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

“국제시장에서는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당 43달러를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상태에 빠지고 있는 만큼 업계를 넘어서 범국가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전전긍긍하며 고유가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원유도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산 원유가격 역시 배럴당 43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산업계의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의 경우 정부차원에서도 에너지 절감대책을 빼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산자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유가 전망치를 두바이산 원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선으로 올려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산자부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원인은 투기자본 유입과 미국의 한파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도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체들은 에너지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자부가 확실한 원인분석이나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그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치부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원인불명의 유가 급등세로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원유수급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산의 경우 43달러를 돌파, 지난 3일 현지 거래가격은 전일보다 79센트 오른 배럴당 43.84달러를 기록하며 4일째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 같은 고유가로 인한 막대한 원가부담에 직면한 항공·유화업계를 중심으로 업체별로 전사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에너지 절감대책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유화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美서부텍사스중질유가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만큼 국내경제에는 파장이 적었지만 최근 유가동향은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시장에서는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당 43달러를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상태에 빠지고 있는 만큼 업계를 넘어서 범국가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고유가로 국내산업 초비상 특히 전체 회사비용 가운데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는 유가급등에 따른 직격탄을 맞아 올해 적어도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2500만∼2600만배럴에 달하는 유류비를 써야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시 연간 6200만달러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엄청나게 늘어난 유류비 부담이 걱정”이라며 “현재 연료관리팀을 총 동원, 유가변동 추이분석 등 전사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 역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150억원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 유가급등현상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비행시간 단축이나 유류비절감차원의 경제성이 높은 항로 개발과 항공기 하중 최소화를 추진중이며 출발과정에서 활주로까지 토잉카로 끄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운항에 따른 경영수지가 부진한 노선에 대해 운항횟수를 감축하는 한편 건교부에 화물에만 적용되는 유료할증료를 여객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당초 올해 항공유의 평균 도입단가를 WTI(美서부텍사스중질유)를 기준으로 1배럴당 48달러로 설정했지만 50달러가 넘는 고유가로 전사적인 비상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향후 유가가 적정수준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은 노선들에 대해 운항중지나 폐지를 비롯한 항로조정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한 타격은 유화업계도 마찬가지로 LG화학은 유화제품 가운데 영업이익률 10% 이상 고수익제품의 매출비중을 늘리고 미국 등 해외매출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보전자소재사업을 비롯한 고부가 신사업의 매출실적을 제고하는 가운데 전사적인 내부 생산성 증대 및 에너지비용 절감활동을 올해 역점 추진사업방향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WTI 기준 배럴당 36달러로 경영계획을 설정했던 삼성토탈의 경우 유가급등으로 인한 원가상승압력에 대비, 사업본부별로 경영회의를 거쳐 경비감축지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는 연초에 두바이산 원유기준 배럴당 35달러로 잡았던 경영계획을 전면 수정할 계획이며 앞으로 보다 경제적인 원유구매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LG칼텍스정유는 국제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며 캄보디아 해상유전 탐사 및 개발사업에 회사역량을 집중시키는 한편 향후 해외유전에 대한 개발투자도 지속 추진키로 했다. 구매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효성의 경우 신규 거래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국제유가 동향에 연동시켜 구매물량과 시기 등을 세부 조정하는 등 원가절감대책을 추진중이다. ■ 항공운송부담 커진다 특히 고유가로 인한 원가부담 영향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평가받는 전자업계도 두바이유 등 유가 급등에 따른 항공운임의 상승 가능성 때문에 최근 들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외 항공사들과 반도체·LCD 등 고가 전자제품 수출과 관련 항공 운임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공수송을 통해 반도체와 LCD를 비롯한 주력상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운송비부담이 대거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만약 항공기를 통한 수송원가가 급증할 경우 원가부담의 절감을 위해 선박운송에 적합한 제품군에 대해 해운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각종 원자재를 비롯한 소재·부품 등을 회사차원에서 일괄 구매하는 한편 국제유가에 따른 시나리오에 의해 효율적 경영전략 전환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특히 유가급등과 관련해 사업본부별로 경영회의 절차를 거쳐 경비감축에 대한 지침을 공유하는 가운데 상시적인 원가절감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원유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업계의 원가부담이 우려되지만 급증하는 운송비 부담이 보다 문제라며 향후 수출경쟁력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로 인해 각종 운송비용 부담이 급증할 경우 결국 수출경쟁국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대체에너지원 개발이 필요하지만 긴박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유가급등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 지원정책을 마련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업계, 갑갑한 정부대책에 실망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부차원의 에너지 종합대책이 마련,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무력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정부태도를 질타하는 비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우선 고유가가 지속되는 만큼 두바이산 원유기준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30달러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높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정부도 현재 유가급등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 투기자본 유입, 미국의 한파 등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분석까지 이뤄지지 못 하고 있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에너지대책 부재는 결국 국내 업체들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경기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며 정부대책이 빨리 나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자부는 일단 현 유가상황이 미국 동북부지역 한파와 텍사스 정유시설 화재를 비롯해 정유설비고장과 투기자본 유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통상적으로 4월에는 국제시장에서 유가가 안정돼왔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동 두바이산 원유를 기준으로 30달러 후반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산자부는 미국 한파와 정유시설 고장 및 투기자본의 시장유입 등은 일시적인 사고에 불과한 만큼 에너지 절감 및 소비절약 유도 외에 추가대책은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는 산자부도 일부 인정하듯 현 국제시장상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적인 차원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고유가 원인들 중에는 화폐 및 실물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외환시장의 교란으로 인해 실물자산을 보유하려는 과잉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유가문제는 세계적인 수급불균형에 따르기보다 폐쇄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될 경우 토지·자원 등 실물자산에 대한 초과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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