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두드리는 이재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의 3월 귀국설로 또다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조기 귀국설’로 바짝 긴장케 한 이 전 의원이 새해를 맞아 백두산에서 의지를 다지는가 싶더니 ‘5월 전 귀국’을 ‘3월 중’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과 관련, 재보선 출마설과 입각 등 설이 장황한데다가 그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귀국이 곧 친이·친박계의 갈등을 격화시킬 촉매재가 될 수 있어 한동안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인 공성진 최고위원이 이 전 의원의 ‘3월 귀국’을 확인하면서 여의도가 파장을 점치느라 부산하다.

3월 귀국 성큼 다가온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 전 의원은 연구 목적으로 북경 대학에 머물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 대학원 한미연구원이 추진하는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통일한국의 위상 준비 (Preparing for a Unified Korea’s Place in Northeast Asia)’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북경대학 국제관계학원에 초청을 받아 초빙 교수 자격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워싱턴서 인도 뉴델리 거쳐 베이징에 이른 이 전 의원을 만나기 위해 그의 측근들은 바다를 건넜다. 이 전 의원을 만나고 돌아온 공성진 최고위원은 ‘3월10일 이전 귀국설’에 대해 “3월 초에 연구결과를 최종적으로 워싱턴 D.C에서 발표하고 그 이후엔 일정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날짜를 골라서 귀국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긍정했다.
이 전 의원은 비자 만료(5월)전 귀국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로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 프로그램이 2월로 끝나기 때문에 해외에 체류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 최고위원은 귀국 후 역할론에 대해서는 “아직 딱히 정해진 것은 없고, 지금 한번 찾아볼 것”이라며 “일단 연구물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얘기 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후 정책 비전 등을 담아 ‘나의 꿈, 조국의 꿈’(가제)이라는 책을 쓰면서 한동안 정치활동은 피할 생각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떠난 이재오, 인도 뉴델리 거쳐 ‘코 앞’서 연구활동
역할론 ‘설’만 무럭무럭, 복잡한 ‘이재오 함수’ 3월에 푼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출마를 통한 여의도 복귀부터 조기 전당대회론, 여권개편, 입각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4월 재보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에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측근들은 “지역구가 비어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굳이 다른 지역구로 가서 출마를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겠냐”며 선을 그었다.
공 최고위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제 정계로 복귀해야 되는데 그 방법을 어떤 식으로 모색해야 될 것인가를 지금 국내 상황과 연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정계 복귀를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또 “이제는 이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명의식을 갖춘 사람들이 전면에 포진해야 한다. 대통령도 이번 (장·차관) 인사를 보면 그런 측면을 부각시켰다. 우리도 (이 전 의원의 역할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군현 의원도 “이 전 의원도 귀국해서 힘을 합칠 것이 있으면 합쳐야 한다”며 “이 전 의원이 추진력과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당을 결속시키고 국민이 바라는 법안을 흐트러지지 않고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해나가는데 일조를 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갈등 촉매제 여전

이 전 의원의 귀국과 정계 복귀가 친이계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친이계의 결집은 곧 친박계와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친박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이 전 의원의 귀국 소식에 “그는 싸움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귀국하면 당내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귀국 후에도 당분간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군현 의원은 “지나치게 미리 추측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당을 살리는데 본인이 살신성인하고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할을 한다면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전 의원도 ‘이재오 함수’로 복잡한 국내 상황 등을 염두에 둔 듯 설 연휴동안 백두산에 올라 “지고청원 임중도원(志高淸遠 任重道遠·뜻은 높고 맑고 먼데 맡은 책임은 무겁고 행할 길은 멀다)”이라는 말로 심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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