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열차 타고 떠나는 강원도 태백 여행

겨울에 와야 제 맛! 우리나라 최高여행지

하늘열차 타고 떠나는 강원도 태백 여행

▲ 태백 '하늘열차'


깊은 적막만 흐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탄광촌 '추전역'

‘하늘열차’,영월에서 태백까지 산허리따라 춤을 추든 굽이치는

해발 1303m, 광활히 펼쳐지는 바람의 언덕 '강원 태백 매봉산'

몸과 마음을 정화, 하늘과 땅의 경계점이 흐려지는 '하늘봉우리'


겨울철 운치있는 여행을 가고 싶다면 강원도 태백으로 가보자.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탄광촌마을길은 일명 하늘열차로 통하는 ‘환상선눈꽃열차’를 타야 정석이다.

복잡한 머리와 갑갑한 마음을 털고 희망한 새해를 맞고 싶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추전역, 하늘과 가까운 매봉산 평야, 한강의 수원지와 태백산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태백으로 떠나보자.


▲ 태백 추전역 기념비


서민의 애환 덜컹이며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

한숨 같은 기적소리 힘겹게 울리더니 느릿느릿 회색빛 풍경을 철로 위로 끌어올린다.

멈춰진 듯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차창 밖으론 고깔모자 닮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이 하염없이 휘어진다.

이어 열차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로 빨려들어 간다. 터널의 끝자락을 뚫고 나온 반짝이는 불빛 하나, 그것은 꼭꼭 숨겨둔 기다림과 그리움의 공간. 해발 855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이다.


탄광촌 옛 추억 담긴 곳


숯검정빛 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로웠던 그 옛날, 그 탄광촌은 지금 애물단지 탄가루 뿌려대는 폐광촌으로, 석탄을 싣고 달리던 기차는 깨어나지 못할 긴 잠에 빠진지 오래다.

시꺼먼 얼굴을 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풍요로웠던 역사는 난로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텅 비어 있다.

허나, 겨울날 추전역에서 한번이라도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탄 더미가 완전히 파묻혀버릴 만큼 깊은 설원의 풍경을. 그리고 싸리밭골(추전은 싸리밭골에서 유래됨)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한 정취는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흔히들 청량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태백까지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를 두고 ‘하늘열차’ 라 부른다.

영월에서부터 예미, 사북, 고한, 추전, 태백역에 이르기까지 하늘에 달린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듯 산허리를 굽이치는 구간을 말한다.

그 여행길의 최고 감동구간은 단연 추전역이다.

73년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세워진 추전역은 험준한 산악과 협곡이 즐비한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난공사였다.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릴 당시에 추전역은 한달에 약 10만 톤의 석탄을 전국적으로 수송했던 그야말로 보물 같은 역이었다.

지금은 정부의 시책으로 석탄산업이 하향길을 걷게 되면서 작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렸다.

▲ 탄광촌 광차의 모습


거기다 몇 해 전까지는 하루 왕복 1차례 열차가 정차하기도 했지만,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추전역을 경유하는 겨울철 ‘환상선눈꽃열차’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하늘이 온통 잿빛인 날 추전역을 찾았다.

조금씩 눈발도 날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답게 추전역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심했다.

한참을 올라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라는 기념비를 보고서야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철로 바로 앞에는 ‘멈춰선 광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나무 위로 눈이 소복 쌓이기 시작한다.

워낙 고지가 높기에 한번 내린 눈을 잘 녹지 않고 겨우내 쌓여있다고 한다. 역무원의 동행 하에 정암터널로 오르는 철로를 따라 강원도 오지의 적막강산을 걸어 본다.

바람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갈 만큼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추전역이다.

이따금 역무원들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들 뿐 심심할 정도로 고요하다.

정암터널은 추전역과 고한역 사이에 있는 터널로 그 길이가 무려 4505m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겨난 ‘죽령터널’을 제외하고 가장 긴 터널로 손꼽힌다고 한다.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난로에 몸을 녹인다. 허름한 벽에는 철도개통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초대 추전역장이 기념테이프를 자르는 빛바랜 흑백사진도 걸려있다.

추전역에 머물다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연들도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추전역은 겨울에 와야 제 맛이라고들 한다.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말이다.

송이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조그마한 역사는 눈꽃 가득한 산정에 올라선 듯 운치 있는 설국으로 변한다.

세상이 어지러워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 다시한번 찾아야겠다.

추전역은 마음의 고향처럼 평온하고, 왠지 모르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줄 것 같은 묘한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날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라면 더욱 행복하겠다.


