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오바마 중동정책


유대인의 적극적인 지지와 모금활동에 힘입어 대선 승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해결 방법에 세계의 이목 집중


한 해의 마지막이 전쟁으로 얼룩졌다. 12월27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것.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를 몰락시키기 위해 끝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번 사태로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강도 높은 공격에 각 나라 대표와 많은 언론들은 서둘러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취임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정책 방향이 나타날 수 있어 오바마측의 행보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개전 12일 만인 지난 7일,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제안한 휴전안을 조건부로 수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가자지구에서 휴전협정 체결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팔 사태에 소극적인 미국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어떤 형태의 휴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반드시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중지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부시 정부가 보여 온 친이스라엘 정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페리도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분명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적극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섰다.

‘차기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반응’에도 많은 시선이 쏠렸으나 오바마측은 “한 시기에 대통령은 한명 뿐”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인도 붐바이 테러사건에 대해서는 테러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낸데다 미국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어 중동문제에 대해서만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결국 오바마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긴 침묵을 깨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 민간인 희생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오는 1월20일 이후부터 나는 이번 문제에 대해 지난 선거기간 동안 말했던 것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을 것을 여러 번 이야기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취임 이후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고 효과적으로 중동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오마마와 ‘친이스라엘’ 사람들

오바마가 중동사태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유대인들이 오바마 정부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예비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4일,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를 인정하면서 오바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 후보가 된 오바마는 이날 워싱턴 DC 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유대인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총회에 참석했다. 전국 8000여 유대계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며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 선언했다.

오바바는 중동 전체의 안정화를 위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적대국 지도자들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부시 행정부 때 추락한 미국의 위신과 지도력을 다시 세우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스라엘 방문 중 그는 “국가의 대표성도 없고,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테러를 자행하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집단과 협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친이스라엘 입장으로 돌아섰다.

오바마는 “만약 누군가가 나의 두 딸이 잠자고 있는 한밤 중 우리 집에 로켓을 쏜다면 나는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며 “이스라엘이 같은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존 매케인을 누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압도적인 선거자금 모금에 있었다. 한 미국 정가 소식통은 “오바마는 클린턴이나 매케인보다 훨씬 많은 선거자금을 모았다.

여기에는 유대계의 지원이 컸다. 유대계는 일찌감치 오바마를 밀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대선 승리를 안겨준 ‘리먼 브라더스 사태’도 유대계와 관련이 깊다.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하키 맘’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지율 48%로 오바마 후보를 역전한 것은 대선 최대의 ‘위기’였다. 그러나 며칠 뒤 유대계 리처드 폴스 회장이 경영하던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했고 뉴욕 주식은 최악으로 폭락했다. ‘경제 위기’에 페일런 효과는 빛을 잃었다.

지난해 11월4일 선거직후 메릴랜드대학에서 개최된 ‘미국정치컨설턴트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리먼 사태는 매케일을 향해서 정밀하게 유도된 폭탄이었고 오바마에게 대선 승리를 안겨준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바마가 유대계에 크게 빚진 것이다.

유대계는 자신들이 만든 오바마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대인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오마마의 당선 직후 성명을 통해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유대인의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유대계 유권자 중 78%가 오바마를 지지했다”고 자신들의 ‘공’을 드러냈다.



오마마 정부, 유대인들이 ‘장악’

오바마 정권도 유대계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바마의 측근 중에는 유대계이거나 이와 관련된 인물이 많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램 이매뉴얼은 친이스라엘 성향 인사다. 그는 선거자금 모금에 탁월한 재주를 갖추고 있어 루빈 전 재무장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윌리엄 도널슨 전 증권거래위원장,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총재,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 유대인이나 친유대계들을 모금활동에 대거 끌어 들였다.

오바마의 왼팔로 알려진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유대인으로 오바마가 상원의원 선거 때부터 호흡을 맞춘 오바마 대선 승리의 1등공신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오바마의 친구이자 항상 그의 팔꿈치 안에 있는 가신”이라 평가했다.

백악관 대변인으로 내정된 ‘오바마의 입’ 로버트 깁스는 최근 4년간 오바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참모이다. 그러나 깁스와 오바마의 인연은 그다지 길지 않다. 2003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존 캐리의 대변인으로 일하다 중도 하차한 그는 이듬해 오바마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의 전화를 받고 오바마 진영에 합류했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의 친이스라엘 성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민주당 경선 당시 “이란이 이스라엘을 핵 공격하면 이란을 절멸시키겠다”는 초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힐러리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친이스라엘 정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친이스라엘적 의원인 힐러리가 국무장관에 내정된 데 대해 아랍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그의 정권인수팀이 최근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국정어젠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힌 것은 ‘오바마 정권’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사태 해결에 전세계 집중

이번 사태에 대해 오바마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의 중재를 요구할 수도 있고, 하마스가 로켓 공격을 중단하도록 국제적 압력을 주도할 수도 있으며, 이스라엘과 하바스의 평화 협상을 적극 후원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모든 시도는 이미 추진된 바 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로선 이스라엘에 치우치면 아랍세계의 분노와 반감을 초래할 것이고 역대 미 정권이 비해 이스라엘을 경시한다는 인상을 주면 미국 내 유대계 파워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려운 중심잡기’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연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양측이 수용 할 수 있는 중동문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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