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 컨트롤타워 경쟁 내막

▲ “실세 파워맨 찾아라” 청와대와의 소통 난맥과 여권 분열로 인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 한 몸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모습에 대한 정가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172석 거대여당은 예산안 처리나 주요 법안처리에 잡음없이 움직였지만 그 내부까지 그러하지는 않았다. ‘외부의 적’으로 인해 내부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점을 찾으면서 내부 문제로 인한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의과정에서도 지울 수 없었던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은 급기야 컨트롤타워 부재론을 낳았다. 당 내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탓이다. 또한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 일정을 전하면서 ‘부재론’은 이상득 의원과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의 ‘컨트롤 타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현안마다 ‘일사분란’ 속내보면 다른 해법, 다른 목소리
이상득계, 소장파 대립각…한 그룹 내에서도 각계전투

국회파행 기간 중 한나라당은 한목소리로 움직였다. 강경론이 주를 이루었으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친박계도 ‘침묵’으로 공조했다. 그러나 국회파행이 길어지면서 숨죽였던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 몸이기는 했으나 가슴앓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난 정 될까 말조심 ‘쉬쉬’

한나라당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대부분 ‘강경론’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특히 친이계 사이에서 강경론이 거셌다.
당 내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 폭력 상황의 종식 및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미FTA 비준동의안, 미디어 관련 법안, 출총제 폐지 법안,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MB정부의 작동을 위한 주요 법안들이 야당의 발목잡기에 볼모로 잡히는 듯하다”면서 “이는 경제·민생개혁 법안들은 우리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하고 전면적인 지지를 받아 실행을 위임받은 것이다. 왜 국민과의 약속이 소수의 불법 폭력 앞에 굴복해야 하는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질서유지권 발동에 그칠 게 아니라 전광석화처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군현·심재철·진성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단전·단수를 거론하며 ‘고사 작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안형환 의원은 5일 “민주당은 의장실 점거와 로텐더홀 농성 해제를 마치 선물을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절도범이 선심쓰는 형국”이라며 “국회의장이 자꾸 밀리고 있는데 폭력 사태 정리를 전제로 협상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조해진 의원은 “지금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쟁점법안 국면을 3, 4월로 계속 끌고 가고, 제2의 촛불 사태를 일으키려고 한다”며 “계속 야당에 끌려만 가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계속 물러서면 이명박 정권을 창출해준 국민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언론 관련법도 애초 목표대로 당장 처리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정을 위기 총력대응체제로 갖추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게 법안들을 제때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회 상황에 대해서 그야말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그대로 관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강조한 청와대의 기조와 같다.
그러나 총대를 멘 친이계 내부에서도 이견은 존재했다. ‘강경론’을 주도하지만 완벽한 ‘일치’는 아니었다는 것. MB 친위대라 할 수 있는 ‘안국포럼’은 사람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친박은 입을 닫았다. 어떤 발언도 ‘계파의 벽’ 앞에 ‘모난 정’이 돼 안팎의 시선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워 진다는 게 그 이유다.
소장·개혁파도 머뭇거렸다. 원희룡·김성태 의원 등은 “당장 일방적인 처리는 국민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며 ‘속도 조절론’을 꺼냈지만 당의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후폭풍·쪼개짐 누가 막나

결국 여야 ‘입법 전쟁’이 주요 쟁점법안들의 ‘합의 처리’로 결론이 나면서 한나라당은 극심한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청와대의 ‘법안 속도전’ 주문에 강행하려던 연내 처리도, 회기 내 처리도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고 국민 앞에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에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계파 갈등을 노출시켰다.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은 172석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실한 의심이 있다”면서 그 이유로 ‘한지붕 아래 두가족’을 꼽았다.
전 의원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진과 창조 모임’처럼 한나라당이 물과 기름같은 ‘친이와 친박 모임’처럼 됐다는 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라며 “한나라당의 위기는 내부분열이 그 원인이다. 172석의 거대 정당은 이념과 가치는 비슷할지 몰라도 (친이와 친박) 서로의 계산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는 헛장사를 지금 두달째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적 시각을 거론하며 “여야대화니 국민통합이니 거창한 소리할 것 없이 당안에서나 하나된 목소리를 내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가 화살처럼 쏟아진다”고 비판했다.
입법전쟁 후폭풍으로 인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우왕좌왕하는 여권의 모습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된 MB가 박 전 대표를 감싸 안는 것이 맞지만 기본적으로 당 내 문제는 당 내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당에서 박 전 대표를 품을 수 있는 이는 커녕 친이계를 대표하는 같은 체급의 인물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당 내 갈등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직 야권과의 전쟁이 2차, 3차전의 재발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여권 컨트롤타워 역할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사령탑 물밑전쟁 막 올라

