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치권 풍경 이모저모

무자년(戊子年) 쥐의 해가 가고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가 다가오면서 새해 정치권 풍경이 주목받고 있다. 각 당마다 단배식 등을 통해 결집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당의 새 출발을 알리고 비전을 선포하기에도 적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해는 싸늘한 정치상황으로 예정되어 있던 단배식의 취소를 고려하는 등 자중하는 분위기다. 여야가 ‘전투모드’에 들어갔는데 웃음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월은 또한 ‘세배 정치’의 계절이기도 하다. 과거 유력 정치인의 집은 ‘문턱이 닳도록’ 많은 이들이 오갔지만 최근에는 괜한 오해를 살까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새해가 돌아오며 각 당은 새해 정치로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은 연말부터 이어온 국정 드라이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고 민주당의 새로운 비전 선포 준비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배식을 통해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모터 단 MB 드라이브

기축년(己丑年) 벽두는 새 해가 시작된다는 설렘보다는 여야 간 긴장 상황으로 인한 날선 공기로 시작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 단독상정과 주요 법안 강행 처리로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한나라당은 새해에도 연말부터 시작된 ‘전력 질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강력한 국정동력을 위해 공직사회의 개혁을 시작했으며 연초 개각 등으로 강력 드라이브를 이어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발 맞춰 주요 법안을 처리한다는 것.

▲ 새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강경 드라이브를 펴는 정부·여당에 야당이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은 경제살리기 법안, 헌법 불합치·위헌 해소 법안, 사회개혁법안 중 여론 지지도가 높은 법안을 이번 회기 중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면서 “어떠한 혼란이 있어도 연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 진영과의 대립은 각오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선 끝난 지 일 년 된 시점으로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더 이상 민주당의 프레임을 한나라당에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국정원장도 “정신을 집중해 시위를 당기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中石沒鏃)는 각오로 안보와 국익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타개의 선봉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박희태 대표는 ‘4대 강 정비 사업’을 이명박 정부의 국정 동력원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15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4대 강 정비 사업’ 등 정부가 하려는 일에 반론이 제기되고 여기에 귀 기울여 논쟁하다 보면 모든 게 끝나고 만다. 전광석화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며 강한 속도감을 강조했다.

연초 정치권 ‘세해 정치’ 준비 들썩…단배식, 신년 계획 ‘차근차근’
한나라…청와대 강경 드라이브 발 맞춰 ‘속도전’ “확~ 밀어붙여!”

이어 “좌면우고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 곳곳의 SOC 사업을 동시다발로 착수해, 전 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 건설의 해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 난국을 돌파하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도 “오늘은 낙동강, 내일은 영산강, 그리고 금강과 한강에서 대통령이 지휘봉을 들고 진두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은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돌파 내각’, ‘돌격 내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월19일 이명박 대통령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 수성을 하는 첫번째 길은 대선과 총선 공약인 ‘경제살리기’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못하는 한나라당, 아무것도 안하는 한나라당이 돼선 안된다”고 쟁점법안 강행 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또 “언제까지 국민들이 소수에 질질 끌려가서 아무것도 못하는 다수를 원하겠냐”며 강경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신년연설을 예년 보다 보름 가량 빠른 1월5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경제살리기를 위한 ‘속도전’에 동참했다.

