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폭행사건 진실게임

국회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나라당은 “백주대낮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를 ‘집단폭행’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당사자들은 “멱살을 잡고 관련법 개정 추진 중단을 외치며 강력 항의했을 뿐”이라며 “폭행했다던가 피습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병원에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며 이정이 부산민가협 대표는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상반된 주장과 수사 진행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여옥 국회폭행…왼쪽 눈 각막 손상, 전신 통증 “맞았다”
부산민가협 “밀쳤지만 때리지는 않았다, 실명위기 ‘생쑈’”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국회에서 봉변을 당했다. 전 의원이 추진하는 민주화운동 관련법 개정 추진에 항의하러 왔던 이들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집단폭행” VS “생쑈”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1층 후문 면회실 앞에서 전 의원과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당사자들이 부딪쳤다.
동의대 사건 모임인 ‘5·3항쟁 동지회’와 계승연대측 관계자 등 55여 명은 전 의원이 최근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보상위원회의 결정을 재심이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 추진에 반발, 이 날 오전 영등포 전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진 후 국회 항의방문을 위해 국회 본청 1층 면회실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동의대 사건 당시 부모였던 이정이 부산민가협 대표(68)는 전 의원을 보자 흥분해 뒤쫓아가 멱살을 잡고 관련 법 개정 추진 중단을 외치며 강력 항의했다. 밀고 당기는 등 2~3분 가량 몸싸움이 벌어졌다.
전 의원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갑자기 나타난 20∼30대 여성 2명에게 안면을 가격 당했다. 이 여성들은 전 의원의 머리채를 잡은 채 신체 여러 군데를 폭행한 뒤 달아났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왼쪽 눈 각막 손상과 전신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고 이씨는 전 의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긴급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이 폭행 가담자로 지목한 4명의 체포영장은 “사전에 조직적으로 폭행을 모의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했다. 이어 “국회의원 신분을 넘어 여성에 대해, 그것도 국회에서 백주대낮에 이런 집단폭행이 벌어지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전 의원이 국회 본청에서 후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5~6명의 여성들이 달려들어 욕설을 해대며, 할퀴고, 머리를 쥐어뜯고, 얼굴을 때리고, 전 의원의 눈에 손가락을 후벼 넣었다”면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서울시내 순천향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폭행’을 기정사실화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폭행당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당사자들은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화운동정신 계승국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국회본관 후문 민원실 부근에 발생한 ‘전 의원과 동의대가족대책위 할머니와의 접촉사고’를 전 의원은 왜곡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여 국회테러니, 실명위기니 하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사실 관계를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혈압이 높고 지병이 있는 70이 다 된 할머니를 마치 테러범으로 몰고 있으며, 전 의원은 병원에 누워 실명위기라는 등 생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 의원을 비난했다.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눈을 후벼 팠다느니, 5∼6명이 집단폭행을 했다느니 하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 한 분이 항의하며 달려갔고, 전 의원을 잡으려고 하자 바로 주변에서 만류하는 상황”이었다며 “불과 2~30초 사이에 일어난 일로 엉키는 과정에서 스칠 수는 있었겠지만 과격한 폭력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치 8주, 부상정도는 경미”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본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빙성 있는 진술이나 CCTV 녹화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는 CCTV가 있었지만 폭행 장면은 화면에 잡히지 않았으며 ‘민중의소리’의 동영상에는 사건 직후 전 의원의 모습이 담겼을 뿐이다. 우연찮게 촬영했다는 한 여고생의 캠코더에 전 의원 폭행 전후 상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 중이라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전 의원을) 밀쳤지만 때리지는 않았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 의원을 치료 중인 순천향대병원은 지난달 28일 경찰에 “전치 3주에 추가진단 가능성”이라고 했으나 6일 “전치 8주지만, 부상정도는 경미하다”며 “전 의원의 왼쪽 눈에 ‘마비성 상사시’ 증상이 나타나 8주 정도의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비성 상사시’는 눈 근육이 마비돼 한쪽 눈의 안구가 다른 쪽보다 위로 올라가 사물이 둘로 보이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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