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은 ‘A+’ 유지…“금융위기시 정부 조치 긍정적 평가”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Outlook)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조치는 피치사가 지난 4일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Outlook)’에서 미국, EU,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recession)에 진입하면서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국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위기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인 톤(Global Recession)으로 전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피치는 신용등급이 BBB~A 등급인 17개 신흥 국가를 대상으로 동시 리뷰(review)한 결과,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아 등 4개국은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우리나라, 말레이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헝가리, 러시아 등 7개국은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피치는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 우리나라 등급을 유지한 바 있다”며 “이번 등급전망 하향 조정은 개별 국가 요인이 아니라 세계 경제 둔화 요인으로서 10월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듦에 따라 비슷한 그룹에 있는 국가들 대상으로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디레버리지(de-reverage) 과정이 한국의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며 “다만 은행의 대외차입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외화유동성 공급, 재정지출 확대 등 그간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피치가 리뷰한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나 중국, 대만, 태국, 인도는 등급전망을 유지한 데 대해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대외의존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크기 때문에 세계 경제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 신용평가사의 등급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각 신용평가사 마다 주안점이 다르다”며 “무디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피치는 재정건전성에 주안점을 두는 등 각 신용평가사마다 다르고 부여등급도 다르다”며 “피치사의 결정으로 타 신평사의 신용등급이 영향받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03년 3월 무디스는 북한의 NPT 탈퇴 이유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며 우리나라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으나 다시 원위치 시킨 적이 있다.

최종국 국장은 “신용등급이 ‘A+’로 유지됐다는 점은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외건전성도 잘 관리하는 한편, 최근 조치들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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