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짧은 추석 연휴. 주머니도, 발걸음도 가볍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문화공간을 소개한다.

한지로 청사초롱 만들어 볼까…국립민속박물관

경복궁 뒤편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한지를 이용한 전통 공예품부터 단소, 먹, 솟대, 탈, 민화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송화, 검은깨, 콩가루를 이용한 다식 만들기,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즐길 수 있는 쌍륙과 승경도 놀이도 평상시엔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3~6천원 상당의 재료비만 참가자 부담이다.

손으로 만드는 게 귀찮은 이들을 위한 볼거리도 함께 준비했다. 13일에 살풀이춤과 승무를, 14일에는 충청도의 앉은굿을 관람할 수 있다. 연휴기간 내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여우비’, ‘마부’ 등 추억의 영화도 상영된다. 모두 무료.

‘왕의 남자’ 줄타기부터 ‘코요테’까지…국립중앙박물관

한가위 연휴 기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영화와 전통공연 및 인기가수의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연휴 첫날인 13일에는 만년 꼴지 프로야구 팀의 패전처리 투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가 벌이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등 2편이 연속 상영된다.

한가위 당일인 14일에는 1976년 최초 상영되어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해온 ‘로보트 태권브이’ 시리즈 중 ‘슈퍼태권 브이’를 상영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이자 영화 ‘왕의남자’의 대역출연으로 유명한 줄타기의 명인 권원태와 풍물 연주단의 아찔한 줄타기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한가위의 흥겨움을 더해줄 인기혼성그룹 ‘코요테’의 공연과 코믹매직팀 ‘붐헤드’의 유쾌한 마술쇼도 놓칠 수 없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은 ‘로보트 태권브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3단 변신 로봇이 등장하는 ‘84 태권브이’, 다른 장르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퓨전국악 연주단 ‘크레용’의 공연, 여러 가지 주방기구로 신나는 연주를 들려주는 ‘난타’가 준비되어 있다.

한복 입고 고궁 가자…19개 유적 무료 개방

문화재청은 추석 당일인 14일 경복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 능·원 등 19개 유적을 무료 개방(창덕궁 제외)한다.

연휴 기간(13∼15일) 이들 유적지에서는 널뛰기·제기차기·팽이치기·윷놀이·투호 등을 즐길 수 있는 전통민속놀이 체험마당이 펼쳐지는데 한복 입은 관람객들에겐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경복궁에선 13,14일 오후 4시 근정문 앞에서 줄타기, 풍물놀이, 북청사자놀음 등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이 열린다. 덕수궁에선 이리농악·봉산탈춤(13일),평택농악·강령탈춤(14일),남사당놀이·북청사자놀음(15일) 공연을 한다.

종묘에선 추석날 오전 11시부터 한과 500개를 선착순으로 나눠주고 창덕궁에서는 1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관람객들에게 매실차를 나눠준다.

정릉·서오릉·광릉·동구릉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조선 왕릉 12곳에서도 민속놀이 체험마당·민속음식 시식 등의 행사가 열린다.

함께 소원 빌어볼까…국악원 ‘달맞이굿’

국립국악원은 한해 풍년에 감사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한가위 맞이 절기공연 ‘달맞이굿’을 펼친다.

추석날인 9월14일 오후 7시부터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와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달맞이굿’은 하늘에 감사하고 예축하는 의미를 담은 궁중음악, 무용과 함께 추석차례(茶禮), 추석놀이, 달맞이마당, 관객 참여 행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추석차례 땐 조상께 송편과 차를 올리고, 궁중음악의 백미인 ‘수제천’을 들려준다. 추석놀이로 접어들면 촌로들이 메기고, 지르고, 받고, 내고, 맺는 소리로 이어지는 포천메나리(경기도 무형문화재 35호)를 통해 땀 흘린 농부들의 삶을 만난다. 한가위 밤 호남지역에서 있었던 여성들의 집단놀이인 ‘달 마중 강강술래’도 펼쳐진다.

관객 참여 행사에선 햇곡으로 만든 ‘신도주(新稻酒)’와 ‘오려 송편’을 맛볼 수 있다. 전통문화기획단 뭉치가 선보이는 투호경연대회나 승경도 놀이, 다양한 짚풀 공예 체험도 기다리고 있다. 삼대(三代)를 동반한 할아버지·할머니 관객은 무료 입장, 전석 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