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또 한번 정치권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지난 5일 국회 법안처리 상황 및 의원들의 성향에 대한 내부 보고 문건을 안경률 사무총장과 함께 보고 있는 장면이 언론의 포착된 것이다.

‘이상득 문건’ 파문

이상득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개혁입법추진 난항 실태-정무위원회의 경우’라는 제목의 문건을 안경률 사무총장과 함께 봤다.

이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선진화 및 규제개혁 차원의 핵심 개혁 입법안이 야당의 저항이 아닌 한나라당 내 이견으로 인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는 내용과 함께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원의 성향이 실명으로 기재돼 있었다.

문건에는 “현재 ‘산업은행 민영화:금융위’, ‘동의명령제: 공정위’, ‘일반지주회사법: 공정위’, ‘인문사회연구회 개편; 국무총리실’ 등 4개 법안이 좌초되기 직전이며, 이미 ‘신보-기보 통합: 금융위’는 포기된 상태”라고 적혀 있었으며 ‘산업은행민영화: 고승덕 절대 반대, 이진복 반대, 박종희 소극 반대’ 등이 명시됐다.

특히 ‘홍준표 원내대표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고승덕의 저항이 노골화되고 있음’이라는 내용과 ‘동의명령제-일반지주회사법은 김영선 위원장이 결사반대하고 있음(특히 동의명령제의 경우 국무회의 통과법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하려다 이제는 전속고발제 폐지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제출, 둘 다 폐기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음)’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이상득 문건’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즉시 ‘상왕정치’라며 비판에 나섰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형님 문건 게이트를 통해 우리는 상왕 정치의 실체를 목격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친형이 직접 관장하는 정보시스템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문건의 실체를 공개하라”며 “대통령의 친형으로 공식 지도부가 아닌 입장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관리·감독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 의원이 대통령을 대신해 한나라당을 신탁통치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이 의원밖에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여당 내에서도 싸늘한 시선이 드리워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8년 공직 생활하면서 늘 감시 감독을 받아왔다. 도청도 당하고 통장도 늘 조사당하고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 하지만 기분 나쁜 것은 기분 나쁘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파문 이후 문건의 출처에 대해 파악 했냐는 질문에 “정기국회와 관련이 없는 문건”이라며 “이는 당무에 관한 것인데 당무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 소관”이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문건의 내용에 대해선 “정확하게 분석을 했더라”라고 말했다.

“비밀문건이면 주의를 했지…”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희 의원은 ‘이상득 문건’ 파문에 대해 “한마디로 해프닝”이라며 “문제의 문건은 당이나 행정부가 아닌 사설 정보지 수준의 사실을 담고 있다. 당 내부에서 만든 책임있는 문건이라면 그렇게 한 두 장짜리 페이퍼로 됐을 리가 없고 주의 깊지 않게 본회의장에서 꺼내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점심 식사를 하다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문건”이라면서 “당에서 만든 문건이 아니며 시중에 돌아다니는 문건으로 추측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문건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해 의혹을 키웠다.

이 의원은 정치권의 논란과 관련, “내가 무슨 죄를 지었냐”며 “(문건은) 국회에 있는 사실들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금융권에 그런 문건은 수두룩하다. 내가 받은 건 맞지만 그 이상은 추측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비밀문건 같으면 이렇게 성을 내지도 않는다. 비밀문건 같으면 주의를 했지, (본회의장에서) 봤겠느냐”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상왕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개입이라니,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말도 못하냐”고 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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