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2008 성매매 단속’ 문제와 해법

성매매특별법 시행 4주년, ‘집창촌’ 죽고 ‘보도방’ 등 신종업소 활개
“법 생기면 그 법 피해가는 새로운 탈법 요소 등장” 법적 보완 필요
생계형 성매매 여성 위한 탈 성매매 지원 대책 미흡 ‘풍선효과’ 초래
성매매 단속, 표면적 ‘바지사장 잡기’보다 실질적 업주 강력처벌 필요


화려했던 ‘환락의 거리’도, 붉은 조명을 켠 ‘유리 창문 거리’도 모두 암흑가로 변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장안동 잡기’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성매매 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경찰 단속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의 무차별적인 단속은 성매매를 더욱 음성적으로 만든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대책 없이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단속에 대한 깊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강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찰의 성매매 단속 문제점과 그 해법에 대해 살펴봤다.

▲ ‘간판 내린 안마시술소’ 서울 동대문경찰서의 ‘장안동 성매매업소 잡기’로 장안동 일대의 안마시술소들은 간판을 내리고 이곳을 떠났다. 과연 이들은 ‘성매매’ 자체를 떠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음지’를 찾아 떠난 것일까.

지난 9월23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특별법)이 시행 4주년을 맞이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9·23 테러’라고 불릴 만큼 지난 2004년 법 실행 당시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성매매 업소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왔었다.

이로 인해 서울의 ‘미아리텍사스촌’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일명 ‘집창촌’이라 불리는 성매매업소들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때문에 성매매 집결지의 업소 수와 성매매 여성의 수가 줄어들어 가시적으론 성매매 근절이 이뤄진 듯 보였다.

음지로 숨은 성매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난 2008년, 정말 성매매는 줄어든 것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 의견은 ‘아니다’이다. 오히려 성매매 집결지에서 사라진 업주와 직업여성들이 더욱 음성적인 신종 변태업소로 스며들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성매매 특별법을 발의했던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지난 9월23일 “법이 생기면 그 법을 피해가는 새로운 탈법 요소가 나타난다”면서 “이 (유사 성행위나 신종 성매매 같은) 부분도 빨리 법적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을 피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조 의원의 지적대로 실제 지난 2004년부터 집창촌은 퇴락의 길로 접어든 반면, ‘안마시술소’, ‘대딸방’, ‘출장안마’ 등의 신종 성매매 업소들은 장안동 일대와 같은 새로운 성매매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일명 ‘풍선효과’라 불리는 이 현상은 풍선의 어느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 경찰의 단속이 집창촌은 눌렀을지 모르지만 신종 성매매업소를 만들어 성매매가 더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의 단속이 특정 성매매 업소와 지역에 국한되어 이뤄지고 있고, 또 그동안 대부분의 단속이 ‘보여주기’식 일회성 단속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매매가 점차 단속을 피해 음지로 파고들고 있다”며 “성매매의 음성화는 성병과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와는 달리 음성화된 성매매 업소의 여성들은 관리·단속이 미치지 않아 성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만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임금착취와 인권유린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성을 돈으로 사고팔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성은 경제수단의 도구일 뿐”이라며 “음성화된 성매매 업소는 더 많은 여성 희생자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어 인터넷 카페나 채팅 사이트를 통해 청소년들의 성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출장마사지 등으로 인해 심지어 주택가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성매매 음성화에 대한 심각성을 전했다.

길 잃은 성매매 여성

경찰의 강압적인 단속으로 야기될 문제에는, 단속으로 인해 가장 먼저 생계에 타격을 받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0년 종암경찰서장 재임 당시 관할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텍사스촌’ 성매매 단속으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종암경찰서장은 “죽기 살기로 성매매에 매달리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이 있다”며 “이 여성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이어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아주 미흡한 수준”이라며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게 한 달에 44만원을 6개월 내지 1년 동안 준다. 그것으로 탈 성매매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런 식의 자활 대책은 오히려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미아리 성매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돈 있는 업주들은 미아리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신종 성매매 업소를 차렸고,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도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 그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 관계자는 “탈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부족한 정책도 문제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도 이들을 다시 성매매의 늪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이들 여성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인정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의 과거가 탈로 날까 심리적·사회적으로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성매매 업소에서 오랫동안 노동과 임금을 착취 당했던 여성들은 사회적 무기력감에 빠져 성매매 업소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외로 아직까지 선불금 등의 빚은 안갚아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성도 여전히 많다”고 말해 이들 여성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는 결국은 “이들의 탈 성매매를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장기적인 직업훈련과 성매매를 하지 않고서도 생계를 이어 갈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만이 이들의 성매매 업소 재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구잡이 단속은 자제’

지난 9월2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찰의 무차별적 성매매 단속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불법을 용납해선 안되지만 무차별적 단속으로 민생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직폭력 등 민생사범 단속에 주력하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성매매 업소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그 배경에 조직폭력배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조직폭력 단속이 아닌 성매매 구매자나 제공자를 마구잡이로 단속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이동관 대변인은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신매매 등으로 잡혀와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범법자로 간주하고 그물망식으로 단속하는 게 옳으냐”고도 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에만 단속을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성매매업소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때문에 경찰의 단속에 걸리더라도 실질적 업주는 처벌을 받지 않을뿐더러 처벌도 ‘단순 성매매 알선’에 대한 법조항만 적용돼 약식기소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 업주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 관계자는 “성매매 단속은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성매매 근절 정책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성 관련 교육을 실시, 경찰과 남성들의 성매매 의식 변화를 꾀해 성매매를 줄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법 이행을 위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성은 돈으로 사고 팔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성인식의 변화가 바탕이 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은 성매매의 역사가 뿌리 깊은 만큼 단번에 자르려 하기보단, 근본적이고 순차적인 단속을 통해 뿌리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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