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거물 재보궐선거 복귀설

▲ “여의도로 올까? 말까?”지난 4·9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거물급 정치인들의 복귀설이 정가를 달구고 있다. 거론되는 이들은 이러한 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복귀를 바라는 측근들이 적지 않은데다 향후 그들의 정치행보를 위해서는 원외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이러한 설을 키우고 있다.

4·9 총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내년 4월 재보선이 정계 거물들의 복귀무대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이재오·이방호 전 의원과 민주당 손학규·정동영 전 의원 등 여·야 핵심 정치인들이 정계 복귀를 위해 재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설이 파장을 더해가고 있다. 이미 이재오 전 의원의 경우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패한 서울 은평을에서 다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으며 정동영 전 장관의 경우도 복귀 장소를 점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재보궐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초 평가가 이뤄지는 동시에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낙선했던 정계 거물들이 여의도 안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계복귀를 꿈꾸고 있는 것.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꼽히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복귀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거물들 여의도로 컴백?

거물급 정치인들의 재보궐선거 복귀설은 그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야에서 기둥이 되어줄 이가 약하다는 점 때문에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선을 진두지휘 했으나 공천 후폭풍에 휘말린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설’ 혹은 ‘조기귀국설’은 이미 여러번 정가를 달군 바 있다. ‘이재오계’로 불리는 그의 사람들이 당 요직과 계파모임을 통해 세를 모으고 있는데다 지난 총선에서 그의 지역구를 차지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정치대학원 연수생 자격으로 미국 유학중인 이 전 의원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참관차 방미한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좀 긴 안목으로 최소한 내년 봄까진 세계를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조기귀국설’은 힘을 잃었으나 이 전 의원이 원하는 ‘봄’이 그의 정치복귀 기회가 꽃피는 4월이라고 보면 그의 ‘재보궐선거 복귀설’은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야전사령관’으로 여당 내 구심점이 될 수 있어 많이 이들이 그의 정계 복귀를 바라고 있는데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번 학기가 끝나면 내년 학기 계약을 하지 말고 여기 와서 일할 기회를 갖자”고 하는 등 측근들이 그를 설득하고 있어 이러한 설은 크기를 더 키워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이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국현 대표의 의원직 상실에 대비해 참모들이 지역구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재보궐선거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편 이 전 의원은 12일부터 한국학을 연구하는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국현대정치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조심조심 기회보기

이 전 의원과 같이 공천 후폭풍을 맞은 또 한사람,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서울 방배동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정치권 복귀를 추진 중이다. 그는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연락할 곳도 필요해 사무실을 하나 구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역구인 경남 사천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지역구 다지기에도 열심이어서 “여의도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해 “기회가 되면 여의도로 복귀할테지만 청와대나 정부로의 진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살림꾼’으로 대선에서 당이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했으며, 당협별 지지율을 공표해 당선자가 직접 챙기기 껄끄러운 대목까지 하나하나 살피는 등 측근으로 활약한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해 정치권은 “휴식기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선·총선 낙선했던 정계거물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통해 복귀 움직임
이재오 전 의원 문국현 의원직 상실 대비 서울 은평을재보궐선거 준비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친이·친박간 갈등으로 위태롭던 한나라당을 이끌었으며 4·9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파동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 지난 7월 퇴임한 강재섭 대표의 복귀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강 대표는 “당분간 여의도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며 “퇴임 후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냥 6개월 정도 쉬겠다. 지난 총선에 국회의원 안한다고 불출마했는데 보궐선거 등을 기웃거릴 계획도 없다”고 국회를 떠났다. 그의 측근들도 “요즘 정중동이 아니라 정중정의 행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그의 계파가 살아 있는데다 지난 7월에는 지도부로 고락을 함께했던 김성조·이명규·주호영·나경원 등 계파색이 옅은 전·현직 초·재선 의원과 ‘동행’이라는 모임을 꾸려 ‘복귀설’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강 전 대표는 총리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 재개를 위해서는 원외라는 한계를 벗어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초 수도권 재보궐선거에서 수원으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 전 대표는 경기도 분당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국민생각’ 등 각종 국회 연구단체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돌아온 노장

민주당에서는 대선에 나섰던 ‘거물급’의 행보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이 이미 상임고문과 고문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실세들을 복귀시켰기 때문이다.

유인태·이미경·심재권·고재득 전 서울시당 위원장은 상임고문에 위촉됐고 김근태·김덕규·김민석·김한길·손학규·신기남·이상수·임채정·정대철·정동영·추미애 등 전·현직 국회의원은 고문에 위촉됐다.

신진 스타 정치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을 다시 여의도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대선에 나섰던 이들의 귀환 구상이 정가 소식통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7·6 전당대회를 끝으로 대표직에 물러난 손학규 전 대표는 강원도, 충청도 등을 돌며 지인들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측근들과의 만남도 자제하는 등 그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두면서 지내왔다.

▲ “다시 한번 여의도로 보내주세요”내년 4월 전국에서 적지 않은 재보궐선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당선무효형으로 확정된 이가 적지 않은데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한 수준의 외곽조직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다 도지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경기도권에서 의원직에 도전할 수 있어 경기도 재보선이나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한 컴백설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대선주자들이 2010년 지방선거를 대선의 디딤돌로 보고 전략을 짜고 있어 대권도전을 위해서라면 내년 초 재보궐이 적기라는 관측이다.

특히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 10월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어서 손 전 대표가 그의 지역구인 수원 장안구를 노리고 있다는 설이 돌았다.

그러나 손 전 대표의 측근은 경기도 수원 장안 출마설과 관련, “주위에서 그렇게 추측할 뿐, 어떤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손학규 전 대표 수원 장안구 ‘찜’, 정동영 전 장관 전주 덕진구 ‘복귀’?
한나라당은 ‘구심점’, 민주당은 ‘스타급 정치인’ 궁해 ‘복귀설’ 모락모락


지난 대선 참패 후 지난 7월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초청교수 자격으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의 복귀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 덕진구를 통해 복귀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세웅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당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데다 서울에서 총선 출마를 했다 패배한 후 다시 전주로 내려가는 것은 향후 정치행보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은 ‘조기복귀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하면서도 “전주 지역 주민들이 ‘정동영 장관의 공백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전 장관도 듀크대에 초청교수 자격으로 머물고 있지만 기간은 6개월로 내년 봄 귀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그의 측근들이 전라도쪽으로 내려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복귀설’은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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