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鄭 전쟁 일촉즉발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전 장관의 4월 재보설 출마설로 민주당이 갈등에 빠졌다. 정동영계는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어 ‘인재난’을 겪는 상황에 정 전 장관이 복귀,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386세력 등 당 주류는 한때 당 내 최대 계파 수장의 복귀 소식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정세균 대표와 대립각이 구축되면서 ‘丁(정세균)·鄭(정동영)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의 4월 재보궐선거 출마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 전 장관 측근들의 출마 가능성 언급에 이어 정 전 장관도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한 뒤 과단성 있게 결정하겠다”고 말해 출마로 기울었음을 시사했다.

찬성, 반대 반으로 갈린 당

민주당 내부는 정 전 장관의 복귀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항할 대권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개혁’을 이유로 대다수 중진들이 자리를 잃었다는 점을 들며 정 전 장관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당 주류를 차지한 386세력 등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재성 전 대변인은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에 대해 “국민여론을 설득하는데 무리한 감이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데 이어 “정 전 장관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당 대선후보로 수도권에 전략공천됐던 이가 ‘안전한’ 지역구 출마를 택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현재 맡은 지역이 어렵다고 바꾸는 것은 정도 정치 아니다”고 일침을 놨다. 정장선 의원은 “쉬운 지역 출마해 논쟁 불러일으키는 게 좋은 지 깊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도 마땅찮은 기색이다. 정 전 장관이 나서게 되면 과거 당 내 계파와 신진계파간 갈등이 불거질 뿐 아니라 같은 전북출신이라는 점에서 전북 맹주간 대결이란 구도가 이뤄져 지역대표 이미지는 물론 대권구도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둘러싼 갈등에 정 전 장관측 김영근 공보특보는 “생각해서 판단하겠다는 사람 두고 왜 이리 난리냐. 386출신들은 뭐가 그리 두려워서 그러냐”면서 “정 대표 대세몰이의 들러리가 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동영 출마 소식에 웅성웅성 엇갈리는 당내 분위기
“한나라당 대항마” VS “민주당 구원패 아니라 계륵”

정 전 장관의 지지모임 ‘정통들’은 정 전 장관의 출마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개혁공천을 이야기하며 가장 구태의 방식으로 내부를 솎아내는 작태가 바로 개혁의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정동영계 내부에서는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가 이뤄질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방싸움은 정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2차전으로 돌입했다. 정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울산·경남 MB악법 결의대회’에 참석한 다음날 곧바로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정 대표는 “행사차 경남 김해에 갔다가 노 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봉하마을이 근처에 있어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회동에 동석했던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도 “정동영이라는 이름 석자도 거론되지 않았고, 재보선 얘기도 일체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이 ‘정동영 재보선 출마’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 전 장관과 껄끄러웠던 두 사람의 만남은 모종의 ‘정치적 협의’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볼 일

당 내 역학구도 등으로 복잡해진 정 전 장관의 출마설에 정 대표가 11일 당 관계자들에게 “불필요한 말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4월 재보선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다. 간신히 맞춘 균형관계가 ‘정동영’으로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이 과연 그런 문제(공천을 둘러싼 잡음)에 관심이 있을까 싶다”며 공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재보선 출마와 관련, “지금껏 정치를 해오면서 무엇이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인가를 판단해 행동했다. 그 같은 초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분명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재보선 출마를) 판단하고 선택하겠으며, 또 당당하게 처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丁·鄭 전쟁’은 언제든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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