새 길 찾아 나선 민주당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국회 대치사태와 관련, “(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전면전·속도전을 주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휘방침을 받들어 홍준표 원내대표는 단계적 접근전략을 포기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모든 법안을 전면적으로 처리·통과시키겠다는 전투방침을 밝혔다”며 이 대통령의 ‘배후론’을 들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의 전쟁 수행 목적은 역주행 드라이브를 강행하기 위해 국회의 견제 기능을 마비하고 MB 악법을 처리해 민간 독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전쟁을 이명박에 의한 이명박을 위한 이명박의 전쟁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은 국민의 피와 땀, 눈물로 이룬 민주사회 질서와 복지사회 기틀을 지키기 위해 반시대 반민주 반서민 악법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물러설 수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대표도 당의 강경기조에 대해 “우리는 민생 등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가치중립적인 것은 경쟁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은 투쟁한다는 세 가지 기조를 갖고 왔다”며 “지금은 투쟁할 때”라고 소리 높였다.
연말 법안처리가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여야 간 ‘전쟁’도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미 일부 시·도당에서는 계획했던 단배식의 취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연초가 ‘투쟁’으로만 얼룩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명야당이냐, 대안야당이냐를 둘러싼 노선 갈등으로 당의 정체성을 고민해온 민주당이 연 초 새 이념좌표와 정치노선을 담은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키로 한 것.
민주당 내 뉴민주당비전위원회은 ‘뉴민주당 플랜’의 윤곽을 잡았다. 당 노선을 현재 강령에 규정된 ‘중도개혁’ 대신 ‘새로운 진보의 길’로 제시했다. 뚜렷한 가치지향을 담고 있지 않은 중도와 개혁을 뺀 것. 이와 함께 비전을 ‘중산층과 서민이 도약하는 민생제일주의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번영’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뉴민주당 플랜’ 발동 걸고 오랜 침체기 지나 도약 노린다
못다 핀 ‘세배 정치’ “어르신~ 정치 세뱃돈 좀 두둑이 얹어주세요”

민주, 개혁 등 기존 7대 가치도 기회, 정의, 공동체라는 3대 가치로 바꿨으며 ‘뉴민주당 선언’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뜻도 담았다.
비전위는 외환위기 극복과 민주주의 발전, 복지확대, 한반도 평화증대를 성과로 꼽았지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의 패배는 결과적으로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우선 과거에 우리가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방법으로 정권을 다시 뺏어 올 수 없다”고 뉴민주당 플랜의 기조를 언급했다. 과거 10년에 대한 반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고’다.
정 대표는 또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면 민주당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부각될 것“이라며 10%대에 고착되고 있는 당 지지율과 ‘인재 가뭄’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자유선진당은 새해 첫날인 1월1일 국립 현충원 참배와 단배식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 날은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함께 하는 제3교섭단체 선진과창조모임의 원내대표가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로 바뀌는 날이기도 하다.
양당은 “약속대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이를 주목하고 있다. 선진과창조모임의 원내사령탑이 바뀌면 그 기조도 보수에서 진보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원내사령탑 교체에 ‘국회법 개정안’ 카드를 내밀었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7석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에 두 당이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경우를 막는 내용을 추가한 것.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선진과창조모임은 해체절차를 밟게 되며 선진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진영에서 ‘연대’하고 있는 창조한국당이 제3교섭단체의 원내사령탑이 되는 것을 내심 반기고 있다. 그러나 문국현 대표는 선거법위반으로 국회의원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 그가 선진과창조모임의 원내대표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어르신들 찾아뵙자

다른 말로 ‘훈수정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세배 정치’는 정치권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이던 이들을 찾아 인사하는 것을 말한다. 오래전부터 ‘줄서기 정치’라는 비아냥과 함께 ‘구태정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올 해에도 ‘어르신’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 세뱃돈’을 청하는 이들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 ‘세배 정치’로 건재함을 드러냈던 유력 정치인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다급한 정치권 상황으로 매 해 찾아오던 이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배’도 권력의 축이 이동할 때마다, 정치상황이 바뀔 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난해 대선과 총선으로 ‘훈수정치’라는 세뱃돈을 톡톡히 내줬던 전 대통령들은 친인척들과의 조촐한 인사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
힘이 많이 빠지기는 했으나 ‘호남의 맹주’로 녹록찮은 정치력을 보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독설’을 잃지 않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올 해도 측근들의 방문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사건으로 웃음을 잃었다.
반면 ‘살아있는 권력’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은 각종 ‘부탁’으로 들썩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측에게 아들 현철씨의 정계 복귀와 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의 자리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돼 정계 복귀의 포문을 열었으며 박 전 의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의 자리가 거론되고 있다.
친 이재오계는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소식으로 바빠졌으며 박근혜 전 대표는 조용히 새 해를 맞이한 후 ‘결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김무성 의원은 “지금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있는데 (이 전 의원이) 들어온다면 이쪽(친박계)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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