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도립대 담양캠퍼스서 학사모 쓴 김서운(71) 할머니가 주인공

2003년 전남도립대학인 남도대학 관광정보과에 당당히 합격, 어린 손자뻘 학생들과 2년여 대학생활을 마친 뒤 15일 영예로운 졸업장을 받았다. 주인공인 김서운 할머니(71. 광주시 서구 양동)는 일흔을 넘긴 대학생이라는 고령의 나이도 화제지만 무엇보다 정규 학교 문턱이라고는 일제 때 초등학교 2년간을 다닌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다. 큰 오빠 뒤 줄줄이 낳은 네 딸중 막내로 태어나 할아버지가 '서운하다'며 이름까지 '서운'으로 지어져야 했던 김 할머니에게 배움은 다소 거리가 있었다. 결혼 후 슬하에 둔 5남매의 자녀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나아간 뒤 김 할머니의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있던 것은 '배움'에 대한 한(恨)이었다. 성장한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속에 지난 98년 중학교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4년여만에 고졸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 내친 김에 대학문까지 두드릴 요량으로 남편에게 운을 떼자 '건강도 있고 나이도 있는데 이제 그만두지'라는 말을 남편에게서 들었을 때는 배움을 이제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꼭 이루고 싶은 작은 꿈이 있기에 배움을 중단할 수 없었다. 95년 남편과 처음으로 다녀온 유럽여행 때, 유창하게 관광안내를 하는 여행 가이드를 본 순간, 그는 가이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학교에서나 주변에서도 제빵과 등 다른 과 선택을 권유했지만 관광과를 고집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매일매일 학교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빼먹지 않고 들어가야 했던 수업도 힘들었지만 '청소하는 할머니야', '손녀따라 왔나'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입하기 힘들다는 책도 어디서 구했는지, 함께 식당에 가자며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준 손자같은 어린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2년을 버텼다. 전남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문화해설사'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김할머니는 "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응원해준 남편과 아들, 딸이 있었기에 이 학사모를 쓸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가족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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