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직불금 파문 일파만파

▲ “높으신 분들이 뒷통수를” 직접 농사를 지은 이들이 받아야 할 ‘쌀직불금’을 정관계 인사 등 ‘높은 이’들이 수령해 농민들의 뒷통수를 쳤다. 성난 민심은 “두고보자”며 이를 갈고 있고 사태의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신청 사건’(직불금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가 쌀소득보전직불금 관련 철저한 조사에 나서면서 공무원만 4만여명, 이중 100여 명의 정관계 인사가 포함됐다고 전해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들의 쌀소득보전직불금 탈법 수령과 관련해 부정 수급자 명단의 발표를 촉구하며 부정 수급액의 국고 환수, 부정 수급받은 정무직 공무원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6개 시민단체는 정부와 정치권이 쌀직불금 불법 수령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 이번 파장이 어디 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항상태에 빠진 금융시장 불안한 민심에 찬물 끼얹은 ‘쌀직불금 파문’
고위공직자 ‘도덕적 해이’ 흉흉한 민심에 불 질렀다…민심이반 확대 중


지난 16일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대로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다시 공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민심에 찬물을 끼얹은 ‘쌀직불금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쌀직불금 폭탄 ‘펑’

고위공직자 4만명이 직접 쌀농사를 지은 농민이 받아야 할 쌀직불금을 농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민은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공분하는 원인은 감사원이 밝히고 있듯 쌀 직불금 제도가 양도소득세 회피수단(8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양도세 100% 면제)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부재지주가 현지 농업인에게 농지를 임대한 뒤 허위로 ‘농지이용 및 경작 현황 확인서’를 작성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고 있으며 양도소득세 중과회피, 농지법 위반에 따른 농지처분명령 처분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후에 거주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해 자식에게 물려줄 경우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가 ‘파렴치범’에 형사고발까지 촉구하는 배경이다.
경제위기로 민심이 악화되고 한미FTA, 비료값 폭등 등으로 농심이 흉흉한 가운데 쌀직불금 파문으로 터진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민심 이반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부당 신청에서 비롯된 쌀직불금 파문이 김학용, 김성회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명이 쌀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농민을 위해 지불되어야할 국민의 혈세가 탐관오리들에 의해 갈취당한 사건”이라면서 “국회의원이든 장차관이든 모두 밝혀내고 처벌과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한나라당 의원 2명도 ‘쌀직불금’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학용,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의 쌀 직불금 수령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은 ‘쌀떼기 당’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얻고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의 이름도 16일 아침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의해 쌀 직불금 수령자로 거명됐다.
김성회 의원은 화성시 안석동의 논에서 직불금 제도가 시작된 2005년부터 3년간 매년 60여 만원씩 총 180만원의 직불금을 받았고, 김학용 의원은 자신의 명의로 된 안성시 양기리의 논에서 2006년부터 매년 50만원씩 총 100만원의 직불금을 받았다.
김 의원은 “모친이 나에게 증여한 3000평 규모의 논이 있으며, 현재 모친이 경작을 하고 있다”며 “사촌형이 마을 이장인데 어느 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가르쳐줬더니 통장에 직불금이 들어와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용 의원은 “아버지가 지난 2000년 ‘네 이름 앞으로 논을 샀다’고 말씀하셨고, 이후 2006년 ‘직불제가 생겼는데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고 하니 네가 신청하라’고 해서 한 것”이라며 “2006년과 2007년 30만원씩 60만원 정도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의원 모두 땅 명의가 본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 직불금을 받았을 뿐이지, 실제 부모가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라고 해명했다. 대리경작을 하면 소작농이 직불금을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모두 부모가 농사를 짓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부친이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상속받은 대전 땅에서 부친이 실제 경작을 해 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론 공방 정국 주도권 다툼

이 밖에도 지난 16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2007년도 직불금을 수령한 고위공직자 3명이 있다고 발표했다. 홍 원내대표가 밝힌 3명의 고위공무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 방송통신위 2급 공무원, 농진청 2급 공무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가 공직자들의 쌀소득 직불금 신청·수령 실태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국회 역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 파문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에 여야가 일단 합의하면서 쌀 직불금 국정조사의 최대 쟁점은 이른바 ‘참여정부 책임론’이다.
여권은 애초 ‘강부자 내각’에 이어 이 차관 문제로 또 다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것을 우려하던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쌀직불금 문제를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몰고 가며 야당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 완료…‘참여정부 책임론’으로 정국 주도권 주도 강공
여당 의원 2명, 현 정부 고위공직자 3~4명 쌀직불금 수령 “역풍 두려워”


한나라당이 참여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자 정 대표는 “정략적 접근은 용서할 수 없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히 정 대표는 불법 수령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겨냥, “이 봉화 차관을 즉시 파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공직자, 지도층 인사들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후 민주당 진영에서 불법 수령자가 나오더라도 정파를 떠난 문제라는 점을 천명한 만큼 일단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원칙을 강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쌀 직불금 문제를 확인하고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의로 감사 결과를 덮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감사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에 이미 보고가 됐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 차관 문제로 몰려있던 수세 국면을 타개하고 야당과 공직사회 길들이기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엿 보인다.

“盧 정권의 실정” 공세전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감사원이 2007년에 감사를 종료하고 왜 이 문제를 발표하지 않고 즉각 제도 개선에 임하지 않았는지가 의혹의 출발점”이라며 “대선을 앞둔 민주당 정권이 농심을 자극하면 악영향이 올 것을 우려해 정권 차원에서 직불금 파동을 덮은 것”이라고 주장, ‘참여정부 실정’을 주장했다.

▲ “여·야 예외없이 ‘책임’져야” 야권은 쌀직불금 부당수령자 명단을 공개하고 국회의원, 공직자, 지도층 인사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권이 이처럼 강공에 나선 배경에는 자체 조사결과 부당 수령 고위공직자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지만 쌀직불금 파문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여당 의원 2명은 물론 현 정부 고위공직자 3~4명이 쌀직불금을 타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권 도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향후 조사과정에서 여권 인사나 현 고위공직자의 연루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요동치는 농심을 수습하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참여정부에서 쌀직불금 감사결과가 은폐된 것도 한미FTA 추진에 악재가 될 우려 때문이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어 향후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뿔난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 되야 할 것”이라며 “사안이 정쟁에 휘둘리는 동안 거리에는 제2의 촛불민심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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