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뿔난 의원 VS 성난 피감기관장

▲ “어이쿠 두(頭)야!” 날카로운 지적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과 그러한 공세를 풀어내야 할 피감기관도 모두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감이 이뤄지는 상임위마다 핏대 세운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국회는 ‘정책국감’ ‘민생국감’을 강조했지만 국감 첫날부터 ‘정쟁국감’의 기운이 완연하다. 또한 각 상임위 마다 정쟁을 부르는 핵심 안건들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향후 국감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위기상황에 대한 여·야의 공세로 코너에 몰렸으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구본홍 YTN 사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 이봉화 차관은 쌀소득 보전 직불금을 불법 신청했다는 의혹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선거자금 차입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 총력전으로 점점 뜨거워지는 국감, <시사신문>이 현장을 찾았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의 공정집행 여부를 감사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국감이 치러지는 상임위마다 국회의원과 피감기관들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야 공격에 “北도 야단쳐라”

외교통상통일위의 6일 통일부 국감에서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설전이 시선을 끌었다. 문제가 된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대로 했느냐’의 여부였다.

박선영 의원은 “지난 10년간 대북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3조5000억원을 퍼부었지만 미성년자 기아사망률이 가장 높다. 북한 하층민 천만명이 식량난으로 한끼도 먹지 못했다”면서 김 장관에게 “지난 정권 10년간 뭘 했느냐. 햇볕정책 전도사였고 실패한 정책 수행자가 통일부장관으로 올 수 있느냐, 영혼을 판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김 장관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중국대사를 지낸 데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부를 맡은 것을 꼬집은 것.

김 장관은 얼굴을 붉혔다. 그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아무리 국감이지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맞섰다.


각 상임위 국회의원, 피감기관장 신경전 ‘날선 목소리’ 키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 거친 김하중 통일부 장관 여·야 표적


김 장관은 박 의원이 보충 질의에서 “주중대사를 하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진 데 대해 책임지라”며 “‘내 탓이오, 죄인입니다’라고 하라”고 소리 높이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의원님도 반성하세요”라고 되받아쳤다.

결국 이들의 논쟁은 박진 위원장이 “국감장에서 나오기에 적절하지 않은 말”이라고 제지하면서 수그러들었다. 김 장관은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김 장관은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경색을 불렀다고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장관은 “우리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려 한 게 뭐가 있느냐. 지난 8개월간 대화를 제의해도 북한은 거절했다. 회사도 새 경영자가 오면 만나는 법인데 북한은 만나지도 않고 떼를 쓰고 있다”며 “북한도 야단치라”고 반박했다.

핏대 장관 VS 독설 의원 ‘한판승’

이번 국감의 꽃인 ‘경제문제’에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맹공이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45원이나 뛰며 6년 반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등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지며 MB경제팀의 외환정책이 도마에 오른 것.

6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강 장관은 혼란에 빠진 외환시장의 책임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공세에 내몰렸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정부가 경상수지 개선을 염두에 두고 3월 고환율 기조를 시사한 것을 신호로 역외세력이 베팅하면서 원화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환율폭탄’이 터지고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재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을 시장이 다 안다”며 “정부가 여러 차례 개입했어도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추세는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했다.

김효석 의원은 “환투기 세력이 한국에 베팅할 유인을 만들었다”며 “‘9월위기설’은 환투기 세력이 한국시장을 시험해본 것이며 앞으로 2, 3차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오제세 의원은 “참여정부의 외환정책은 미세조정 원칙하에 외환시장에 크게 간여하지 않고 급변동만 막는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현 정부는 미세조정보다는 개입주의를 표방하면서 스스로 급격한 변동성을 만들어놓고, 이후 뒷수습에 급급해 오락가락 정책을 폈다”고 꼬집었다.

▲ “도떼기 국감” 여·야 의원들과 정부측 인사들, 증인들과 언론까지 모여들어 국정감사는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한다.


환율정책 실패에 여당도 세게 몰아쳤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현 경제팀이 경상수지 균형에 집착하면서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 물가폭등, 외환시장 혼란을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강 장관은 “내가 무슨 고환율정책을 썼냐”며 맞섰다.

이어 김 의원이 “환율정책이 처음에는 경상수지, 다음에는 물가를 위해 쓰이면서 수백억 달러의 외환이 사라졌다”며 “현 경제팀이 환율을 거시정책의 종속변수로 활용하지 않았다면 (보유액을) 좀 더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신문에 보도된 것을 모아서 고환율 정책을 폈다고 하는데 제가 무슨 고환율 정책을 썼냐”고 화를 냈다.

강 장관의 핏대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현 경제 상황에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강운태 의원 질문에 “책임질 만한 시간이 없었다. 추경 예산안만 해도 의회에서 3개월 싸우느라 7월부터 시행되지 않았느냐”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세제개편·감세·규제완화 약속을 했는데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국회와 야당을 겨냥했다.

결국 서병수 위원장이 나서서 “의원들은 개인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니 좀 겸손하게 답변해달라”고 주문하자 강 장관은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흥분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충실히 감사를 받겠다”고 사과했다.

국감대처, 딱딱하게 혹은 유연하게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돌출행동이 시선을 끌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좌석배치에 항의하며 서서 질의하고 유인촌 장관도 덩달아 서서 답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정현 의원은 6일 문광부 국감에서 그동안 장관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정면에 앉고 여야 의원들의 좌석이 양 옆으로 배치되는 것이 국회 경시풍조라고 지적했음에도 이날 좌석배치가 그대로이자 장관 앞으로 자리를 옮겨 서서 질의를 하는 ‘강수’를 뒀다.

이 의원은 “여야가 마주보고, 피감기관장이 가운데에 앉아 있는 자리배치로는 말싸움이 잦아지는데다 피감기관장은 편하게 앉아있는 반면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은 고개를 억지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돌출행동에 유 장관도 “서서 답변하겠다”며 발언대에 서서 답변했다.


‘경제위기’에 한나라당도 방패 버리고 강만수 경제팀 집중 포격
국감 치르는 동안 상임위 쟁점도 이동 중…‘공격 요소’ 찾아라


지난 개각에서 국회의원에서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유연한’ 국감대처를 선보였다. 전 장관은 6일보건복지가족부에 대한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복지부가 멜라민 사태에 늦장대처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산 분유함유제품 멜라민 검사는 복지부 차원에서 두 가지 늑장대처를 솔직히 시인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9월11일 언론보도 됐으면 바로 수거검사 들어가야 되는데 식약청에서는 중국에서 확인보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보니 17일에서야 수거검사 들어갔다”며 “실제로 품목이 많고 검사기간 오래 걸려 수거검사 기다리면서 바로 판매중지에 들어가는 게 옳은 처신이었는데 처음 처리하면서 26일까지 늦어진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멜라민 사태에 대한 초기대응이 늦었음을 시인했다.

전 장관은 이 같이 의원들의 지적 사항에 문제점을 곧바로 인정하고 있다. ‘깔끔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기는 그의 태도에 여당 내에선 “국감 경험이 많은 만큼 대처가 노련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 장관은 또 멜라민 사태와 관련 식약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의원님,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잘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뜨거운 감자’

여·야간 신경전도 뜨겁다. 각 상임위별 쟁점에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 이봉화 차관의 쌀소득 보전 직불금 불법 신청 의혹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선거자금 차입 의혹 등 새로운 ‘뜨거운 감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신청한 이 차관의 부도덕성을 집중 성토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비용에 대한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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