임은 면했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로 ‘최고의 기업이미지와 취업희망 1위 기업으로 올라서 선호도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GS로서는 엄청난 이미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08년 허 회장은 3년여 동안 준비해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도 실패해 경영자로의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포스코와 입찰금액 조율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인수전을 포기한 것을 두고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에 앞서 허 회장은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의 굵직한 인수전에서도 번번이 실패해 “소극적 경영마인드 때문에 인수전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등의 일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현재도 허 회장은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허 회장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룹 계열사인 GS리테일에서 야심차게 진행하던 식품사업 브랜드 ‘미스터도넛’이 새해벽두부터 식중독 논란에 휩싸여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GS리테일은 미스터도넛의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제품들을 그대로 판매해 논란이 됐었다.

식품관련 규정에 따르면 위해물질이 적발되면 재검사를 받아 합격한 후에만 다시 판매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가맹점들은 식중독균이 검출된 사실을 통보받은 후에도 판매중지, 원인규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그대로 판매한 것이다.


악재와 함께 출발한 2009年

더욱이 미스터도넛은 지난 2007년 4월 일본 1위 도넛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시작한 GS의 신사업으로 이제 막 정착단계에 들어섰던 사업이었기에 식중독 논란과 같은 구설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러건의 먹거리 파동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GS는 고객정보관리에 이어 먹거리 안전성 관리에서도 부적격을 받게 된 것이다.


▲ GS타워
이에 허 회장은 신년 인사개혁을 통해 경영 분위기를 쇄신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새로운 사업계획을 통해 지난 악몽들을 털어내듯 그룹을 추슬러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GS건설 마저 사기분양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결국 2009년 모든 악재를 털어내고 새롭게 출발하려던 허 회장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GS건설은 경기도 용인 성복자이를 시공분양하면서 약속했던 공원조성을 어기고, 입주자들에게 계약전에 아파트 단지 옆에 도로가 생긴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분양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재계 5위 진입? 글쎄…’

뿐만 아니라 허 회장이 올 한해 에너지와 함께 주요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유통 부문 역시 그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5년 오픈마켓이라는 대형 유통시장에 진출했던 GS홈쇼핑의 ‘GSe스토어’가 지난해 말 실적 부진 등에 시달리다 결국 폐쇄됐기 때문이다. GSe스토어는 지난해 11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 함께 지난 2007년 다음으로부터 인수한 ‘디앤샵’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온라인 종합쇼핑몰업계 1위를 달리기도 했던 디앤샵이 GS홈쇼핑에 인수된 이후로, 실적이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GSe스토어의 폐쇄에 이어 디앤샵 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GS가 인터넷쇼핑 분야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겠다던 계획은 당분간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온라인쇼핑몰 업계에는 이미 ‘G마켓’과 ‘옥션’이라는 거대 공룡이 버티고 있는 만큼 GS홈쇼핑의 사업계획에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때문에 유례없는 불황으로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도 공격적 투자 행보에 나서며 모든 악재를 떨어버리려 했던 허 회장의 재계 5위로의 진입 역시 당분간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 허 회장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