현재 청와대와의 소통과 여권 힘 모으기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고 있는 이는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이다. 이 의원은 MB법안과 관련 대야 강경론을 주장하며 “우리가 애초 목표치로 삼은 것은 물러섬 없이 달성해야 한다”며 “85개 법안을 다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독려했다.

‘속도조절론’의 선두에도 그가 있었다. 대야 강경파의 정점에 있던 이 의원은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핵심 2제’인 한미FTA 비준안과 미디어 법안 처리의 ‘2월 처리’ 방안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이 힘드니 1월에는 쉬었다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며 ‘강경론’을 한풀 꺾었다. 쟁점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했던 청와대의 ‘속도전’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역할은 ‘막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MB의 친형으로 세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어 전면으로 나서는 데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최근 원외라는 ‘한계’를 채찍으로 삼아 더욱 분발하고 있다. 당 내 리더십 위기에 “문제없다”고 일갈하고 MB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강력 지원하고 나선 것.
그는 MB의 ‘속도론’을 거론하며 “그냥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안된다. 전광석화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여야 한다. 속도전에 들어가야 한다”며 한층 더 강도 높은 ‘지원사격’을 약속했다.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도 야권과의 협상력 등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때로는 ‘강경론’으로 때로는 ‘완급론’으로 협상을 주도했다. 또한 여전히 각종 법안의 조속한 일괄 처리를 요구하는 여권 내 강경론에 대해 “이왕 연말이 지났으니 숨고르기 해야 되지 않느냐”며 “물이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가는 법”이라고 ‘다독임’도 잊지 않았다.

이상득·이재오·박희태·홍준표 ‘실세’ 컨트롤 타워 경쟁
이재오 귀국 일정 공개, 혼란스런 당 파급력 일파만파

문제는 당 내 반발이다. 당 지도부, 특히 홍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 야당과의 협상도중 당 내에서 제기된 ‘책임론’에 홍 원내대표는 “장수는 도중에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며 중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책임론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상결과에 대해 차명진 대변인은 “지도부는 일찍부터 법안전쟁을 선포했지만 말 뿐이었고 아무 대책도 없었다. 지도부를 무릎을 꿇고, 폭력소수의 결재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고 비난하며 “저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대변인직을 사임, 지도부를 압박했으며 당 내에서도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당 한 중진의원은 “이번 사태가 종결된 다음 당 조직의 대폭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당원이나 의원,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후폭풍’을 예고했다.

‘이재오 복귀’ 최대 변수로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는 ‘여권 컨트롤타워’ 경쟁의 최대 변수다.
이 전 의원은 4일 자신의 팬클럽 ‘재오사랑’에 귀국 일정을 밝혔다. 동영상에서 이 전 의원은 “새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여러분 곁으로 갈 준비를 하겠다”며 “이제 함께 만나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부둥켜안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향후 일정에 대해 “아프리카·유럽으로 해서 이번 겨울에 중국을 중심으로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 동남아를 돌아서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처음으로 귀국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동안 미국 생활에 대해 “낯선 이역만리 미국에 와서 마음이 편했겠느냐”면서도 “그래도 한번도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세상을 배우고 한국의 미래를 설계했다”고 귀국 후 ‘역할’을 암시했다.
홍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을 통해서 5:5 정도로 주고받으면 성공적인 협상 아니냐는 입장을 보인데 대해 “이건 백기투항 아니냐”며 “85개 법안이라는 게 이미 여야 간에 여러 차례의 협상과정을 통해 마지노선까진 내려온 수준”이라고 강조하는 등 당 내 강경론을 주도해온 그의 측근들은 ‘지도부 인책론’으로 홍 원내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앞두고 판을 정리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며 친이재오계의 결집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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