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이재오 베이징 회동 막전막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회동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한다. MB 최측근 인사들의 만남이었다는 점 외에도 정 의원이 중국으로 향하기 전 MB와 독대를 나눈 것이 많은 추측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청와대를 찾아 MB와 독대했다.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던 정 의원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면담시간이 1시간40분으로 길어질 만큼 MB와 정치상황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 돌아온 정 의원은 서둘러 중국행 비행기편을 예약했고 자신에 뒤를 이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태근 의원과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그리고 9일 아침 베이징의 한 호텔 식당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2시간가량 밀담을 나눴다.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귀국 후 곧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이 ‘칩거’할 필요는 없으며 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짜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권력사유화’ 논란으로 물러나있던 정 의원에게 다시금 MB의 신임이 쏠리고 있다는 것부터 3월초 귀국의사를 밝힌 이 전 의원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여권을 정비하고자 하는 MB의 의중, 이 전 의원의 귀국 후 역할론까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정태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 의원도 자신도 귀국, 그리고 이후 행보에 대해 나름대로 갖고 있는 생각을 전달했다”면서 정 의원이 MB의 밀사 역할로 이 전 의원에게 집권 2년차 정국구상 등을 전달했다는 보도에 일정부분 선을 그었다.
청와대도 “내용이 확대되서 와전됐다”고 단호히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의원이 엄청난 밀사 역할을 한 것처럼 나왔지만 정 의원이 국회 입법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MB는 ‘당에서 열심히 챙겨달라’는 당부를 한 정도일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9일 정 의원을 만난 이 전 의원은 11일 “3월 초쯤 귀국하면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하며, 4월 재·보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귀국하면 동북아평화번영공동체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나의 꿈, 조국의 꿈’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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