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슈퍼마켓’에 미련 못 버리는 내막

현대百, 슈퍼마켓 사업 실패 딛고 5개월 만에 또다시 ‘H마트 강서점’ 오픈
업계 관계자, “현대百 비롯해 슈퍼마켓 업계 1위 경쟁 더욱 치열해 질 것”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슈퍼마켓을 출점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판매부진의 이유로 오픈 4개월 만에 춘천점을 접어야 했던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이기에 업계에선 더욱 의아해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현대백화점은 복합쇼핑몰 사업에 치중하고 있던 터라 또다시 슈퍼마켓을 열게 된 내막에 대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본지가 현대백화점이 슈퍼마켓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내막을 살펴봤다.

▲ 지난 2월13일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부근에 슈퍼마켓을 출점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전경과 H마트 실내>



지난 13일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F&G가 서울 강서구 우장산역 부근 10층 건물 지하에 대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 market)인 ‘H마트’를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에겐 이번에 오픈한 H마트 강서점이 슈퍼마켓으로는 3호점이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또?

지난 2005년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은 현재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사 건물(1호점)과 서울아산병원(2호점)에서 H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춘천에 H마트 3호점을 오픈하기도 했으나, 판매 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개점 4개월 만인 지난 9월에 춘천점은 문을 닫았다.

때문에 이번에 오픈한 H마트 강서점이 또다시 슈퍼마켓 3호점이 된 것. 560m²(약 170평) 규모의 이 슈퍼마켓은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중심으로 약 5000여 품목을 판매해 대형할인마트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다양한 품목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판매부진으로 춘천점을 접었음에도 불구하고 5개월여 만에 또다시 슈퍼마켓을 출점한 것은 현대가 본격적으로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최근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선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은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설 부지는 찾기 어려운 반면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상가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슈퍼마켓 사업의 교두보로 삼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굳이 차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역 부근에 자리잡아 소비자들의 접근성 또한 용이해 슈퍼마켓 사업 지역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분석이다.


슈퍼마켓 사업, 지금이 성장기

최근 현대백화점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롯데와 신세계에 밀려 이렇다 할 신성장 동력원을 찾지 못해 그동안 그 명성이 많이 퇴색됐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슈퍼마켓 사업 역시 타 업체들에 비해 늦은 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1년 서울 동대문 전농점을 1호점으로 시작해, 지난 2004년 한화유통의 슈퍼마켓 25개점을 인수하는 등 꾸준한 출점을 통해 100여개가 넘는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역시 지난 1999년 561평 규모의 신월점을 오픈하면서 500~800평대의 소형점 ‘에브리데이’를 처음 선보이며, 대형할인마트인 이마트와는 다른 소형점들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업계 서열이 확고해진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 사업과는 달리 슈퍼마켓 사업은 아직은 무주공산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롯데, 이마트, 홈플러스, GS 등이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누가 ‘1인자다’할 만큼의 시장장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 관계자는 “슈퍼마켓 사업이 성장기 진입 단계에 이른 만큼 올해는 신규 출점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등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때문에 현대백화점도 이를 노리고 최근 슈퍼마켓을 출점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백화점을 시작으로 위로부터의 유통업계 확장에 나섰던 현대백화점이 슈퍼마켓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아래로부터의 유통업계 장악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百, “추가 출점계획 없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H마트 강서점을 오픈한 이유는 계열사인 현대F&G가 생산하는 PB상품의 시장반응을 살피기 위한 테스트 마켓용”이라며 “슈퍼마켓 사업 확대는 내부에서 계획한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압구정점과 서울아산병원점은 일반적인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 어려워 이번에 강서점을 오픈하게 된 것이지 3개점으로 슈퍼마켓 사업 확대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향후 추가 출점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불황이 찾아오면 근거리 소비가 늘고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느는 만큼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이 슈퍼마켓과 같은 소형 유통점 사업을 계속해서 늘려갈 것이란 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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