▲ 매봉산 '하늘봉우리'


하늘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봉우리’라는 뜻의 천의봉(天衣峰)이라고도 불리는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은 백두대간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또 동시에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의미 깊은 산이기도 하다.

해발 1303m 매봉산 봉우리에 오르면 머리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이 아닌 눈앞에 광활히 펼쳐지는 하늘과 평원을 마주할 수 있다.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정상에 우뚝 솟은 풍차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은 하얀설원을 이루었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대지와 하얀 풍차의 아름다운 조화는 마치 한편의 그림동화를 연상케 한다.

해발 1303m 바람의 언덕, 하늘과 땅의 경계점이 흐릿해지는 이곳 하늘봉우리에선 두 다리에 힘을 풀고 겨드랑이 속 접어두었던 날개를 펼쳐 바람의 리듬에 몸을 맡겨도 좋겠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등성이는 겨울 단장을 시작하기 전의 설렘으로 한창 들떠있다.

코발트빛 하늘 아래 펼쳐진 이 장엄한 풍경에 빠져드노라니 팍팍한 일상의 짐들은 절로 잊혀진다.

그저 달콤한 바람을 긴 호흡으로 음미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짜릿함을 맛볼 시간이다. 바로 하늘과 맞닿아있는 매봉산의 넉넉함이 내어주는 잔치다.

매봉산 정상은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 쪽으로 향하다가 삼수령 왼편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풍차 근처까지 차편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는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며 삼강(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인 삼수령(三水嶺)이 있다.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의 한강을 따라 황해로, 동쪽의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의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분수령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삼수령 조형물 앞에 빗물 가족의 운명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삼수령을 지나 대덕산 방향으로 향하면 1300리(514.4km)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도착하게 된다.

주차장을 지나 검룡소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의 1.3km 오솔길은 나무그늘이 아늑하고 숲내음이 향긋하여 산책로로 훌륭하다.

1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동굴의 소(沼)인 검룡소에서는 하루 9℃ 2000여톤 가량의 지하수가 샘솟는다.

솟아오른 물은 12개의 하천과 북한강 등 3개의 강, 38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 황해로 흘러들어간다.

‘태백의 광명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란 표석을 보고 있자면 태백산의 기운과는 또 다른 정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가슴이 잠시 뜨거워진다.

검룡소에서 용출된 물은 석회암반 위의 이리저리 뒤틀린 물길을 따라 흐르는데,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몸부림 친 흔적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태백 시내 한복판에는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다.

흘러드는 물길이 없는데도 하루 5000여톤의 물이 샘솟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한 황지연못은 새파란 물 색깔만이 그 신비함을 짐작케 한다.


▲ 황지연못



동굴여행과 태백산 산행


추전역 말고도 태백의 관광지 중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높은 곳이 또 있다.

금대봉 아래 해발 920m에 자리잡은 용연동굴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지역에 있는 동굴이다.

높다고 하여 산을 올라야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 아래 매표소에서 동굴까지 미니열차가 다니기 때문이다.

1억 5000만∼3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연동굴의 길이는 843m. 모두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가 있는데 40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종류석, 석순, 석주 등의 동굴 생성물을 구경할 수 있다.

화산모형분수대, 일반 분수대, 그리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리듬분수도 볼거리다. 이따금 천장에 붙어사는 관박쥐도 볼 수 있다.

동굴여행을 마쳤으면 태백산 도립공원으로 가보자. 공원 입구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석탄박물관도 태백의 대표 관광지중 하나다.

석탄산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태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석탄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수직갱도로 장식된 건물 외관부터 웅장한 느낌이 든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건물로 내부는 모두 여덟 개의 전시실과 함께 지하에는 체험갱도, 옥외전시장까지 설치되어 있다.

옥내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석탄의 역사 및 채굴과정과 광부들의 삶, 연탄제조 기술 등 석탄에 얽힌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광산생활관에선 60∼70년대 광부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으며 체험관에선 지하갱도에서 탄광 막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실감나게 만들어졌다.

박물관 관람을 마쳤으면 태백산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떠나보자. 등산로가 험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등산화 만 갖추면 어른, 아이할 것이 없이 겨울철 눈꽃의 아름다움과 산행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태백산 산행은 대게 당골코스, 유일사 코스, 백단사코 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서 유일사로 올라 정상인 천제단에서 당골로 하산하는 유일사코스는 하 산시간까지 합쳐 3시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무난한 코스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은 새 하얀 옷을 갈아입고 신비스런 자태를 뽐내니 그 이색적인 풍경에 눈이 시릴 정도다.

두 그루의 주목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인 장군봉을 지나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천제단이 바로 산 정상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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