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주당 둔 상왕들의 혈투


‘뉴민주당 플랜’을 세우는 등 야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민주당의 진로를 두고 상왕들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을 통해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당이나 다수당이 될 수 없다. 호남이 단결하면 영남의 단결을 해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땅 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의 선량들, 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며 “지역주의로 국회의원이나 쉽게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달라지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호남 사람들이 노무현 좋아서 투표했느냐’ ‘호남 민심이 더 나빠져야 한다’는 등 유독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많이 했다”며 “그러면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어디 표로 당선이 됐느냐. 굉장히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민주당을 망친 분은 노 전 대통령”이라며 “민주당의 정책·공약·지지세력으로 당선했으면서 당을 분당시키고 자신이 받았던 지지표를 반토막 내서 한나라당에다 정권을 바쳐준 꼴 아니냐”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이면 무조건 당선되는 영남 의원들에게 먼저 말 해야지, 표 찍어준 호남 분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이 민주당 지지도에 나쁜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깊이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집토끼로 불리는 호남 기반의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선 민주당 내부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중 구민주계 인사들은 대체로 박 의원의 발언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장성민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하는 지역주의 타파의 본질이 추악한 영남 패권주의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박주선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앞으로는 호남에 가서 지지를 호소하지 말라는 얘기냐”고 소리높였다.

반면 친노 그룹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평소의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이니 특별한 논란거리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비호남권에서는 “민주당은 영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고향) 선후배끼리 형님동생 하는 문화가 있다”며 “호남 의원들이 부산에 출마하고 내가 호남에서 출마한다면 민주당 의원으로서 영남에서 정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될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혁파’ 주장에 동감을 표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던 전 대통령의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토끼’에만 연연하면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원로 정치인의 조언정도로 해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민주당’의 지지층과 진로를 둘러싼 지역간, 계파간 갈등의 골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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