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를 꿈꾸는 작은 나무 ‘디토’와 ‘나’의 이야기

‘나무의 몸집은 자그마했지만 땅속으로 뻗어 있는 뿌리는 크고 단단했기 때문에 그것을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무는 뿌리가 꽉 움켜쥐고 있던 흙덩이들을 힘겹게 털어내며 조금씩 조금씩 땅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삶이 불안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불안하기만 했다.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빈털터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 하나 특별한 것 없는 내가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갈지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숲 속의 작은 나무 ‘디토’는 나비처럼 하늘을 날고 싶지만 자신을 한자리에 못 박아두는 단단한 뿌리가 너무 밉다. 그러나 땅에서 벗어나려 뿌리를 흔들어댈수록 힘이 빠지고 침울해져 갔다.

치열한 취업경쟁 끝에 직장생활을 하게 된 ‘나’는 남들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하고 싫다. 치열한 사회생활에 지쳐가던 ‘나’는 숲을 거닐다 어딘지 자신과 닮아 보이는 나무를 만나고, 그 나무에게 ‘나와 꼭 닮은 친구’라는 뜻의 ‘디토’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가지지 못한 것만을 부러워하며 좌절과 불안에 시들어 가는 모습이 자신과 같았기 때문이다.

디토와 ‘나’는 꼭 닮은 서로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를 찾는다. 어른을 위한 동화 ‘깨달은 나무 디토’는 이렇게 시작된다.

‘깨달은 나무 디토’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늘 어딘가에 도달하기를, 다른 것을 가질 수 있기를 꿈꾼다. 남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그곳에 이르면 그것을 가지면 비로소 행복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가 개구리나 나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듯, 자신이 가진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변신의 열망’은 자칫 삶을 시들게 한다.

‘나’는 ‘디토’에게 자신을 투영해보면서 살아오는 동안 종종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다는 점을 깨닫는다. 자신이 지닌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하고,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연연해하며 스스로의 모자람을 책망하곤 했다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를 꿈꾸는 작은 나무 ‘디토’와 ‘나’의 이야기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는 ‘나만의 날개’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삶의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나 ‘남들처럼 높이 오르기 위한 인내’가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자기만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있는 그대로 자기만이 가진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디토’는 여러 만남을 통해 모든 존재는 가장 아름답고 자유로운 순간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하늘을 나는 것보다 땅에 깊이 뿌리 박혀 꽃과 열매를 피우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낼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제각기 다른 모양이지만 자기만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인생이 밝게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나’와 ‘디토’는 있는 그대로 서로를 비춰주고 각자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깨달은 나무 디토’는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또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하는지 깨닫는 사람만이 삶의 매 순간 성장하고 빛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행복한 삶은 자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찾을 수 있으니 불안을 떨치고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라고 우리를 응원한다.

어딘지 우리 스스로를 보는 듯한 ‘나’와 ‘디토’의 가슴 따뜻한 여정을 함께 하며, 책을 읽는 이들도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생에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세상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네가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친구를 만들 수 없는 건 아냐. 나를 봐. 싱그러운 공기와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너를 찾아, 내가 이렇게 오잖아. 네가 이곳에 더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아름다운 나무가 되어갈수록 더 많은 친구들이 네 곁에 찾아들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나’와 ‘디토’의 대화 중

깨달은 나무 디토 / 김보승 저 / 브리즈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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